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서는 낯가림이심한 편이다. 그림도 내겐 낯선 세계인데, 그저 보이는 것 말고 그림 뒤에 숨은 이야기를 읽는 건 괜히 어려울 것 같아 망설여진 게 사실이었다. 한데 이종수 작가가 풀어내는 그림이야기는 습자지처럼 나를 흡수했다. 흥미로운 소설 한 편처럼 금세 시공을 뛰어넘어 나를 조선시대로 데리고 갔고, 붓끝을 응시하게 했다. 책 중간중간 선물처럼 펼쳐볼 수 있는 그림이 삽입된 것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단순히 책 한 권의 의미를 뛰어넘어 화랑을 둘러보는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그림을 많이 만났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 있다면 눈빛 형형한 윤두서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