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을 간추리자면 <놀이공원이 문을 닫은 후 펼쳐지는 동물들의 한밤 축제>다.
수채화 풍에 따뜻한 색감이 가득한 그림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포근해진다.
앞서 말했듯 나는 삐딱한 어른이다. 동물들이 팝콘 등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이후 놀이공원의 위생상태에 대해 생각해보는 어른이다.
같은 동물이면서 금붕어를 주고 받는, 상품으로서 소비하는 행위에 불만을 가졌으며 회전목마를 타면서 과연 그림 속 묘사처럼 그들의 마음이 편했을 지 질문을 던졌다. 이 모든 장면들이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그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팽배하던 비판 의식은 그림책을 읽어가며 점차 누그러졌다.
직원이 놀이동산에 도착하는 시각에 맞춰 동물들은 다시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빼앗긴 고향을 뒤로 한 채 아직 남아있는 보금자리로 간다.
이야기는 동물들이 가져온 과자를 뜯어먹고, 여우가 데려온 금붕어를 강에 풀어주며 끝이 난다. (그렇다, 작가가 다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동물들도 과자를 좋아한다. 놀이기구를 즐긴다. 화려한 조명 속 축제를 누릴 줄 안다.
사람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동물들에게 인간이 빼앗아 간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준 책이었다.
전세계인에게 친숙한 놀이공원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함께 새카만 밤 속 아름답게 반짝이는 조명, 시간이 지날수록 밝게 변하는 하늘의 색까지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었다.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어떨 지 궁금하다.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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