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오랜만에 여행을 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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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가 도착했다! 올 초에 읽었던 두 번째 이야기도 참 재미나게 읽었는데, 세 번째 이야기는 무려 여행이야기다. 흔히 100세 시대라는 불리면서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본의 고령화 가족 이야기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70세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 69세 엄마 노리에, 40세 딸 히토미까지 평균 연령 60세인 3인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책의 첫 장부터 여행을 의미하는 귀여운 도시락이 등장한다. 어릴 때 소풍날이면 엄마는 항상 김밥을 싸주셨다. 요즘엔 다양한 속 재료들이 들어간 김밥들이 많았지만, 엄마가 싸주신 김밥은 속 재료들이 너무나도 평범하고 기본적인 것들이었는데, 소풍날의 설렘 때문인지 엄마의 손맛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이었던 게 아직도 아련한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제 김밥은 그저 밖에서 사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되어 버렸고, 무슨 핑계를 만들지 않는 이상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던 엄마표 김밥은 더 이상 집에서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 되어버렸다.

언제 읽어도 사와무라 씨 댁은 무탈하다. 평범한 하루, 평범한 삶 속에서 무엇이 소소한 즐거움인지,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짧은 몇 컷의 만화 속에서 구구절절 많은 말을 하지도 않지만 나의 모습을 볼 때도 있고, 부모님의 모습도 보여 코 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나의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져 가족과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여행을 떠나고, 같이 영화를 보고 전보다 더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지만, 어렵게 모인 만큼 그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이번에 부모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진작에 함께 다닐걸..이라는 후회와 죄송함이 말려들었지만, 이 또한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니 점점 무뎌져가는 것 같다. 잊어버리는 건 아니지만, 상기시켜주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다. 나의 나이보다 부모님의 나이 듦이 눈에 더 보이는 게 내가 그만큼 커버린 건지, 철이 들어버린 건지 잘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올해는 벌써 마스다 미리 작가의 만화도 5년 전에 잊어버린 것이란 에세이도 읽게 되었다. 에세이와 만화는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특유의 여유로움과 엉뚱 발랄한 담백하고 진솔함으로 무장한 말들이 톡톡 마음에 와닿는 것도 좋다. 그림체 또한 너무나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작가와 꼭 어울리는 그림체가 아닐 수 없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 일상이 주는 소소한 감동과 공감을 시시하지 않게 자신만의 확실한 색으로 이끌어 내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일상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고 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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