시안과 해원, 둘의 관계는 참 묘하다. 서로를 잘 알고 그렇게 아끼면서도 상대가 불편하다. 시안은 혼자서만 행복하게 지내는(것처럼 보이는) 해원이 밉다. 해원은 간신히 안정을 찾으려던 자신의 일상을 흔들어놓는 시안이 야속하다. 글은 애증을 가진 둘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
메르스와 코로나를 겪어본 덕에 감염병 때문에 생긴 이러한 갈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메르스 때 여자라는 이유로 사이버 불링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있었다. 코로나 때 방역을 생각하지 않고 돌아다닌 사람들로 인해 얼마나 사건이 커졌는지를 기억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존재함을 인정하지만 아무래도 코로나의 피해자라서 나는 시안이 입장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야 워낙 많이들 걸려서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일주일 가량 몸살에 시달리는 게 전부였다. 그러니까 웃고 넘겼지 만약에 걸리면 죽을지도 모르는 병을 내 친구네가 옮겨서 엄마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심지어 방역지침을 자기들 멋대로 어겨서 생긴 일이다? 상상만 해도 열이 받는다.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를 24시간 간병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나는 감히 헤아리지 못한다. 기약없는 그 일이 얼마나 진 빠지는지, 찬란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쳐놓는지.
물론 해원이도 힘든 시기를 보냈음을 인정한다. 엄마의 잘못으로 연좌제처럼 고생했으니. 엄마 역시 생계를 위해 사안을 가볍게 생각했음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시안이의 불행 앞에서 상대적으로 몰입이 잘 되지는 않았다. 편협한가? 아무래도 코로나를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 졸이는 일이 훨씬 많았던 사람의 시선은 그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