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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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새벽시간의 고요함이 좋아 한동안 온전히 그 시간을 즐겼던 적이 있었다. 요즘엔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건 주말뿐이고, 체력적으로 버거움을 느끼기에 예전처럼 온전히 새벽을 즐기지 못해 아쉬움을 넘어 그립기까지 한 상태이다. 외부의 시간은 가고 있지만, 내 시간만은 멈춰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그 시간을 나는 사랑했다. 혼자 있어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기분에 정신은 맑아지고, 눈은 초롱초롱해졌다. 사각사각 필사를 하는 연필 소리, 페이지 넘기는 소리, 나로 인해 발생되는 소리만이 존재했었다. 활기 넘치고, 온갖 북적이는 소리와 사람들, 쉴 새 없이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정보들과 말들로 정신없이 보내야 하는 낮과 밤과는 확연하게 분리된 새벽시간. 나와 같이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을 책에서 만나게 됐다.

 

새벽 145분 그림 속으로 새벽 산책을 떠난다. 가만히 작가를 뒤따라 걸어본다. 사람들에게 마음이 치인 날 어떻게 하루를 보내냐고 불쑥 물어온다. 그런 날은 힘듦의 단계별로 행동지침 같은 게 있지만, 마지막 마무리는 역시나 혼자서 오롯이 보내는 시간이다. 나처럼 홀로 보내는 시간을 작가도 즐기지만, 그 방법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전문지식은 없지만, 마주했을 때 괜히 설레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그림 보는 걸 좋아한다. 전문지식까지 쌓는다면 더 사랑에 빠질 수 있을 텐데 마음만 앞설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음을 또 반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반성은 잠시 넣어둬도 좋을 책이다. 단순히 그림과 화가의 정보성 짙은 이야기를 나열한 책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나눠주는 것 같았다. 다채로운 그림과 등장인물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영자 언니의 등장에 '나도 저 말 참 멋있다'라고 생각했었는데라며, 반가움이 앞서기도 했다. 가족, 우정, 사랑, 꿈 그리고 소소한 감정들까지 그림과 잘 맞물려 공감과 위로가 되는 문장들로 재탄생되었다. 부담 없이 작가의 산책에 동행해 책 속을 거닐며, 작가의 일상에 스며든 그림들이 건네는 위로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엔 색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살짝 거칠게 미끄러지며 종이 위에 흔적을 남기는 느낌이 너무 좋다. 종이 재질에 따라 연필이나 색연필의 밑줄 긋는 느낌도 다른데, 이건 나만의 소확행! 아끼고 아끼며 책을 모시고 봤던 때와 비교하면, 꽤나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잠들지 못하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럴 땐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자.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 날은 마음이 가는 책을 꺼내들고, 가만히 작가의 뒤를 따라 걸어본다. 표시해 둔 부분을 차분히 소리 내며 적어내려가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내일의 나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할 만큼 새벽의 시간은 쏜살처럼 달려가 기어코 해가 떠오르는 걸 보게 만든다. 하지만, 새벽이 주는 고요함과 홀로 보내는 시간의 위로와 매력을 알고 있다면, 쉬이 거부할 수 없다. 특히나 사람들로 마음이 지치고, 버거운 날 어김없이 새벽이 지나도록 내 방의 불은 꺼질지 몰랐다. 그런 순간이 오면 다시금 꺼내보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다정하게 건네는 저자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시선을 붙잡는 그림을 만나면 잠시 멈춰 그림이 하려는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도 하고, 뻔한 이야기, 뻔한 말이 주는 따듯함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위로받고, 기대고 싶고, 따뜻한 온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니깐. 쉬이 넘어가는 페이지만큼이나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가 아쉬웠던 책이다. 서투르지 않고, 여유있게 작가의 산책에 동행해 보기를 추천한다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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