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살다 - 12년 9개월
이은의 지음 / 사회평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에게 대기업은 조금 다른 이력서를 받는 곳. 이란 생각이 있다. 그저 남다를까 싶어 채용공고에 나온 서류전형의 양식을 보는 순간, 다른 어느 이력서에서도 없던 양식들에 당황했고 곧 피식 웃음이 났다. 나에 대학 이력서 뿐 아니라 내 가족 모두의 이력서인 것만 같아서.마치 학창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던 것처럼 내 부모의 학력, 회사, 회사내 직급, 집의 자가소유, 현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정도 등..  그렇게 대기업이란 곳은 서류전형의 양식부터가 참 높구나 하며 허탈 했던 기억.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기업, 그 삼성에서 12년 9개월을 보낸 한 여자의 삶이 담겨져 있다. 자신들의 이익앞에서는 정의도 도덕도 티끌의 양심조차 남아있지 않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다니는 대기업. 그 큰 기업과 싸운 한 여자의 12년 9개월의 기록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또는 어쩔 수 없다라는 핑계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짓밟고 살아가는가. 우리는 때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다수의 이익앞에 소수의 외침은 묻어버린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인 듯. 그리고 이익으로 뭉친 하나의 집단은 실로 거대한 힘이 있다. 그 힘앞에 거역하며 세상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

 

너무도 유명한 대기업. 잘난 사람들이 모인 그 안에서 일어난 행동들은 치졸하고 비겁했다. 하지만 그들을 비판할 수 없다. 그들역시도 따로 떨어져 나온다면 그저 길바닥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처럼 약한 존재일 뿐이니...

 

좀 더 성추행에 대한 부분이 부각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어찌보면 12년 9개월간의 긴 회사생활 자체가 모두 그녀에겐 싸움이고 전쟁이었을 것이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길.. 모두가 포기하고 순응하며 살아가지만 그렇지 않고 자신만의 정의를 바로 세웠던, 그래서 그녀를 통해 조금은 나은 의식속에 회사 생활을 하게 된 나는 읽는 내내 홀로 싸워왔을 그녀에게 참 많이 감사했다.

 

 

긴 싸움에서 이겨 주어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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