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번째 이름, 두부 - 유기견 출신 두부의 견생역전 에세이
곽재은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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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인생의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는 책이나 기사를 통해 많이 접해 볼 수 있었지만, 견생역전이라니! 랜선 집사를 자처하고, 강아지 덕후인 내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이야기였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회사 '바잇미'의 대표이기도 한 두부의 견생스토리! 산전수전 다 겪고 대표 자리에 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사고로 인해 한 쪽 눈을 잃고, 한 쪽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두부는 자신의 전부인 주인에게 버림받게 된다.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 장애견에 유기견,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채 문제견 신세가 돼버린 채 철장에 갇혀 안락사를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그러던 중 두부에게 첫눈에 반한 이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두부의 두 번째 엄마이자, 두부로 인해 바지 사장 자리로 밀려나게 된 사람이다. 두부의 마음의 문을 다시 열기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두부를 보듬어준다. 두부를 데려오기 위한 많은 서류도, 꼭 실외 배변을 고집하는 두부를 위해서, 하루 4번의 산책을 나가야 했고, 식이 알레르기가 있어 손 수 간식도 만들어 먹여야 했지만, 두부를 만나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하는 저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부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 에피소드라 더 좋았다. 비록 두부가 진짜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두부의 입장에서 두부의 마음과 생각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에 온기가 차곡차곡 따뜻하게 쌓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보호소의 딱딱한 잠자리도, 맛없는 사료도, 아픈 눈도 아니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던 엄마가 사라졌다는 거였다. 하루 더 자면 엄마가 데리러 오려나? 또 하루 자면 엄마가 다시 오려나? (…) '아, 우리 엄마는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 / 018

 

이곳에서 내 이름은 A1128127. 아마도 나를 따뜻하게 불러 주지 않는다. 내 이름은 다른 개들과 나를 분류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 나 역시 누가 나에게 주는 관심이 싫다. / 021


미국의 뿌리 깊은 '믹스견' 집안 출신에 말티즈는 1도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외였다. 딱 봐도 말티즈의 모습이 보였는데 말이다. 이래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일이다. 애교라곤 없다지만,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두부! 머리가 커서 후드 티를 입을 수 없는 모습마저 어찌나 귀엽던지! 당당히 회사 대표와 대표 모델을 겸하고 있으며, 밥값은 톡톡히 하고 있는 능력 CEO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두부의 관점에서 진행되다 보니 어느새 푹 빠져있었다. 두부의 시크하고도 뻔뻔한 당당함, 어딘지 모를 허당미까지 진짜 읽는 내내 하트 눈을 장착하고 읽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엄마 편, 직원들의 이야기도 교차돼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또 곳곳에 등장하는 유기 동물 처음 구조 시 행동 요령, 치아와 관절 건강 관리, 간식 레시피 등 알아주면 좋을 팁들도 등장한다.


예능국 PD를 꿈꾸던 엄마는 두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 직업진로를 과감히 변경한다. 식이 알레르기가 있는 두부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모여 반려동물 수제 간식 회사 '바잇미'가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은 두부로 인해 시작되었고, 두부로 인해 유지되었으며, 두부가 남기고 간 큰 선물이기도 했다. 두부 인생에 두 번째 엄마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두 번째 엄마가 두부를 만난 건 축복이 아니었을까? 유학시절 외로움을 달래주고, 삶의 목표를 재 설정하는 계기가 되어주고,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기쁨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준다는 것. 그게 바로 행복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버려지는 생명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났다. 한 생명을 데리고 왔을 땐 책임감으로 돌봐야 하거늘.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을 길거리로 내 몰고, 방치하는 건지. 내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 또한 반려견을 가족으로 둔 적이 있었다. 몇몇 강아지들이 우리 집을 거쳐 갔었고, 마지막 가족인 쫄 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로는 더 이상 반려견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만큼 이별의 아픔도 책임감도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두부야, 혹시 우리 쫄 리 만나게 되면, 친하게 지내줄래? 잘 부탁 좀 할게!) 'Buy 2 Give1' 캠페인은 간식 2개를 구입하면 1개는 유기 동물 보호소로 기부가 되는 착한 소비 캠페인이다. 유기견이었던 두부가 좋은 가족을 만나 따뜻함과 행복 안에서 살았던 것처럼 많이 버려지고, 길을 헤매는 유기견에게도 좋은 사람들이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의 인세 전액은 유기 동물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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