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고 실속있는 기획입니다.

이유식 + 그림책 즐거운 e만남
김양현, 김향미 지음 / 프리미엄북스 / 2003년 1월

그동안 왜 이런 종합선물세트를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이유식 책 따로 그림책 소개서 따로 그렇게 나오지 않았던가요? 표지색깔이 밝아서 눈에 띈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이유식과 그림책의 만남이었습니다. 출판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참 종이 질감이 좋았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느낌의 종이랍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었습니다.

정말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의 가장 커다란 일과가 이유식 만들기와 그림책 읽어주기 같습니다. 가까이서 본 저희 언니만 해도 그랬답니다. 언니도 이제 둘째를 출산했고 조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아기 엄마의 생활을 간접체험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떤 죽을 쑤는지 조카에게 죽을 쑤어 주고 있습니다.

저희 언니처럼 아기를 키우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되는 책 같습니다. 일일이 책을 찾거나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고서도 요긴한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있습니다. 언니도 보면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주문하던데 컴퓨터 앞에 앉을 필요없이 그림책을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친구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각자 이유식과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입니다.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아서 읽기에 편안하고 더 부담이 없었습니다. 책이 약간 두껍긴 하지만 술술 읽어내려갑니다. 칼라라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친구끼리 상부상조하다니 아주 바람직한 우정입니다.

그런데 아기를 키우다보면 이렇게 다들 이유식 도사가 되고 그림책 도사가 됩니까? 어떻게 끊임없는 정보가 교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희한했던 점은 아기들 아플 때 먹는 이유식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열 날 때나 기침할 때 먹는 이유식이 있다면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것 같습니다.또 사진으로 나온 이유식 사진도 약간 어설프긴 하지만 직접 만든 흔적이 엿보입니다. 저희 언니처럼 요리 못하는 사람도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사진이었습니다. 솔직히 다른 이유식 사진은 너무 완벽해보여서 저희 언니는 싫어했답니다.

그림책을 소개한 부분도 많은 분량의 그림책을 소개했던데 정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 책을 보는지 놀랬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만 많이 보는 것인지 보통의 아이들이 그만큼 보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림책을 참 자세하게 분류해 놓았습니다. 나이별로 나누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뒷편에 나오는 작가별로 나눈 부분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어떤 페이지는 아이와 읽어주었던 내용을 실어놓았습니다. 어떻게 읽어줄 지 모르는 분들은 그대로 따라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보기 드물게 아주 참신하고 실속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언니도 꽤 만족해 하면서 아이디어가 좋다고 했습니다. 한 번 보고 그만인 책이 아니라 식탁에 놓고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유식이 진짜 쉽다고도 했습니다. 그림책도 방대한 소개에 백과사전 같다고 했습니다. 이 책 덕분에 전 언니한테 아주 사랑받고 있습니다.
아기 키우는 엄마들께서는 꼭 보시기 바랍니다.

한 눈에 '확' 가슴에 '팍팍' - 태교동화의 진수

엄마가 들려주는 태교동화 ㅣ 태아를 위한 행복한 글읽기
김양현 지음 / 프리미엄북스 / 2007년 12월

'태교동화' 코너로 가 보았죠. 워낙은 인터넷 주문을 많이 하는데 학생인 제가 '태교동화'를 고르려니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하려구요. 언니가 큰 조카 때 태교를 소홀히 해서 맘에 걸리더란 얘길 하길래 '건강하고 총명한 조카'의 탄생을 위해 이모가 나섰답니다. '태교동화' 관련서적이 많았습니다. 그 중 부드러운 그림에 폭신거리는 책이 단연 끌렸습니다. 게다가 겉장을 열어보니 '동요CD'까지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습니다. 다른 책도 훑어보다가 망설임 없이 선택했습니다. '탁월한 선택'이리라 굳게 믿으면서.

내용을 훑어보니 역시나!!! 첫 눈에도 '확~' 끌리더니 가슴에 '팍팍' 와 닿는 겁니다. 재미 있어서 킥킥거리고, 웃다가 보니 감동적이고, 책장을 덮으니 '교훈'도 있었습니다. '동화, 이렇게 읽어 주세요'에서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져 동화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에게도 지침이 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야기 하나가 끝나면 '아기랑 생각을 나누어요' 코너가 있던데 여기는 태담처럼 배를 쓰다듬으며 들려주라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하나에 책 2~3장 정도로 짧아서 보기도 아주 편했습니다. 거기에 그림까지 있으니 (뱃속의 아기가 그림까지 볼 수 있나?)

내용전달도 확실합니다. 어른이 읽기엔 단숨에 읽어내리지만 '태교동화'니까 숨 고르며 편안히 나즈막히 들려주는 것이겠죠? 특히 이 태교동화를 읽어 줄 땐 유념하실 사항이 있습니다. 매 이야기마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수없이 많아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반응하는게 효과적일듯 싶습니다.

1장 '지혜로운 아이', 2장 '사랑을 나누는 아이', 3장 '겸손한 아이', 4장 '욕심 부리지 않는 아이'로 자라주렴 하는 주제에 맞게 정말 IQ , EQ , MQ 모두 쑥쑥 높아지는 동화였습니다. 저희 언니가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 큰 조카도 무지 좋아했습니다. 저도 결혼해서 임신하면 꼭 주문하렵니다. 정말 강력추천입니다.

이러다가요. 저희 둘째 조카 '순한 천재 아기'가 태어나면 어쩌죠???

자연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공존

파리대왕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6월

우리에게 문명과 야만이란 과연 무엇일까? 문명화 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더 가치있고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 인간의 내면에는 자연적인 야만의 성향과 인간적인 문명의 성향이 공존하는 것이다.

<파리대왕>은 영국 초등학교 소년들이 미래전쟁에서 원자탄의 세례를 받게 될 것을 피해 피난길에 오르고 또 무인도에 불시착한 상황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스스로 규율을 세우고 그 안에서 대장을 뽑아 문명화된 또 교육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발언을 할때는 소라를 들고 해야 한다는 식의 나름대로 민주적인 정치형태의 모습도 보여주고 봉화를 만들어 구조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인식도 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갈등구조로는 문명화된 인간의 모습인 랄프와 야만적인 인간의 모습인 잭을 통해 드러난다. 이 아이들의 다툼과 싸움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내면을 보게된다. 어느것 하나 우월하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다 갖고 있는 인간의 내면을 말이다. 랄프는 굉장히 이성적이지만 추진력이 없기에 그에게는 늘 돼지가 필요했다. 여기서 돼지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랄프와 갈등을 겪던 잭은 그야말로 피를 보기 원하면서 본능적인 생활을 한다. 그를 따르는 로저 역시도 비슷한 인물로 설정된다. 유일하게 성찰적이 었던 인물은 사이먼으로서 매우 도덕적 인식의 상징이라 할 수있다.

이렇듯 <파리대왕>에서는 인간의 유형을 골고루 보여주면서 과학주의를 배격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윌리엄 고딩이 <파리대왕>을 썼던 시대적 배경을 보면, 2차대전 이후 모든 과학주의를 비판하던 시기였다. 더이상 허울좋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식은 대안이 될 수 없던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골딩은 <파리대왕>을 발표해 시대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학문의 노예라고 말하자

모색 1호 - 2001년
오창은 외 지음 / 갈무리 / 2001년 1월

우선 대학원생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하고서, 과감하게 한국사회의 대학원이라는 제도가 주는 의미를 과감하게 밝힌 것은 모색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모색의 특집에서 다루고 있는 대학원사회에 대한 비판에 대한 내용은 누구나가 공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것을 말로서 담론화 공론화 시킨다는 것은 여간해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비제도권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학문후속세대의 영역으로 이끌기 위한 모색 편집위원들의 노력은 특기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모색의 한계라면 아직까지는 중앙대대학원생을 주축으로 하고 있기에 좀더 대중적인 무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타대학원생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특집에 너무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즉 대학원사회에 대한 자성적 비판은 좋지만 이것이 주가 되어서 오히려 다른 기획들은 제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기우에서다.

실제로 아도르노에 대한 탐구는 호르크하이머와 연관해서 접근을 하는 것이 더 철학에 근접한 것이 아니었나 한다. 하지만 프리즘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신선하였다. 이제 모색의 다음 편집방향에서는 차라리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의 저자인 파농을 다루면서 오히려 모색의 분위기를 학술적인면과 함게 사회에 과감히 저항하는 성격을 지향하는 것이 좋을 듯한다. 또한 대학원사회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훌륭하나 학문후속세대론을 애기하기 보다 오히려 우리 대학원생 스스로가 학문의 노예라고 과감히 선언해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