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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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일 없이 산다>는 노래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책.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만큼 ‘절대로 두다리 뻗고 잠들진 못할’ 만큼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 만큼, 별다른 걱정도 이렇다 할 고민도 없이 하루하루 즐겁고 매일매일 신나서 사는 게 재밌다고 노래했던 그가 걸어온 별일 가득한 하루하루와 그것들을 거치며 다져진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소 장기하와얼굴들 노래를 들으면서 산울림 떠올릴 때가 많았는데요, 장기하 작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는 김창완 아저씨가 직접 쓰는 아침 라디오 오프닝이 떠올랐어요.
안경을 잃어버리거나 라면을 끓이거나 술을 마시거나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 하루처럼 아주 사소하고 흔한 일상의 조각들로 이어 나가는 문장들. 그속에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인생을 바라보는 그만의 관점이 묻어납니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자, 시작과 끝에 있는 한 문장. 상관없는 거 아닌가.

그 앞에 이런 사설 조의 괄호를 하나 넣어 봅니다. (내 인생 멱살 쥐고 끌고 가는 건 나니까 내가 원한다면/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건 어떻든) 상관없는 거 아닌가. 단단한 내면을 가진 조용한 혁명가 같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나도 될 수 있으려나.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p.46
물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그 밖의 무엇에 대해서든, 욕심을 하나하나 줄여나가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생명에 대한 욕심마저 딱 버리고 죽으면 정말로 멋진 삶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p.79
필요란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분들은 아마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다만 나는 나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무언가를 취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 그것은 돈을 아끼고 말고와도 좀 다른 문제다. 인생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데서 오는 쾌감이다.

p.119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니 좋겠다”는 말을 듣는 일기 종종 있다. 부러워서 하는 말이니 으쓱할 법도 한데, 그때마다 조금 쓸쓸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닌데’라는 마음이었달까. 자유롭다는 것은 곧 막연하다는 뜻이고, 막연한 삶은 종종 외롭다.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할 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p.177
어쩌면 나의 실력이 아직도 대단치 않다는 건 오하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여태가지 늘 내가 정한 이론대로, 어쭙잖은 실력으로도 요리조리 밀어붙여왔다. 그렇게 만든 음악을 좋아해준 분들도 꽤 있었다. 지금의 이 일천한 실력으로 또 한번 알뜰하게 뭔가를 만들어낸다면, 꽤나 나다운 무언가가 나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p.254
예나 지금이나 남을 위로하겠다는 큰 뜻을 품기보다, 내 마음 하나만이라도 잘 들여다보자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나 자신이라도 잘 위로해주자. 그것만이라도 잘 해낸다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결과적으로 누군가 위로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 정도가 노래를 만들 때 위로라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지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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