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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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고민이 된다. '감염병'이라는 단어를 서평에 적어도 되는지 말이다.

작가는 글의 중반까지 시안과 해원을 둘러싼 주된 갈등이 '감염병-프록시모(라는 가상의 병)' 때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시안이가 계속 지원이를 찾게 해 대체 두 번째 주인공은 왜 지원이가 아닌 해원이일까 의문까지 갖게 하면서. 작가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나 역시도 계속해서 침묵을 지켜야 하겠으나 그렇게 하면 감상평을 쓸 수가 없을 듯해 그냥 밝힌다. 나 말고도 이런 사람들 많겠지 뭐.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해원의 엄마는 프록시모라는 치사율 5% 감염병의 슈퍼 전파자다. 그는 외국에 갔다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숨기고 직장이며 교회에 가서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 시안의 엄마도 해원이네 집과 친하게 지낸 탓에 프록시모에 감염되었고, 결국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해원이네 집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도망치듯 이사를 간다. 해원은 지원에서 해원으로 개명하기까지 한다. 시안은 매일 아빠와 번갈아가며 엄마를 병간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어느날 간병에 지쳐가던 시안이 해원의 오빠 해일을 만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시안은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해원의 삶에 착잡함을 느끼고, 해원에게 자신이 놓인 상황을 알리며 엄마의 산소 보조기를 떼 달라고 부탁한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해원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시안과 해원, 둘의 관계는 참 묘하다. 서로를 잘 알고 그렇게 아끼면서도 상대가 불편하다. 시안은 혼자서만 행복하게 지내는(것처럼 보이는) 해원이 밉다. 해원은 간신히 안정을 찾으려던 자신의 일상을 흔들어놓는 시안이 야속하다. 글은 애증을 가진 둘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

메르스와 코로나를 겪어본 덕에 감염병 때문에 생긴 이러한 갈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메르스 때 여자라는 이유로 사이버 불링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있었다. 코로나 때 방역을 생각하지 않고 돌아다닌 사람들로 인해 얼마나 사건이 커졌는지를 기억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존재함을 인정하지만 아무래도 코로나의 피해자라서 나는 시안이 입장에 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야 워낙 많이들 걸려서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일주일 가량 몸살에 시달리는 게 전부였다. 그러니까 웃고 넘겼지 만약에 걸리면 죽을지도 모르는 병을 내 친구네가 옮겨서 엄마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심지어 방역지침을 자기들 멋대로 어겨서 생긴 일이다? 상상만 해도 열이 받는다.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를 24시간 간병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나는 감히 헤아리지 못한다. 기약없는 그 일이 얼마나 진 빠지는지, 찬란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쳐놓는지.

물론 해원이도 힘든 시기를 보냈음을 인정한다. 엄마의 잘못으로 연좌제처럼 고생했으니. 엄마 역시 생계를 위해 사안을 가볍게 생각했음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시안이의 불행 앞에서 상대적으로 몰입이 잘 되지는 않았다. 편협한가? 아무래도 코로나를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 졸이는 일이 훨씬 많았던 사람의 시선은 그럴 수밖에 없다.


  •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결국 헤어짐을 택하는

상황은 딱히 해결되지 않았다. 주어진 여건은 절망적이었고, 이 둘은 잠시나마 이를 봉합해 놓은 채 어떻게든 인생을 살아간다.

결말이 그럼에도 짜증나는 끝이 아니라 인상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시안이과 해원이의 관계 때문이다.

시안은 결국 해원에게 다시 보지 말자고 고한다. 추억 보정이 가득한 어린 시절, 가장 힘들었던 간병시기를 함께 했던 해원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한다.

둘의 안타까운 우정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어쩌면 둘은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사 모르는 거니까.

이제 둘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객관적 사실만 보자면 썩 순탄치 않을게 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한다. 둘은 어떻게든 삶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내가 책을 통해 본 둘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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