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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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제목만 보고선 가벼운 연애 소설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성큼 다가와 버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나에게는 잘 읽히는 책이 필요했다. 복잡한 생각들이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을 점령하는 걸 더 이상 그냥 둘 수가 없었다. 확실한 감정으로 생각을 잠시 덮어두고 싶었다. 그리고 미 비포 유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데뷔 소설'이라면 몰입도나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검증됐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대로 현실로 이어졌다. 점심시간 잠깐 펼쳐든 책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음 일정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책을 덮기 아쉬울 정도로 나는 사라의 상황에 몰입해 있었다. 사라의 지인이 된 것 마냥. 이 남자 뭐야!? 그렇게 사랑을 속삭일 때는 언제고, 연락 두절이라니? 그런데 말이야. 고작 일주일이잖아? 사라? 사랑과 시간은 비례하는 거 아니야?


무척이나 더웠던 그날, 어디선가 들리는 청량감 가득한 웃음소리. 그곳에 에디가 있었다. 양과 장난을 치며, 즐거워 보이는 그는 10대 사라의 다이어리에 등장할 법한 이상형의 모습에 가까웠다. 바로 결혼하고 싶은 남자! 그때부터였을까? 사랑의 시작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펍 안마당에서 나눠 마신 맥주 한 잔에 시작됐을까? 공통점이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보낸 달콤한 꿈같은 시간! 꿈에 그리던 남자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가슴 설레는 나날을 보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했고, 이르다 말할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미래까지 꿈꾼다. 에디와 함께한 일주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콤했고, 황홀했으며 현실을 잊게 만들었다. 각자의 계획을 취소하고 함께 있고 싶다는 에디의 제안을 거절하며, 사라는 예정에 잡혀있는 휴가와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우유 사러 나갔다가 금방 돌아올 것처럼 그렇게 잠시 안녕을 나눈 그날 이후로 그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전화도 없었다. 둘 사이의 감정은 한낱 불장난 같은 감정이 아니었음에 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한 치의 의심 없이 에디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사정이 있었겠지? 그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통의 시간으로 변해갔다. 전화도 해봤고, 문자를 보내기도, 그를 찾고 있다는 게시글까지 올려보지만 꿈같은 추억과 시간만을 남겨둔 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쯤 되면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이라 생각하고, 잊어버리라고, 그만 놓아주라고 조언하는 친구들의 말에 머리론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마음까지 속이지 못한다. 



자선사업가로 미국에서 나름의 위치에 서 있지만, 남편과는 별거 중이며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사라는 갑자기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일상이 흔들릴 정도의 복합적인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게 된다. 일주일이란 시간은 사라에게 사랑이란 확신을 주기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짧았지만 긴 여운의 기억들을 곱씹으며 그 사랑의 확신은 더 선명해졌다. 연락하지 않은 남자의 흔적을 쫓아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사정을 찾아 나선다. 진짜 나쁜 그렇고 그런 남자 아니야?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그렇지만 메시지를 확인했잖아? 무수히 많은 가정들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자연스레 사라를 따라 에디의 흔적들을 따라 가게 됐다. 그리고 사랑이란 감정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머리와 가슴이 따로 널뛰기할 때도 있다지만, 여전히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사랑에 확신을 할 수 있고, 그 확신에 온전히 의지한 채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건지. 그런 사라를 응원하면서도 한 편으론 나라면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이 둥둥 떠다녔다. 가벼운 로맨스로 시작한 이야기는 전화를 하지 않는 그 남자의 흔적들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끝에 마주한 진실은 너무나 잔인했고, 너무나 아픈 상처에 닿아있었다. 채 아물지 못했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해 도망쳐 온 상처는 사라를 19년 전 과거에 머물게 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버린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과거와 현재에서 마주하게 된 사라.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는 더 해졌다. 두 사람의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의 등장엔 또 다른 의미로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됐다. 사랑하지만, 과거의 악연으로 인해 현재의 사랑이 행복하지 못한 두 사람. 아침저녁으로 부쩍 서늘해진 가을 날씨 덕분인지 그 들의 이야기 때문인지 시큰거리는 감성이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을 만난 것 같다. 내가 겪어야 하는 슬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낯선 타인과 이야기를 하게 돼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나와 이야기할 때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정의 눈빛으로 보지 않는 사람. 그냥 나를 웃게 만드는사람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58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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