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3, 암의 비밀을 풀어낸 유전자
수 암스트롱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종양억제자로 알려져 있는 p53 유전자의 발견과 그 기능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서 활동한 과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상세히 서술하여 독자들에게 p53 유전자의 기능과 그 기능을 구현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최상급의 과학 도서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말로의 번역이 매우 조악하여 책을 읽고 책 안의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책의 앞 표지 뒤 켠에 있는 번역자의 프로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번역이고 결국 도서관에서 원서를 구해 읽어 보면서 겨우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번역 오류 사례가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는 없고 10개 정도만 적어 보겠습니다. (1) 13쪽의 맨 마지막 문장은 ‘p53의 활동 없이는 악성종양도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로 되어 있으나 원본은 It is impossible to get malignant tumor without the activity of p53 being disrupted(p53의 활동이 손상되지 않고는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로 되어 있어 번역이 정반대로 되어 있는 것이죠. 이 책의 주제인 p53은 종양억제자로 p53 단백질이 제대로 기능하면 암이 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p53이 활동을 해야 악성종양이 생긴다고 정반대로 번역되어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2) 15쪽 중간에 수년간 이 중대한 발견을 일반인들은 보지 않는, 열정 없고 어려운 학술지에 싣기에는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되어 있는데 말 자체가 이상하죠.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문장이 아닐뿐더러 내용도 틀렸는데, 중요한 과학적 사실은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학술지에 싣기에는 정말 중요하다고 표현하면 중요하기 때문에 학술지에 실으면 안된다는 표현이기에 적당치가 않죠. 원본에는 ‘Over the years I began to realize that this was too good a story to leave to the passionless pages of academic journals, where it’s hard for the layperson to grasp the significance of even some of the most momentous discoveries’로 되어 있어 수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이야기들은 가장 기념비적인 발견들의 일부 조차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에는 어려운, 딱딱한 학술지에만 남겨 두기에는 너무 훌륭한 내용들이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정도의 뜻으로 번역되어야 합니다. 바로 뒤에 나오는 문장도 이상한데 이 책은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이 과학적 사실들은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it’s not a straight-forward story)’ 정도로 번역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 영어 문장 자체를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 것이 널려 있는데 이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으니 과학적 사실에 중점을 두어 과학적 사실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해 혼란을 주는 부분으로 뛰어 넘어가겠습니다. (3) 62쪽에 암 연구자들이 p53은 불순물을 관련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세포 변화의 핵심이라고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p53은 암 연구 커뮤니티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고 되어 있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원본은 ‘This was the burning question now for the cancer community as they began to realize that p53 could not be dismissed as a contaminant or an irrelevance, but may well be key to the transformation of cells’ 라고 되어 있어 ‘p53을 불순물 혹은 상관없는 단백질로 무시해버릴 수 없는(치부할 수 없는)’의 의미를 갖는데 책처럼 번역되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4) 143쪽 맨 위에 ‘이 393 아미노산 핵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은 우리와 암 사이에서 발생하는 때 이른 죽음에 있기 때문입니다’로 되어 있어 무슨 뜻의 문장인지를 알 수 없는데 원본에는 ‘as the correct functioning of this 393-amino-acid nuclear protein is apparently all that lies between us and an early death from cancer’로 되어있으니 ‘이 393-아미노산 핵단백질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우리와 암으로 일찍 삶을 마감하는 것 사이에 놓여있는 모든 것인 셈이다’라는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고, (5) 150쪽에 ‘이것이 DNA가 헝클어진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유기체를 위협하는 방식이다라고 되어 있으나 원본에는 ‘In this way cells with scrambled DNA that might threathen the organism are disabled’되어 있어 ‘유기체를 위협할 수 있는 헝클어진 DNA를 가진 세포의 기능을 이런 식으로 중지시킨다의 뜻을 가지며, (6) 170쪽에 ‘p53은 세포자살로 죽은 암세포였습니다 원본에 ‘p53 was killing cancer cells by apoptosis’되어 ‘p53은 세포자실로 암세포를 죽이고 있었다라는 뜻이므로 번역이 전혀 맞지 않고, (7) 202쪽 중간에 ‘p53 단백질은 Mdm2이 만들어지자마자 제거해서 쓸데 없는 종말을 맞는다로 되어 있는데 원본은 ‘it is being cleared away almost as fast as it is made by Mdm2 lest it lead to unnecessary death of cells’되어 있어 ‘p53은 만들어지자 마자 Mdm2에 의해 제거되어 세포가 공연히 종말을 맞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뜻으로 p53이 제거되는 것을 Mdm2가 제거되는 듯이 번역해 놓았고, (8) 226쪽의 중간 부분에는 ‘p53과 바이러스성 단백질을 변화시키는 HBx의 결합은 코돈 249에 아플라톡신을 유발하는 p53 돌연변이가 있을 때만 강력해진다고 되어 있으나 원본에는 ‘’the bond between p53 and HBx that transforms the viral protein is only really strong when p53 has the aflatoxin-induced mutation, at codon 249’되어 있어 바이러스 단백질을 변화시키는 p53HBx의 결합은 코돈 249에서 아플라톡신이 유발하는 p53 돌연변이가 있을 때만 강력해진다라는 뜻으로 주체와 객체가 뒤바뀐 상태로 변역되어 있고, (9) 249쪽 맨 아래에 '수년간 LFS에 걸린 사람의 p53의 여러 다른 돌연변이가 보고되었고 소위 체세포 돌연변이라 불렸다'라고 되어 있으나 원본은 'Over the years mutations have been reported in many different sites in the p53 of people with LFS, just as they have in so-called somatic cases(수년 간 LFS 증상을 지닌 사람들의 p53 유전자의 여러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경우와 유사하다)'이므로 번역이 엉망인 것이고, (10) 바로 뒷 문장은 '다른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 DNA에 붙어 p53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가 가장 일반적이다'라고 되어 있으나 원본은 'The most common ones are those that affect p53's ability to attach itself to DNA in order to switch on other genes(가장 일반적인 돌연변이는 다른 유전자의 DNA에 달라 붙어 그 유전자의 기능을 켜는 p53의 능력에 영향을 주는 돌연변이이다)'로 되어 있어 '다른 유전자의 기능을 켜는 DNA'가 아니라 '다른 유전자의 기능을 켜는 p53'이라는 뜻이고, (11) 288쪽에는 'DNA가 달라 붙지 못하고 다른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는 단백질을 만드는 접촉 돌연변이'라 되어 있는 부분은 원본에 'Contact mutations, which produce a protein unable to attach to DNA and switch on other genes'로 되어 있으므로 'DNA에 달라 붙지 못하고 다른 유전자를 켜지 못하는 접촉 돌연변이'를 의미합니다. 유사한 오류는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위에서 예시한 번역이 잘못되어 뜻이 왜곡된 것 외에도 간단한 내용이 제대로 번역되지 못한 것도 널려 있는데 68모든 세포가 DNA와 동일한 보체와 완벽한 유전자 세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since every cell has an identical complement of DNA and a complete set of genes;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 전체와 유전자 세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DNA, 동일한 보체와, 유전자 세트를 갖고 있다고 번역하는 것이 적당치 않고), 108쪽 ‘결과적으로 생긴 종양 세포에 그들이 생각했던 염색체가 적다는 사실은(The fact that the resulting tumor cells had a depleted number of chromosomes; 종양세포에 몇 개의 염색체 결손이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생각했던이란 내용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120쪽 ‘대장암의 4분의 3 17번 유전자 부분에서 하나의 복사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a specific region of chromosome 17 which was missing one copy in at least three-quarter of all colon cancers; 17번 유전자가 아니라 17염색체이고, 210변이에 패턴이 있고 긴 쪽 유전자를 따라 특별 장소 네 곳에 뭉친다(the mutations showed a pattern and were clustered in four particular positions along the length of the gene; 돌연변이들은 패턴을 보였고 유전자의 길이 방향을 따라 특별한 네 곳에 덩어리져 있었다. ‘along the length of the gene’긴 쪽 유전자라고 번역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네요) 등도 원본 내용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 것에 해당합니다.

 

그 외에도 책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번역을 한 것(학생 신분으로 대학을 옮긴 것을 대학 교수가 되었다고 번역하거나(102), 엉뚱한 사람이 안식년을 갔다고 표현한 내용(51)), 적당치 못한 과학 용어 사용(염색체(chromosome)을 유전자로 번역(120), 태양등의 자외선(radiation; 실제 의미는 UV)을 사용한 것을 열을 사용했다고 번역하고(176), 방사선 처리(radiation treatment)를 방사선 치료라고 번역(187)) 등등 아주 많은 곳에서 번역 오류가 보입니다. 거기에다가 영어 문장을 우리 글로 옮길 때는 단어 단어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말처럼 번역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즉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말처럼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아주 많아 읽기가 무척 불편합니다.  

 

많은 번역 오류로 책의 과학적 내용을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번역서가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는 낫기에 앞으로도 출판사에서 번역된 과학서적을 많이 출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번역 내용이 알찰 수 있도록 번역자를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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