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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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오로지 맹준열'이 될 기회.


코믹 만화책 표지라고 해도 믿을 만큼 개성 넘치는 책표지에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었다. 역시나 내 예상은 맞았고, 책 읽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다시 표지로 돌아왔다. 아는 사람을 만난 것 마냥, 누가 누군지 알 것 같아 반가움까지 느껴졌다. 역시 주인공은 크게, 개구쟁이 쌍둥이도 보이고,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넷째, 아빠가 사준 모자를 사수하며 달려가는 엄마, 앞머리는 포기 못하는 누나, 저 멀리 율리야와 첫째도 보이고, 아빠까지 있는데 막내가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보니 뒤표지에 강아지와 달리던 아이가 막내구나! 완벽하게 준열이네를 알아봤다.
준열이네 사정을 알게 돼서 일까? 당장이라도 찾아가면 시끌벅적한 그 분위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동네 이웃이 된 듯하다.


7남매 중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소극적인 의사표현에 혼자 있기를 꿈꾸는 준열이지만, 맹씨가족을 대표하는 맹준열네 를 맡고 있다. 그 이유 또한 아주 간단하다. 이사 올 때쯤 준열이는 귀염 받는 막내였고, 준열이네로 불리던 중 줄줄이 동생들이 태어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준열이네로 불리게 된다. 첫째도 아니고, 막내도 아닌데 준열이네, 맹준열 외 8인으로 불리는데 마음에 들지 않은 준열이!


요즘처럼 아이를 많이 낳지 않은 시대엔 만나보기 어려운 대가족 준열이네. 대가족은 어딜 가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가족 대표로 불리는 게 싫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가족이 가족소풍도 아닌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떠날 채비를 하니 이 여행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궁리만 하는데,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준열이의 바램처럼 됐을까? 좌충우돌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은 첫 가족 여행길 '지니'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요즘 추세에 맞지 않는 가족,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반박하고 싶다가도 우리가 보통의 집과 다르다는 게 분명하다고 느낄 때면 나 스스로도 수그러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평범하지 않은 집단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포함되었다는 현실이 나에게는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이었다. / p.33


엄마는 일상이 아무리 고단해도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칠 남매를 키우느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품위를 갖추고 행복해하는 자기 모습도 머릿속으로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늘 상상과 다른 법. / p.59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 시끌벅적한 집안 분위기, 많은 형제들, 나눠가져야 할 사랑과 관심들, 세상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시선들 자신만의 생각과 감성이 마구 폭발할 시기의 준열이에겐 준열이외8인 중 하나가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도 한때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는 혼자가 되고 싶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와 혼자가 되면 갑자기 찾아온 허전함에 마음이 헛헛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모두가 성인이 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시기가 올 것이고, 분명 그대 그 시절 생각이 떠올라 그리워 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족이 버거워진 건 세상 사람들의 시선들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오지랖에 부담스러운 관심까지 뭐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거늘. 그 선을 지켜줘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어떠한 관심도 꺼주는 게 맞는 거다.


사실 나는 데이안을 여러 번 읽었다. 몇 번인지 세어 보지는 않았어도 꽤 많이 읽은 건 확실했다. 특별히 재미있거나 감명 깊어서는 아니다. 형이 가지고 있던 책 중에 무심코 꺼내 든 책이 데미안이었고 처음에는 별 호기심 없이 읽어 나갔다. 헤르만 헤세라는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이라는데 그리 와닿지도 않았다. 도서관에서 이따금 다른 책을 빌려 읽었는데 데미안보다 못한 책은 많아도 데미안보다 나은 책은 별로 없었다. 더욱이 책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식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나는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었다.
/ p.87~88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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