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 낯선 길에서 당신에게 부치는 72통의 엽서
변종모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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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당장 모든 걸 놓고 떠날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안식과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언젠가 나도 저곳으로 꼭 떠나봐야겠다는 목표를 심어주기도 한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쓰인 여행 에세이를 접하디 보니 단순히 여행지가 주는 즐거움이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곳에서 보고, 듣고, 사색을 기록한 글에 더 마음이 갔다. 나름의 취향이 생긴 걸 수도 있고, 여행의 즐거움이 관광에서 일상에 스며들기로 정의가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명한 관광지를 돌고,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을 소개하는 책들도, 정보와 작가의 추억이 잘 녹아낸 책들도 많이 출판되고 있지만, 여행 에세이 하면 변종모작가가 떠오르는 건 특유의 진득한 사색과 감성적인 문체로 여행지가 아닌 여행 그 자체를 동경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짧은 글과 사진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내 손과 눈을 붙잡았다. 매일 한 꼭지씩 아껴 읽고 싶을 정도로 나는 할 말이 많았고,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쉼표를 잔뜩 넣어 읽었다. 단숨에 읽어버리기엔 너무나 아쉽고,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곱씹어 읽고 또 읽었다. 구름에 반해 여행 일정을 연장해버렸다. 그 뒤론 노래를 들으며 뒹굴뒹굴하며 여유를 마음껏 음미했으며, 해질 녘 노을이 시작되면 구름을 수집하고, 구름 모으기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장소가 캄보디아라는 글귀에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내가 보고 느꼈던 그 감정을 작가도 느꼈다는 것에서, 나는 차마 하지 못했던 그 결정을 작가는 실행에 옮겼다는 것. 그리고 그 하늘을 사진으로 다시 만나봤다는 것. 잠시 책을 덮고, 주섬주섬 캄보디아 여행 폴더를 열어 추억에 잠겼다.


낯선 길에서 당신에게 부치는 72통의 엽서라는 소제목에 또 한 번 생각을 멈춰본다. 여행지에서 보내는 엽서에는 안부의 글보다 먼저 받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 읽힌다. 그 사람의 취향을 생각하며 고른 엽서,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꾹꾹 눌러 적어보는 마음이 생각만으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 작고 소소할 수 있는 행위가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일상의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비록 그 엽서를 직접 받아보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나에게 배달되 온 것 같았다.

여행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장소가 되는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과 그곳에 가 있는 나를 상상하곤 한다. 휴식과 여행의 설렘이 가득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변종모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작가의 여행지가 궁금하기보단 그곳에서의 사색과 다양한 감정들에 더 마음이 갔다. 잔잔하게 와닿는 작가의 시공간에 내 생각을 살짝 덧붙여 끄적거려본다. 삶 또한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선 것처럼 여행 또한 낯선 경험들 투성이인걸 보면 모두가 삶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아닐까?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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