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복면 클럽 1 - 학교 히어로의 탄생! 6학년 복면 클럽 1
마커스 에머슨 지음, 최린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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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어릴 적에 책을 참 싫어했어. 책은 재미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직접 책을 썼지! 내가 좋아하는 내용들로 말이야. 한 번 읽어보지 않을래?


이런 식으로 서두를 시작하는 수많은 책들을 보았다. 작가가 실제로 어떤 아이였는지 알 수야 없으나 비슷한 레파토리를 많이 보다보니 요즘은 팔짱을 끼고 보게 된다.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를 지었나 보자, 이런 식이다. 이번 책 역시 작가는 어릴 적 나를 위한 재밌는 책을 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다. 과연 어떻게 될까.



복면 클럽이라는 제목은 확실히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좋다. 암살단, 닌자와 같은 은밀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을 싫어할 아이는 잘 없다. 여기에 클럽이라는 사회적 소속감을 심어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목이다. 책에서는 전학을 온 주인공이 복면 클럽에 들어가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실 자유로운 체육시간, 학교 내의 숲, 카페테리아에서 먹는 도시락과 같은 설정은 한국 독자들에게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학교 내에 있다는 숲은 어른인 나도 이해가 잘 안 갔다. (작가와의 협의 끝에 한국 정서에 맞제 내용을 바꾼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원래는 얼마나 더 차이가 있었을 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어디서든 소리 없이 나타나는 복면 클럽의 학생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복면클럽의 행태다. 나는 고리타분하게도 주인공이 복면클럽을 발견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아 어엿한 복면클럽의 일원으로 탄생하는 줄거리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복면클럽이 나쁠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복면클럽원들은 소매치기를 시키고 심지어 학교 돈을 훔치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이토록 비교육적인 등장인물이라니. 당황해서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려나 열심히 읽었다. 잠시 절도의 길을 걸었으나 이내 그것이 잘못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면클럽장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공을 생각보다 더 높은 위치로 보내는 스토리였다. 충분히 재치있는 내용이었다.


깡마르고 자신감이 없다는 설정의 주인공이 복면클럽의 대장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마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하니 한국에서도 그러지 않을까. 비록 이야기를 큰 틀에서 보자면 또 남학생의 성장물. 똑똑하지만 살짝 재수없는 여학생은 어디까지나 남학생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로 쓰이고 사라지는 역할이라는 한계를 보이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무난하게 재미있었다. 앞으로 작가가 어떻게 2, 3편을 풀어갈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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