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
김해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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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번의 사랑을 논하는 사람보다
한 번의 이별을 고하지 않는 사람이 더 간절하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말이다. 사랑을 잘못 배웠다니? 사랑에 정답이 있긴 했나? 잘 배우고, 못 배운 것에 기준이 뭐란 말이야? 하며, 책을 읽기도 전에 물음부터 가득했다. 혹여나 사랑은 이런 것이다!  사랑의 정의를 들며, 가르치려 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약간의 반발심도 생겼던 것 같다. 시선을 조금 낮추자 보이는 '사랑은 원하지만, 상처는 싫은 너에게'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쿵 하고 심장이 아려왔다. 내 이야기를 하려나 보나하고..

 

우리는 꼭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외로워도 된다.  홀몸을 부둥켜안고서는 침대 위에서 세상에 홀로 남은 것처럼 끅끅거리며 눈물을 흘려도 좋다. 외로움과 함께하는 삶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진정 필요한 건 오롯이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같이 외로울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랑 (명사)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4.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5. 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 마음. 또는 그런 일.
6. 열렬히 좋아하는 대상.

마지막 책장을 덮고는 안도감이 들었다. 참 다행이다. 불면 쉬이 날아갈 듯 가볍게 쓰인 흔하디흔한 사랑 예찬론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였다. 다양한 형태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글을 만나 공감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지만, 글이 부딪쳐 나가는 일도 꽤 있다. 많은 정의들과 사랑은 이런 거야 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과연 정답이란 게 존재할까? 미치도록 공감을 했던 글들도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던 노래 가사들도 그때의 내가 아니기에 달라진 마음과 관계 때문에 더 이상 내 이야기가 아니게 되다. 사랑 글귀의 공감이 나중까지 이어지지 않는 듯 변화무쌍한 사랑이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게 하는 사랑이 나는 아직까지도 어렵다. 작가의 사랑은 이랬구나. 본인의 이야기를 미화하지도,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나는 이랬다. 당신은 그러지 말길. 나는 사랑을 잘못 배웠고, 아팠다. 당신은 사랑을 잘못 배우지 말기를
작가의 삶 위에 흔적을 남겼던 사랑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픔을, 그리움을, 찬란했던 사랑의 순간에서 사랑의 연장선에 놓인 이별까지 사랑에 대한 사람에 대한 마음의 태도에 귀띔해준다.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닳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 사람에게 맞춰가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 시작된 그 사랑에 휘둘리지 말고, 충분히 사랑을 즐기라고

 

상상처럼 핑크빛 찬란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일이다. /p.16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나를 어떤 감정으로 대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p.17

이 사랑의 주인은 분명 나니까. 사랑에 휘둘리기보다 충분히 사랑을 즐기자. 이것은 나로 시작됐으니까. /p.25

진짜 사랑은 더욱더 나다워지는 것에 가깝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의 내 모습에 더 만족하게 되는 것. 그 사람과 있으면 나다워지는 내가 참 좋아 그 사람의 옆에 머무르고 싶은 것이다. /p.83

끝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가기 어려웠다. 작가의 경험에 비슷한 경우가 있었거나, 상황이 있는 게 아니지만, 자꾸 내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과연 나는 어떤 태도로 사랑에 또는 삶에 임했었나?  이런 나를 배려해주듯 책에는 여유의 공간들이 곳곳에 존재했다. 많은 사랑에 관해 보고, 듣고, 공감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가 나의 결론이다. 단, 이 책을 통해 사랑을,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 걸 또 한 번 고민하게 됐다. 아주 간단하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이 사랑은 사랑하는 연인의 사랑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랑에 해당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랑이 어렵다면 어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고, 사랑이 아프다면, 아픈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 우선 심호흡부터 크게 뱉고 나서,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 싶다.

시간은 영원히 회귀하지만 삶은 끝난다. 시간은 영속적이지만 인간의 육체와 감정은 야속하다. 늙고 추해져 부러지고 쇠락한다. 우리의 세상은 곧 사라질 것이다. /p.32

고통은 이해받는 게 아니라, 치유해야 한다는 걸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아프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 그 아픔이 무엇인지 누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는 괜찮아질 수 없다. /p.124

삶이란 건 인간에게 주어진 진리를 찾아가는 숭고한 의식 같은 게 아니다. 물론 그런 숙명을 타고나는 누군가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어쩌다 주어진 선물 같은 거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 원을 주웠는데, 그 만 원이 어떤 이유로 나에게 왔을지를 고민하지는 않지 않는가. 얼떨결에 주어진 여윳돈으로 무엇을 할지 설레곤 하지. /p.185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우리는 너무 빨리 변한다. 내가 과거를 붙잡지 않으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너무 달라질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이지만, 아직은 조금 더 어제에 머무르고 싶다. 그게 조금 더 오늘을 사는 것 같아서. 우리는 너무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것들만 보는 것 같아서. / p.203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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