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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ㅣ 슬기사전 2
김원아 지음,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솔직히 서평단을 신청했음에도 그다지 기대가 가지 않았다. 모범적이면서도 탁상공론적인 이야기만 가득하겠다 싶어서였다. 그럼에도 서평단을 신청한 이유는 1) 책의 절반 정도는 만화 형식이라서 학생들이 재밌게 읽겠다 싶어서 2) 김원아라는, 우리 반 아이들이 사랑했던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 의 저자가 쓴 책이어서 였다.
그런데 웬걸, 내용들이 상당히 현실적이어서 놀랐다.
내 물건을 자꾸 빌려갈 때, 시합에서 졌는데 나를 원망할 때,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데 나는 기분이 나쁠 때... 하나같이 학생들이 실제로 나에게 많이 가져오는 갈등 주제들이었다.
학급문고로 놔두고 고민이 많은 친구들이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을 찾아서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또 하나의 현실성에 놀란 부분은, 저자의 조언이다. 아무리 우리가 좋은 말로 거절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혀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분명 존재한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네 도움을 거절했다고 해도 그건 '도움'을 거절한 거지 '너'를 거절한 게 아니야"
"화가 날 수는 있지. 하지만 그건 그 친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감정이야."
슬기로운 말하기가 모든 일을 기적적으로 해결하는 마법의 주문이 아님을 저자는 확실하게 표명한다. 감정적으로 그 친구가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있음을 드러낸다. 그 점이 이 책을 더욱 신뢰가 가게 한다.
슬기롭게,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둥글지만 단단하게 말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어렵다. 어른이 되어서도 힘든 부분들이 있다. 덕분에 나 역시도 책을 읽으며 나의 말하기 습관을 돌아보고 그 때 어떻게 말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을지 고민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부디 학생들은 일찍이 이런 책을 읽고 좋은 말하기 습관을 기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창체시간에 역할극 형식으로 상황을 준 뒤 나라면 뭐라고 말하지 생각해 본 후, 다음으로 모범답안을 소리내어 말해보게 한다면 어느 정도 체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침활동으로 하루 한 가지 씩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것이다.
교실에서의 책 활용에 대해 즐거운 고민을 하게 해준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