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내가 어른이다 보니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실제로 어떻게 느껴질 지 모르겠으나, 많은 부분에 있어 웅진주니어가 변화를 꾀한 점이 엿보였다.
- 유튜버의 인터뷰 형식으로 내용 진행
이야기는 유튜버 잽싸리우스가 여러 제보자를 만나는 식으로 진행된다. 유튜브라는 단어에 아동 독자들이 반응했으면 하는 부분이 목표이리라. 사실 내용 자체는 신문 기자의 인터뷰와 크게 다를 바가 없고 그림 속 화면도 어딘지 모르게 교과서적이어서 유튜브의 느낌을 살짝 안 난다. 그러나 우리의 독자들에게 '유튜브'라는 말 하나가 어느 정도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지 감이 오지 않아 판단을 보류하겠다.
- 만화식 그림
그림이 예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체이다. 개인적으로 줄 글책에 만화식 말풍선을 그려넣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나 독자들은 좋아할 듯싶다.
- 카드 제공
캐릭터 별로 특징을 담은 색깔 카드를 8장 제공한다. 뜯을 색깔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들은 아마 좋아할 것이다.
- 과감하게 핵심만 담다
각 신화의 내용은 8쪽 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 핵심적인 줄거리만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프시케와 에로스의 이야기에서는 프시케가 겪는 3가지 시험을 아예 메인 이야기에서 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부록처럼 한 장에 정리가 되어 있긴 하다). 확실히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담없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겠다. 다만 모든 이야기 전반을 아는 어른들 입장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설명 구멍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함께 책을 읽어본 뒤 관심 가는 일화에 대해 숨겨진 뒷 이야기 식으로 내용을 들려주면 더 좋겠다.
● 그리스 로마 신화, 과연 교육적인가
고대에 지어진 이야기인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는 상당히 반인권적인 대목들이 많다. 후대에 교육해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 질문하는 목소리 역시 크다. 나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일상에서 자주 등장한다. 책에서 비유로 사용되고, 물건의 이름들이 신화에서 차용되어 나온다. 상식의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을 수는 없다. 따라서 쟁점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책 마지막 장에 나오는 희대의 난봉꾼 제우스가 만들어 놓은 난잡한 가계도를 바꿀 수는 없었으나(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그리스에서는 권력이 곧 이 사람 저 사람을 모두 원하는 대로 취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거였다보다) 웅진주니어에서도 나름의 노력들을 했다.
- 스토커 아폴로에게 쫓겨 나무가 되고야 마는 다프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그게 사랑인가요?' 라는 대사를 적음으로써 상대를 향한 집착을 희대의 사랑으로 미화하지 않았다.
(쌍둥이 자리에 관한 일화에서도 그러한 작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 '살림하는 남신'과 같은 표현을 통해 나름의 양성평등적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 연인간의 사랑만을 다루는 것에서 국한하지 않고 헤카베의 아들 사랑과 같이 에로스적이지 않은 사랑도 함께 다룸으로써 폭넓은 사랑을 다루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