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조너스는
"전 벌써 노인의 집에서 여러 번 그런 일을 했어요. 노인들은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그 얘길 듣는 건 다른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냐. 그런 게 아니다. 네게 전달하는 건 나의 과거나어린 시절 이야기가 아니란다."
남자는 몸을 뒤로 젖혀서 의자에 머리를 댄 후 한숨을 한 차례 내쉬더니 말했다.
"네게 전달하려는 건 세계 전체의 기억이야. 네가 있기 전,
아니 내가 있기 전, 그리고 내 스승님이 있기 전, 그리고 그 스승님의 스승님도 있기 전 세대의 이야기야."
조너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세계 전체라고요? 이해가 안 돼요. 선생님 말씀은 단지 우리를 뜻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마을도 아니고요. 다른 어떤곳을 말씀하고 계신 건가요?"
조너스는 마음속으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포착하려고 노력하다가 다시 말했다.
"죄송한데요, 선생님.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봐요 - P133

그런가 봐요. ‘세계 전체‘나 ‘스승님도 있기 전 세대‘ 라고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전단지 우리만 있다고현재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 많은 것이 있단다. 이곳도 다른 어떤 곳도 모두 넘어서는 옛날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들이 있다. 처음 기억보유자로 선출되었을 때 나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지. 그리고 이 방에서 혼자 그 전부를 반복해서 다시 경험한단다. 그게지혜가 생기는 방법이야.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기도 하고."
남자는 잠시 말을 그치고 심호흡을 했다.
"나는 지금껏 그 무게를 홀로 져 왔단다."
갑자기 조너스는 남자가 엄청나게 염려되었다.
"그건 마치..………."
설명에 적당한 단어들을 생각하는 듯 남자가 말을 중단했다.
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썰매를 타고서 수북이 쌓인 눈을 뚫고 내리막길을 달리는것과 같았어.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어. 속도감, 살을 에듯 맑은공기. 하지만 썰매 날에 눈이 달라붙으면 서서히 속도가 느려지지.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힘껏 밀어야 하고・・・・・・ "
- P133

조너스는 지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조너스를 매료시킨것은 바로 색깔들이었다.
‘왜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볼 수는 없나요? 왜 색깔들이 사라졌나요?"
기억 전달자가 어깨를 한 차례 으쓱해 보였다.
"우리들이 그쪽을 선택했어, ‘늘 같음 상태‘로 가는 길을 택했지 내가 있기도 전에, 이 시대보다도 전에, 옛날 아주 오랜옛날에 말이야. 우리가 햇볕을 포기하고 차이를 없앴을 때 색깔역시 사라져 버렸지."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었지.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은 포기해야 했단다."
조너스는 아주 격렬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기억전달자는 조너스가 단호한 반응을 보이자 조금 놀란듯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주 빨리 그런 결론에 도달했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는데, 어쩌면 너는 나보다 훨씬 빨리 지혜를 얻을지도 모르겠다." - P163

달자와 함께 이야기하거나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시간을 함께보냈지만, 조너스는 아직까지 책 가운데 단 한권도 펼쳐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제목을 읽으면서 조너스는 그 책들에 몇십 세기에 걸친 인류의 지식 전체가 담겨 있음을 알게됐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그 모두가 자기 책이 된다.
는 것도 알았다.
"만일 제가 아내를 얻고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책을 숨겨야하나요?"
기억전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배우자와 공유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그게 옳은 일이란다. 다른 힘든 일도 있지. 새로운 기억 보유자는 자신이 받는 훈련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규칙을 기억하고 있지?"
조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었다. 그 규칙은 조너스가 지켜야 하는 규칙들 중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다.
"훈련이 끝나서 공식 기억 보유자가 되면 완전히 새로운 규척들이 주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지켜 온 규칙들이다. 새로운 기억 보유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내 일에 대해말할 수 없지. 이런 규칙도 지금 너에게는 그리 놀라운 게 아닐거다. 그 새로운 기억 보유자가 바로 너다.
15 - P175

모든 것이 새로웠다. ‘늘같은 상태‘와 예측 생활에서 벗어난 후, 조너스는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신기한 풍경에 압도되었다. 조너스는 자전거 속도를 늦추었다. 야생의 꽃들을 경이감을 품고 바라보고, 근처에서 낯선 새가 지저귀는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이 나뭇잎들을 흔드는 것도 즐겼다. 지난 열두 해 동안 마을에서 살면서 조너스는 한순간도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행복감을 느껴본적이 없었다.
- P289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동시에 절망스러운 감정도 생겼다.
그중 가장 무서운 것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다. 경작지가 끝났기 때문에 먹을 것을 발견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마지막 경작 지대에서 모은 감자나 당근 같은 형편없는 먹을거리들조차 이미 바닥난 지 오래였다. 이제 두 사람은 늘 굶주렸다.
조너스는 개울가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려했지만 헛일이었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물속에 돌을 던졌지만이 방법 역시 별 소용이 없을 것은 이미 잘 알았다. 결국 절망에 사로잡힌 채 임시변통으로 그물을 만들었다. 가브리엘의담요에 달린 술을 구부러진 막대기에 묶은 것이었다.
수없는 시도 끝에, 그물에 퍼덕이는 은빛 물고기 두 마리가걸렸다. 조너스는 날카로운 돌로 물고기를 잘라 그 살을 가브리엘과 함께 나눠 먹었다. 두 사람은 산딸기 열매도 먹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새를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밤이 되자 가브리엘이 조너스 곁에서 잠들었다. 그러나 조너스는 배고픔 때문에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매일 집집마다 먹을 게 배달되던 마을 생활이 스쳐지나갔다. - P290

뒤쪽에서도, 엄청나게 큰 시공간을 가로질러, 조너스가 떠나온 곳으로부터도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아마 그 소리는 단지 메아리일 터였다. - P301

면 조너스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너스가 사는 마을은 결코 평범한곳이 아닙니다.
이 마을은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인간적인 감정에 따르는어떠한 종류의 고통도 없는 완벽한 행복에 이르기 위하여, 개인의 선택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잘못도 있을 수 없는 완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피부색이나 언어와 같은 차이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여 분란의 소지를 모두 제거해 버린 곳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 종일 마을에서 정해 준 대로 살아야 하며, 저녁 자리에서는 그날 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숨김없이이야기하여 순화해야 하고 아침에는 간밤에 꾸었던 꿈을 이야기하여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교정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직업도 마을 원로들이 열두 살 생일날에 정해 주고, 그대로 평생살아야 합니다. 물론 배우자를 얻을 때에도 신청을 하면 심사해서 적절한 사람을 골라 줍니다. 아이들도 사랑의 결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신청하면 산모가 낳은 아이들 중에서 배급해 줍니다. 또한 스피커를 통하여 마을 사람들은 끊임없이감시당하며, 명령을 따르지 않고 세 번 이상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면 ‘임무해제‘당하면 마을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 P304

지르면 ‘임무 해제‘ 당하여 마을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통제당하는 대신에 마을 사람들은 어떠한 모험도, 위험도 없는 편안하고 즐거운 삶(작가는 이를 ‘늘같은 상태(Sameness)‘로 표현하고 있습니다.)을 보장받습니다. 작가는 뉴베리상 수상 연설에서 이 마을을 "친숙하고, 편
"안하고, 안전한 세계" 그러니까 "폭력도, 가난도, 편견도, 불의도 없는세계"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살아보고 싶은 세상이 아닐까요?
가슴 두근거리는 수많은 밤이 지난 후 열두 살 기념식에서조너스가 받은 직위는 ‘기억 보유자(Receiver)‘라는 낯선 일이었습니다. 이 직위는 마을에서 가장 영예로운 직위로 늘 같음 상태‘ 이전의 기억(인류 역사 전체)을 머릿속에 품고 있다.
가, ‘늘 같음 상태‘가 깨지는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그 기억들로부터 얻은 지혜를 통하여 마을 원로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게 일입니다. 노인들의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조너스는 ‘기억전달자(Giver)‘로부터 하나씩 기억을 전해 받습니다. 사랑, 고통, 즐거움, 공포, 굶주림 등과 같이 마을사람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온갖 감정들이 기억을 통하여조너스에게 밀물처럼 밀려듭니다. 그러자 조너스의 마음속에서 마을 생활에 대한 견딜수 없는 회의가 생겨나 마침내 그는 마을을 떠나기로 합니다. - P305

조너스가 사는 곳에서는 장애인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임무 해제‘ 당하여
‘다른 세계‘로 갑니다. 또 쌍둥이 역시 있을 수 없습니다. 쌍둥이 중에서 몸무게가 낮은 아기는 ‘임무 해제‘ 당하여 다른 세계‘로 가기 때문입니다. ‘노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들어 병들거나 기력이 쇠하면 기념식을 치른 후 ‘임무 해제 당합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소설 속의 이런 장면들이 각각 장애인 문제, 신체 조건에 따른 차별 문제, 안락사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아챘을 겁니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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