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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기분은 작은 일로도 바꿀 수 있어 ㅣ 모피와 친구들 2
콘도우 아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한 없이 기분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을 한다.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을 그대로 방치한 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분 전환을 할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그 무언가가 참으로 한정적이긴 하지만 그 간의 검증 끝에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울적해진 기분의 단계에 따라 처방도 달라지는데, 1단계일 경우 산책을 나가거나 수다. 2단계는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고 3단계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먹는 것이다. 거기엔 아주 달달하거나 아주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도 포함이다. 이 책을 받은 그날은 딱 2단계 주의보가 발령 중이었고,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하면서 축 가라앉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세상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모피와 친구들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해피엔딩 속에 살고 있지 않았다. 우리와 같이 슬프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기쁘거나 행복해하며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모피와 숲속 친구들의 일상은 요란하지도 그렇다고 고요하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마냥 사랑스럽고 귀엽고 교훈적인 모습이 아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받는 위로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이 책에서 받는 위로는 한마디로 무장해제다. 사랑스러움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 날이 서 있던 마음도 그대로 녹아내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에 유독 약한 나는 이 책을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분명 자꾸 꺼내보고 싶어질 거란 걸!
역시나 그 예상은 적중했고, 수시로 꺼내보며 마음을 다독였다. 글보다는 그림이 더 많고, 짧은 컷 속에 등장하는 작은 친구들의 매력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보이기도 하고, 주변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해 더 마음이 갔다. 사랑스러운 겉모습도 정말 좋았지만, 그 들이 나누는 대화, 고민, 생각, 감정들 때문에 더 애정이 갔다. 그들을 따라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까지 어떤 사람이 알고 싶다면 4계절을 겪어봐야 한다는 말 덕분인지. 얇은 한 권의 책으로 인해 4계절을 지켜본 샘이 됐고,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아쉬움까지 밀려왔다. 얇은 두께 덕분에 더 쉽게 꺼내봤지만, 얼마 되지 않은 페이지 수 때문에 한 장 한 장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 마냥 감정도 빠르게 처리해 버리거나 나의 감정보다는 다른 걸 우선시할 때도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미성숙한 어른인 것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는 게 사회니까. 하지만 모피가 살고 있는 그곳에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는 모습이 참 부럽기도 하고, 좋았다. 슬픔이든 우울함이든 기쁘고, 행복한 일이든 그 감정에 온전히 집중해 나의 마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던지는 다정한 물음들, 따듯한 말 한마디, 소소한 계절의 변화가 주는 행복, 마냥 가볍지 않은 따뜻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