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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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종종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주변에 친구들이며 언니들이 내가 상상 속에 그리는 당사자가 되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달콤하고 마냥 사랑이 가득 차 있지 않았다. 나름의 이유로 힘들고 지치고 또다시 힘을 내고, 그 행위들의 반복 속에서 점점 무덤덤해지는 모습들을 보고,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힘들겠다. 고생이 많다. 위로의 말 밖에 해줄 수 없었다.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이고, 역할이고, 자리였기에 지금도, 딱 그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간접 경험도 경험이라고.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지 자기가 사라지는 일인지, 너무 많이 보고 들은 탓에 또 잠깐씩 봐줬던 조카들 덕분에 육아를 하는 부모를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고,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현실적으로 마주 앉아 차근차근 들어주지 못하고, 일상의 틈이 사라진지 오래인 그들이기에, 대신 이 한 권의 책으로 채워주고 싶다.


아이와 부부의 성장 과정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는 '너에게 사랑을 배운다'라는 전작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보다 한 단계 성장한 느낌으로 단연, 많은 육아에 시달리던, 시달렸던, 부모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 보통 육아 에세이가 엄마의 시선으로 엄마의 기억과 감성으로 채워져있었다면, 이 책은 조금 다르다.  함께하지만 조금은 떨어져 육아를 바라보는 여느 아빠와는 다르게 그동안 놓쳤던 부분들을 기록하고, 마음을 적어내려갔다. 아빠의 시선으로 아내와 아이를 바라본다. 아빠가 하는 육아의 힘든 부분이나 어려움, 팁이 등장하는 건 전혀 아니다. 다만, 남편으로서 아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아빠로서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동시에 아이와 함께 있는 아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가 적혀있다. 그저 사랑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들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적당한 온도에 애정을 포장하는  수식어를 잔뜩 나열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일상을 써 내려간 가족의 사랑이 묻어날 뿐이다.


짧은 글과 그림에선 가족을 향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아내를 위한 배려의 노력이 보인다. 읽는 내내 육아로 힘들어하던 친구들과 지인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나에게도 곧 찾아올 시간이라 그들이 하는 말들이 허투루 듣지도,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 그들의 힘듦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울컥하고 눈물을 쏟아 낼 그녀들. 내가 할 수 없는 공가의 부분에서 나를 대신해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며 큼지막한 손으로 다독여 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육아 공동체인 아빠의 마음으로 남편의 시선으로 아내의 고단함을 알아주고, 아내의 자리가 엄마로만 남지 않게 다정이 바라봐 줘서 고마웠다. 그저 힘들고 지친 마음 다 안다며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눈 녹듯 녹아내릴 마음일 텐데. 아내를 향한 배려와 위로의 한마디, 엄마나 아내로 행하는 모든 일에 당연함을 붙이려 하지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 모든 관심과 배려와 노력은 사랑으로 집결된다. 서로의 삶에 초대된 두 사람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초대한 아이, 도란도란 앉아 함께 먹는 밥, 그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이야기들

한 집에 모인 세 아이가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함께 자라나는 곳이 집이며, 가족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삶에 초대된 사람들이란 말이 마음에 착 달라붙어, 한동안 머릿속에서 나갈 줄 몰랐다.


여백이 많은 책이라, 아이와의 시간 때문에 일상의 여유나 틈이 부족한 엄마나 아빠가 옆에 두고, 어느 때나 어느 페이지나 펼쳐 보아도, 등장하는 위로와 공감 때문에 필요할 때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참 좋은 책이다. 서로의 존재 덕분에 사랑을 배워가는 가족, 그 가족 안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엄마와 아빠, 남편과 아내 그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게 배려와 관심, 공감과 응원의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들이 꼭! 더 많이 읽어 봤으면 하는 육아에세이다.)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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