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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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잘 읽었는데 막상 서평을 쓸 때는 첫 문장 시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책 속에 있는 수 십만 텍스트 중 몇 개를 골라 내기만 하면 될 텐데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블로그에 100편 가까이 서평을 꾸준히 올렸는데, 글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기 위해 첫 머리의 대부분은 의문사형으로 시작하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나의 소감을 일부 포함하는 식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 그런지 이 패턴을 바꾸기란 여간 쉽지 않을 것 같다.

회사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강원국 교수님으로부터 2시간 정도의 글쓰기 강의를 들었는데, 평소 고민하던 부분들을 꼭 집어 말씀해 주셔서 공감도 많이 되었고 필살기를 배웠지만 실전에 사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얀 백지 위에서는 고수의 가르침이 무장 해제되어 버린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읽는 사람들에게 호감이 가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끝까지 쓰는 용기'는 글쓰기가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가 정여울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글쓰기 방법론을 소개한다. 매일 쓰는 습작, 불현듯 떠오르는 문장이나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탐독하고 고전과 현대 소설을 항상 옆에 끼고 읽는 것, 어느 장소에서나 오디오 북이나 책을 읽는 것처럼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들이 항상 내 주변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나처럼 책 한 권 읽고 갑작스럽게 모니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글이 솟아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므로 모든 것을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메모하는 습관과 좋아하는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은 본보기가 된다.

회사 후배가 갑작스럽게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퇴사를 한지 1달 여가 되어 간다. 소설책도 썼고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후배라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퇴사까지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회사 다니면서 글을 써도 충분할 텐데 꼭 퇴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의 설득에도 굴하지 않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글쓰기가 일상이 되어도 글을 쓰기가 어려운데, 일을 하면서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후배는 아마도 어느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여울 작가처럼.

글쓰기 중 서평은 책을 소개하기보다는 책을 통해 내 삶과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써야 한다고 한다. 책과 현재 이슈, 나의 생활을 연결해서 서평 자체의 의미보다는 내가 나 자신의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써야 한다고 정여울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 권의 책을 펴내기 위한 작가의 오랜 고민과 연구를 뒤로한 채 나의 의견을 표현하라고 하는데, 사실 그 책을 쓴 작가에 대한 겁 없는 도전과 내 글이 형편없을 것 같다는 의심 속에서 발현하는 쑥스러움이 멋있는 서평으로 둔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아직까지 그런 서평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책에 대한 서평이 비판보다는 공감 위주로 표현해야 한다는 감정이 앞서서 일까. 이 책의 제목처럼 끝까지 쓰는 용기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가 안될 때는 잠시 일상으로 돌아가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영화, 미술, , 여행이 주요한 아이디어 창출의 보물이 된다고 한다. '삶으로 돌아가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주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방황하고 흔들리고 아무것도 잘 안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한다. 방황과 좌절 속에서 회복된 자아야 말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글쓰기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인데,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작품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이었지만 정여울 작가의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치고 힘들 때 위로와 격려가 되어 줄 수 있는 어머니의 집과도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그녀의 글 속에서 작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연결되는 감정을 느낀다. 정여울 작가의 글은 투명한 유리와 같다. 내면의 부끄러움, 고통, 부족함을 스스럼없이 투명하게 전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못난 부분을 드러내고,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떨쳐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나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세월이 좀 더 흐른 뒤 본격적인 글을 쓰는 시간이 돌아오면 나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의 쾌락은 자신이 맺은 인연, 나를 진정 알아주는 사람, 내 글을 소중히 여겨 주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감사에 있다. 글을 쓰게 된 이후로 아주 잠깐 스쳐가는 인연의 소중함을, 아주 오래전 마주쳤던 사람들의 애틋함을, 더 오래 더 깊이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쓸 수 있기에 자신은 더욱 강인하고 따뜻하면서도 정 많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타인을 더 깊이 사랑할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나의 삶 자체가 타인에게 선물이 되는 법'을 꿈꾸는 길이다.

한 문장이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할 수 있다면, 한 문장이 누군가의 고단한 등을 쓸어주는 따스한 손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글쓰기의 가장 커다란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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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 AI와 통제 문제
스튜어트 러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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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류에게 최고가 될 것인가 아니면 최악이 될 것인가?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혜택은 수 십만 년 전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첫 발을 디딘 후 가장 강력한 선물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택배 기사의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로 문제가 되고 있는 택배 집하는 피킹 로봇이 해결사로 등장할 것이고, 자율 주행, 사물 인터넷, AI 비서, 스마트 홈서비스, 스마트 도시, 지구환경 보호 프로그램 등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줄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확대로 인한 일자리 축소 문제와 부의 쏠림 현상은 기술적 발전과 함께 동반되는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회비용은 인공지능이란 허구가 인류에게 던져 주는 짐이다. 부의 편향에 대항하여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탄생시켰고, 보편적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 진영의 선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하지 않고 소득이 발생하는 인류 초유의 사건은 인공지능의 혜택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데, 부를 꼭 돈으로 재분배해야 할까. 르네상스처럼 문화, 예술, 과학, 기술, 관광, 탄소중립과 같은 분야에 재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리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면 인공지능과 인류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미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 AI의 탄생을 예고한다. 인간이 주는 가설을 통한 심층학습은 바둑과 같이 특정 분야에서만 인간을 넘어서고 있지만, 만약 인공지능이 스스로 가설을 정할 수 있다면 무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할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인간은 AI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유일한 장점인 직관력, 통찰력, 영감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하게 되는 것이다.

AI가 초지능을 갖추고 인간을 넘어선다면 큰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우려에 우리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핵 발전소를 전력 생산의 한계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일어날 확률이 적은 안전성 문제로 폐쇄해야 말지 고민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와 닮은 꼴이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인류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라는 AI의 유명한 전문가인 캘리포니아 대학 컴퓨터과학 교수인 스튜어트 러셀이 그 해답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해 탄생에서부터 진화와 미래를 전망하고 감시와 치명적 자율 무기, 일자리 등 AI의 오용과 초지능이 가져올 혜택과 인류 파멸 사이의 여러 가지 논쟁들을 소개한다. AI를 바라보는 시각을 인간화 하여 이타적인 기계, 원칙과 겸손을 겸비한 기계, 인간의 선호를 예측하는 기계 등 이로운 AI로의 발전 방향을 제안한다.


민주주의 국가, 특히 미국은 사회적 관심사에 가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막는 데 대체로 주저해왔다. 아니, 헌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지나 않을까 하는 타당한 두려움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참인 정보를 접하지 못한다면 사상의 자유도 없다는 개념을 추구하기보다는 결국에는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소박하게 믿고 있는 듯한데, 이 신뢰는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독일은 예외다. 최근에 네트워크 시행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콘텐츠를 플랫폼에 미리 정한 규정에 따라서 증오 발언과 가짜 뉴스를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먹히지 않는 것이고 비민주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민주주의가 태동했을 당시에는 정보의 공유와 전파 속도가 한정되어 있었고, 진실에 대한 요구가 솟구쳤으므로 표현의 자유가 주요 핵심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정보의 제약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난무하는 가짜 뉴스와 정보들은 공동체의 평온을 위해서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 가두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가짜 뉴스와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에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혜택과 통제 불능의 위험 사이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삶과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이득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방법과 제도를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200여 년 전 산업혁명 당시 일자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기계들을 부쉈던 것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인공지능을 파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게 되는 시점이 도래하게 된다면 인류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게 된 상황일 것이다. 200년 전에는 인간이 집어 던질 수 있었지만 인공지능은 그전에 인간을 통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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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세계
고정기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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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출판되는 과정에서 편집자는 어떤 역할을 할까? 책을 여럿 읽어봤지만 사실 편집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저자와 출판사 정도 까지다. 영화 엔딩부에 화면에 올라가는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 못 하듯이 편집자는 독자들에게 그림자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편집자의 세계'를 통하여 편집자가 원고를 읽고 수정하고 출판을 도와주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신인 작가의 발굴, 기획, 출판, 저자와의 소통, 마케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책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책을 바라보는 시야가 편집자의 눈을 통해 확장된 것 같다.

편집자는 많은 원고들 사이에서 보물을 찾는 후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지 않고 보물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쌓여있는 원고들 속에 파묻혀 살 수밖에 없다. 독자들 보다 한발 앞서 원고를 뒤적거리면서 세상에 드러내어 저자의 하얀 속살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편집자의 주요한 역할이다.

매개자로서 편집자는 저자를 도와주고, 살펴주고, 독려하는 배려자가 되어야 하고,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들이 담길 수 있도록 하여 이익 창출과 행복감, 지혜, 지식들을 전달한다. 물론 출판사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편집자는 책에 대한 철학을 갖고 시대의 흐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요즘처럼 시대의 흐름에 너무 편성하여 내용의 질적인 측면에서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경우는 독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겠지만 분명 현실 감각은 필요하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존 스티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당대의 미 서부의 농민 개척사를 다룬 시대물로서 편집자인 '파스칼 코비치'의 시대적 감각과 저자에 대한 격려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편집자는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태교를 하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편집자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무엇이었는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편집자는 하나의 기능공으로서, 자기의 기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 날카롭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편집자는 부적격, 부정확, 오보, 허튼소리, 속임수를 용서하지 않는다. 편집자는 재능을 위해서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해서, 그리고 정보의 최대한의 보급을 위해서 싸운다. 편집자는 그래픽 아트에 관한 모든 기술이나,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데 뛰어난 재주가 있다.

편집자는 사고와 추리 그리고 예측에 있어서 두뇌 회전이 빠르다. 편집자는 그에게 행운이 있기를 빈다. 편집자에게는 수많은 역할이 요구된다. 새로운 원고를 대할 때마다 편집자는 새로운 기획과 신인의 등용, 그리고 새로운 형식에 자신을 적응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편집자는 자기가 담당하는 신간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실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면서 유연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직업적 소양과 철학적 사고와 행동 방식이 창의적인 기술적 요구가 필요한 다른 직업에서도 분명히 요구되는 내용이다. 물론 멀티태스킹은 일의 집중도를 산만하게 만드는 단점도 있겠지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채택하듯이 일에서도 어느 선 까지는 멀티태스킹을 유연하게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양성에서 창의적인 생각들이 솟구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삭스 코민스가 이야기 한 것처럼 수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힘들겠지만.

죽는 날까지 교정지를 놓지 않았던 한 편집자의 모습에서 삶이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한참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나의 선택은 어떤 가치관을 펼쳐 내었는가.

한 권의 책을 출판하기 위한 편집자의 노력은 어머니의 산고와도 같다. 내가 출판한 책들이 독자들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편집자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편집자의 세계'1986년에 국내에 처음 출판되었는데, 20세기 초반과 중반에 걸친 미국 출판계의 유명한 편집자들의 이야기들을 전설처럼 이야기하듯 엮어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편집자의 모습과 나의 역할이 오버랩 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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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이야기 - 자연에게 배운, 영원히 지켜내야 할 것들
이본 쉬나드 지음, 추선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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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용품 전문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옷의 소재를 만들고, 면의 소재인 목화는 유기농으로 생산한 것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출의 1퍼센트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종이도 100퍼센트 재생용지를 사용한다. 그야말로 ESG 경영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파타고니아의 CEO는 친환경적 기업 운영이 이익 창출에 다소 손해를 끼칠 텐데도 불구하고 왜 친환경적인 비즈니스를 택한 것일까?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은 어떻게 사명이 되었을까?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 더'는 유년 시절부터 전문 산악인들과 함께 암벽등반을 시작하여 전 세계 수많은 곳의 암벽과 동벽을 올랐고, 스키, 카약, 낚시 등 모험을 즐겨 했다. 암벽을 등반하면서 가볍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피톤을 자신의 대장간에서 직접 제작하는 등 전문적인 산악인으로서 명성을 날렸다.

자신을 있게 해준 빙하, , 눈 등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기후변화 자연 파괴로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통해 받았던 고마움을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를 통해 보답하고 있다. 환경단체를 직접 후원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이야기'는 삶의 대부분을 자연과 함께 했던 한 남자의 거친 여정을 안내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80대 파타고니아 CEO의 희망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저자의 인생 드라마는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접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도양의 작은 섬에는 50~400명가량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외부에서 온 사람과는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으며 원주민들은 마찰력을 이용해 불을 일으키는 방법조차 몰라서 불이 꺼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집에 보관해두고 있다고 한다. 인도 정부가 낙하산으로 특수부대를 파견했지만 원주민의 화살 공격으로 철수했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주변 섬에서 서핑을 즐겼는데 멀리서 보이는 원주민들의 모습에 불편함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원주민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그들이 사라지면 그들이 작은 세상에서 그동안 쌓아온 지식도 함께 사라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2004년 끔찍한 지진이 일어나고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발생했는데, 그 섬의 원주민 중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진이 나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그들의 오랜 지혜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새로운 과학과 기술을 배우고 창조하고 있지만, 자연 발생적인 재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마움을 모른다면 재앙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인도양의 원주민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 문화의 충격파가 쓰나미처럼 몰고 올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피톤, 크랙, 웨지, 베르글라, 다이 히드럴, 렛지, 침니, 슬랩 등 암벽 등반과 관련된 전문 용어들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글과 사진 속에 그려진 저자의 모습에 동화되어 내가 암벽을 등반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높은 데는 잘 오르지 못하는 나의 소심함도 한몫 기여했을 것이다. 암벽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올라가는 과정이 의미 있는 목표라고 말하는 이본 쉬나드의 텍스트에서 행간의 보폭이 상당히 길었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도 분명히 여정 중의 하나이지만 올라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짜릿하고 고된 과정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무는 이유는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의 모험심이 발동해서일까 이 책을 읽는 2주 동안 5곳의 산(감악산, 관악산, 소요산, 내변산, 수락산)을 올랐다. 일주일에 한 곳 오르는데 비하면 꽤 많이 오른 편이다. 무덥고 험한 곳을 찾았지만 또 가고 싶은 이유는 왜일까. 이번 여름휴가는 파타고니아 이야기와 5곳의 산행으로 멋지게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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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읽는 러시아 역사
마크 갈레오티 지음, 이상원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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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의 칭기즈칸, 프랑스의 나폴레옹, 독일 히틀러의 강력한 군대를 이겨낸 유일한 나라는 어디일까?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가 유럽과 아시아를 품고 있고 바다, , 강 등 지리적인 방어선이 없고 너무나도 넓은 국경선은 외세의 침략에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강한 제국의 침략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힘이라기보다는 희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외세의 침략에 저항할 군사력이나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후퇴하는 전략을 통한 적군의 긴 보급로와 러시아의 강력한 추위에 적군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느슨한 러시아의 전술은 수 천만 명의 희생이 뒤따랐다.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 끌려 나가야 했던 젊은 영혼들이 러시아의 역사 곳곳에 묻어나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특별함, 역사적으로 세계적 영웅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온갖 신화를 적극 동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로마제국과 동로마 제국의 뒤를 이어 제3로마제국으로서의 러시아를 주장하는 '3마설'에서부터 러시아군이 킵차크한국과 싸워 승리를 거둠으로써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난 쿨리코보 전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건드리는 중이다.

그런데, 푸틴을 숭배하고 반 서구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는 러시아인들조차 열성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서구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자국 문화도 그 추세와 같이 가기를 기대한다. 거리 한편으로는 거대한 건물 전면을 다 차지하며 그려진 위대한 러시아 장군들이 보이지만 그 맞은편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것도 다름 아닌 캡틴 아메리카 영화 개봉 광고가 똑같이 거대하게 서 있는 곳이 러시아다.

공유하는 역사적 경험, 날로 커지는 국가 간 교역, 인터넷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유럽 여행 패키지, 중국의 부상을 둘러싼 공통된 우려 덕분에 러시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유럽과 가까워졌다. 유럽 소속이라는 마음은 영토 끝 태평양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톡까지 이어진다. 러시아는 풍요로운 전통을 지닌 나라, 인적 잠재력이 여전히 거대한 나라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영화 전함 포튬킨과 볼쇼이 극장 등 문화적 유산이 풍요롭고, 피비린내 나는 역사 속데도 빛나는 승리와 영웅담, 자비로움이 존재한다. 거대한 러시아의 굵은 역사를 들여다 보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조국이 천년 역사와 우리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천명했다. 러시아인들은 조국의 과거를 다룬 영화와 책을 열광적으로 소비한다고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그러하듯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는 이데올로기적 사상이 국가나 민족이라는 허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나 혁명에서 사라져간 생명의 소중함이 과연 사상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언제 즈음 사라질 수 있을까.

정치적 사상이 편견을 만들고, 그 편견에서부터 갈등과 오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혼란의 목소리들이 사 그러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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