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1층에 사는 아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마리 콜로 지음, 박나리 옮김 / 책속물고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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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다. 처음 책을 읽고 난 소감이다.

잘 쓴 글 같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 생각이 간다.

 

아파트 1층에 사는 소녀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의 장점을 잘 살려 위층의 이웃들을 방문하러 다닌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그 집에서 기념품이라며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쳐오는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아파트 주민들과의 관계를 읽고 있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느끼기 힘든 정겨움을 맛볼 수 있다. 요즘 어느 집이 모르는 사람이 초인종을 누른 후 당신의 집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면 들여보내주겠는가. 그것이 가능한 아파트를 독자라는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옛날 특유의 인심이 고프다.

 

표지의 날개를 읽지 않았다면 주인공의 엄마가 다리를 잃었다는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리라.

그만큼 작가는 계속해서 '그 끔찍한 날' 정도의 표현을 쓸 뿐 주인공의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추가적 비극은 스포 방지를 위해 적지 않았다.)

주인공이 슬퍼한다는 내용마저 상당히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이 역시 이야기를 묘하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다. 주인공의 심리상태는 묘사되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마지막 반전이 나오며 주인공이 세운 계획은, 흔하지만 인상깊다.

 

잘 쓴 글인가, 모르겠다.

확실한 사실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이긴 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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