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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지는 연습을 해요
나토리 호겐 지음, 네코마키 그림, 강수연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적당히 알맞게 대하면 상처받지 않는다!
과연 그 적당히가 어느 정도이며, 그걸 조절하는 능력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 건지, 물음표로 시작했고, 책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따뜻한 봄 햇살이 온 세상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는 꽃 피는 봄날을 좋아한다. 그 봄날의 나른한 한때를 온전히 즐기는 듯한 고양이들, 개나리를 닮은 노란 표지에 성큼 봄이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아직 쌀쌀한 기온에 옷깃을 여미는 나는, 봄이 오는 순간을 재촉하고 싶어졌다. 행복도 미움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던데, 편해지는 것 또한 연습이 필요해졌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졌다. 총 4장의 큰 주제로 38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인간관계로 생기는 고민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저자는, 표면적으로 관계에 대한 처세술이보다는 내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힌트를 던진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선택사항이다. 사불 모임, 도경 모임, 설법 모임 등으로 적극적인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기에 관계에 대한 고민들을 불교의 시각으로 써 내려가고 있지만, 종교의 색 때문에 느껴지는 불편함은 다행히 없었다.
상대의 언행과 성격으로 상대의 주장이나 마음을 헤아려서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려하기 때문에 지치는 겁니다. / 21
남에게 어떤 대우를 받건 그걸 현재의 번민이나 괴로움으로 삼는 건 바로 나 자신입니다. / 84
'나는 나'라는 사실을 유념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습관을 버리자는 글로 시작하는데, 이미 다양한 책들에서 다루고 있던 것들, 인지하고 있던 내용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행동에 옮겨서 그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내 마음 정도는 내가 잘 알고, 잘 조절할 수 있을 거란 오만한 생각은 깨진지 오래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기대치는 점점 커지는데, 마음이 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관계와 상황 속에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도 머릿속과 마음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나로 살아가고 싶지만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쉽지 않기에 또는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자꾸 책으로 그 부족함을 채워가려 하는 게 아닐까? 내 책장에 비슷비슷해 보이는 책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핍에서 오는 허전함과 불안을 책으로 채워나가는 것 같다.
관계에서 오는 고민을 불교적 시각으로 서술하며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칼럼도 쓰여 있다. 인간관계가 가벼워지는 38가지 힌트에 모두 공감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인간관계의 문제는 나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나에게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내 마음을 내가 잘 다독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 마음에 와닿은 문장을 꼽자면, '마음의 날씨는 스스로 청명하게' 이다. 괜히 남에게 화풀이를 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내 스스로 내 마음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버릇을 버리는 것이다. 쉽게 써지는 문장이지만 실천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말이고,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연습 중이기도 한 말이다. 가볍게 읽어 내려가지만, 내 이야기를 만날 때면 쉽게 넘어가질 못했다. 역시 아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한 번씩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필요하다.
173페이지의 얇은 두께에 쉽게 넘어가는 책장만큼 부담 없이 꺼내 읽고,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해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용보다 먼저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단연 고양이 일러스트가 아닐까 싶다. 각 주제의 요약 한 컷처럼 38가지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는 이 책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이다.
나란 사람은 하나지만, 위치와 관계 속에서 다양한 역할과 호칭이 생겨나고, 그 모든 것들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인생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가 양산된다.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떼어내지도 외면하고 버릴 수도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피할 수 없는 고민이라면 굳이 스트레스의 방향을 굳이 나로 향하게 두지 말고, 놓아버리자! 오늘도 맑음! 마음의 날씨를 위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