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몇개 희미한 당신과의 추억 몇 개를 끄집어내어그중 좋은 기억 몇 개를 골라 들여다본다. 트레이싱지 위에 엷게 인쇄된 것 같은 옛 기억들은알아보기가 힘들 만큼 불분명하여 기억 몇 장을덧대 겹치어 보니 그제야 조금 선명해졌다. 울었다고 기억했는데 웃고 있었고, 웃었다고 기억했는데 울고 있었다. 서러웠던 기억마저너무나도 그리워라. - P74
넘나 좋은 말 엄마는 늘내게 말씀하셨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에 좋은 일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란다."
엄마는 그 본을 보여주기 위해서 늘 내게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하셨다.
아들, 좋게 말할 때 밥 먹어." "아들, 좋게 말할 때 책상에 앉으렴." "아들, 좋게 말할 때 빨리 씻어." "아들, 좋게 말할 때 이 닦아." "아들, 좋게 말할 때 빨리 와."
엄마의 넘나 좋은 말, - P97
우리의 생애가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누군가의 삶에서 이토록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엄마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나의 삶 곳곳에 당신이 있어주었다. 언제나 아낌없이 응원해주었고, 손이 아플 정도로 박수 쳐주었다.
사는 것은 짐을 늘리는 일이고, 떠나는 것은 짐을 줄이는 일이라 했다. 짐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삶 속에서도 당신과의 소중했던 기억들로 아쉬움만은 더 늘어간다.
언제나 좋은 곳에서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는 우리는. - P107
비밀 "너만 알고 있어라." 엄마는 나에게 대단한 비밀을 하나 알려주셨다.
오직 나만 알고 다른 형제들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엄마의 은밀한 말씀.
"엄마는 널 제일 사랑한단다."
발설하면 큰 분란이 일어날 것 같던 엄마의 비밀을 묵묵히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왔다.
형제들 모두가 각자 평생 간직해온 엄마의 비밀. - P113
프로 거짓말러 엄마는 내게 ‘프로 거짓말러 였다. 내가 이겨낼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다"며 독려하셨고, 내가 고통스런 일을 겪을 때에도 "이쯤은 견딜 수 있다"며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주셨다.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낀 날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며 손잡아 나를 일으켜 세우셨고, - P147
발걸음도 뗄 수 없이 지친 날에는 "한 걸음만 더 가면 목적지다" 라는 거짓부렁으로 한 발 더 딛게 하셨다. 괜찮다, 잘한다는 엄마의 선한 거짓말을 동력 삼아서 힘든 길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거짓말 프로이시라, 마지막 길을 가면서도 당신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또 그 뻔한 거짓부렁이를 하신다. - P148
북소리
엄마도 나처럼 사랑을 하면, 심장 옆에 붙어 있던 큰 북이 둥둥둥 울렸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파란 하늘을가졌던 날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엄마의 머리가 까맣고 성성하던 그 옛날에도 난 엄마를 33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구 엄마는 여자가 아닐 거라는 생각, 엄마는 사랑을 모를 거라는 착각. - P219
알아요. 우리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하셨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기억 속에서 쓸쓸히 잊혀져가는 우리는, 엄마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요.. 결국 엄마의 기억 속에서우리 모두 다 잊혀진다고 해도 엄마의 노력은 잊지 못할 거예요. 수고했어요, 엄마. 그동안 참 많이 애쓰셨으니 이제 그만 다 잊어도 되요.. 이제 그만애써도 괜찮아요. - P231
세상의 열쇠 엄마도 잘 모른단다. 다 아는 것처럼 굴며, 인생을 헛헛하게 사는 것은 귀하디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거란다. 인생을 살면서 다 알 필요도, 다 알 수도 없는 일이 친지란다. 어떤 것은 바람에 맡겨두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시간에 맡겨두렴. 아침에 잘 잤느냐고 인사하는 것, 밤에 잘 자라고 인사하는 것, 네가 아주 작고 하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하렴. 세상은 그런 작고 하찮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란다. - P241
기다리신다.
나중에 효도할게요. 나중에 멋진 옷 사드릴게요. 나중에 좋은 곳으로 함께 여행 가요.. 나중에 제가 맛있는 밥 사드릴게요. 나중에 멋진 집 지어 드릴게요..! 나중에 많이 많이 웃게 해드릴게요.. 꼭 지킬 거라던 나의 약속을 엄마는 웃으며 기다린다 했지만, 내 삶의 소소한 일들에 밀려 그 ‘나중은 한없이 미루어졌다. 진심이 아니었다고 할 수 없지만. 결국에는 수많은 거짓말이 되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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