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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평점 :
오, 뭐 이런 책이 다 있지. 책을 읽으며 계속 했던 생각이었다.
좋은 뜻이다. 가볍게 술술 읽히는 와중에 중요한 내용들이 가슴 언저리에 쌓인다.
계속 경쾌하면서도 날카로운 내용에 움찔거리게 된다.
이게 순례주택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주인공부터 시작해 등장인물들은 평범한 인물들이다. 공동주택에 사는, 어디선가 본 적 있음직한 이들의 조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자아낸다. 작가가 그만큼 글을 잘 썼다는 뜻일 것이다. 학생인 주인공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진술되는 이야기는 상상하고 보면 하나같이 톡톡 튀면서도 정감이 간다.
순례 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작가가 자신이 지금까지 썼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 속 인물이라고 밝혔듯, 순례 씨 같이 멋진 어른을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부디 나도 그런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그 와중에 넷플릭스는 못 다루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순례 씨가 있었기에 이 모든 이야기들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의 인정이 있으니 예의 없는 '1군 가족'들이 개과천선하는 진행이 나올 수 있었고 (뻔한 참교육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대하는 사람들도 주거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다른 공동체 원들을 기다려 줄 수 있었다.
'1군 가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주인공 수림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1군이다) 작가는 이들을 확실하게 비난한다. 하지만 갱생불가한 악인으로 몰지 않는다. 그들이 내뱉은 말에 당황스러워 다시 책을 보게 되지만서도 어딘가 어리숙한 1군들의 모습은 죽여버리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작가는 굳이 교훈을 강요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입을 잘못 놀려 사고를 치는 이들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알아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안겨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쉽고 가볍게 읽었다.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진 것은 덤이다. 그래, 이런 게 청소년 도서의 묘미지. 순례 씨와 수림이의 앞날이 부디 쾌적하기를. 설령 그렇지 않아도 순례 주택 사람들은 멋지게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불어라책바람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무상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