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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최근 나는 한국 소설의 강력한 힘을 느끼고 있다. 얼마 전에 포스팅한 <위저드 베이커리>와 이번에 읽은 <7년의 밤>으로 한국 소설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 추리소설을 탐닉하다가 이제서야 한국 소설을 읽게 된 것을 깊이 반성하는 바이다.
우리는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매일 각종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한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 네트워킹의 발전은 사건, 사고 소식을 쉽게 이슈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몇호선 막말녀', '어느 동네 살인범' 등등.
최근에는 '국물녀'라고 해서 아이가 식당에서 아주머니와 부딪히면서 뜨거운 국물에 데여 화상을 입게 된 사건이 이슈가 되었다. 사건 초기에는 여론이 '국물녀'라 불리는 아주머니의 잘못을 질타하는 입장이었지만, CCTV를 살펴 본 결과로는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서, 철없는 아이의 행동과 주의를 주지 않은 그 부모의 잘못을 비난하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이렇듯 당시의 정확한 경위를 살펴보지 않으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거나 혼동되는 경우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사건의 단면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서원'은 '최현수'의 아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서원을 '살인마의 아들'로 기억한다. 한 소녀와 그의 아비를 죽이고, 자신의 아내이자 서원의 엄마를 죽였으며, 댐의 수문을 열어 마을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 최현수의 아들로.
세상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던 서원에게 어느 날 택배가 도착한다. 그 안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과 그 날의 사건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택배를 보낸 사람의 이름이었다. 분명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남자. 죽은 소녀의 아버지, '오영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소설 속 현수는 분명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살인마가 맞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자식 하나의 목숨이 다른 사람들 100명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부모이고, 가족이다. 비록 그 죄는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연민과 안타까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에 쓰이는 게 아닐까 싶다.
소셜 네트워킹의 발달로 내 생각의 전달이 쉬워졌다. 하지만 그만큼 가벼워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안 후에 비난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쉬운 것'과 '가벼운 것'의 차이를 깨닫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