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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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치다 보니 별명도 많이 생겼다.
운동권 스님, 좌파, 독설왕, 청개구리 스님,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사건 등등 "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아는 스님은 법정스님, 혜민스님, 법륜스님 이렇게 세 분이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명진스님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별명들을 보면서, 스님 또는 불교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모습에 내 선입견이 잔뜩 묻어 있었나 싶었다. 그만큼 명진스님은 내가 그리고 있던 스님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 머릿속에 안착되었다.

 

책을 읽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다 길래 찾아 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별명들은 스님의 행보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붙여준 듯했다. 명진스님은 유쾌한 입담과 부드럽지만 힘 있는 어투로 고통받는 약자를 위해서라면 그곳이 어디든 현장으로 달려가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려 주시는 분이셨다.  스님의 목소리를 들은 후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스님과 마주 앉아 어떤 게 잘 사는 건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인생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런데 짧다. 너무 짧다. 섬광같이 찰나 가버린다. 다시 살 수 없는 이 인생의 순간을 살아가면서 왜 남 따라 살아야 하는가. 내 길을 가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 12쪽 -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결국은 죽는 날 빈손인 게 인생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물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나침반이다. - 13쪽 -

수행이란 것은 그 인생에 매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지 안목을 닦는 일이다. 다른 말로는 지혜를 닦아나가는 것이다. - 19쪽 -


"힘든 삶은 자기 안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내가 생각할 때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는 흔히 볼 수 있는 자기 계발서는 아닌 듯싶다.
일흔 살 아직도 좌충우돌 살고 계신다는 명진 스님의 고민과 물음의 흔적이 차곡이 쓰인 에세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민과 물음은 명진스님 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고민과 물음 또한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못한 덮어두고, 걱정만 한 물음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로 출가를 하게 됐고,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두고 험난하지만 옳은 일이라 생각하는 그 길을 소신 있게 말과 행동으로 옮긴 일화들과 이렇게 해라!라고 답을 던져주기보단 물음이 물음이 돼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이 나다운 모습일까?"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물음들
어떤 게 잘 사는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을 갖는 것부터가 답에 가까워지는 방법이고, 그 방법은 내 안에 있다는 것

우리는 그동안 기존의 길을 '어떻게(How)' 하면 잘 갈까만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왜(Why)'라고 질문한다.
'왜?'라고 질문한다. '왜?'라고 질문하면 우리가 왜 그 길을 가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이유를 알고 하는 일과 모르고 하는 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왜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무엇(What)'을 할지도 알게 된다. - 147쪽 -

우리는 모른다. 왜 사는지, 내가 누군지, 물질의 근본이 무엇인지, 우주의 끝은 어디인지, 시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단지 몇몇 지식뿐이다. 아는 게 한 개라면 모르는 것은 천 개, 만 개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모름(不知)'이 아니라 '앎(知)'을 모든 사유의 바탕, 삶의 바탕으로 두고 있는 것일까. 앎과 모름을 저울에 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모르고 약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바탕으로 삼아야 할 것은 앎이 아니라 모름이다. - 177쪽 -


" '우문'은 막막하지만 그 속에 '현답'이 있다. "


질문은 삶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어떻게'는 눈 앞의 대책을 쫓는 반면 '왜'는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는 동시에 답을 제시한다. '왜'라는 질문은 인생의 길을 찾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생각 없이 살았던 과거를 버리고 자기 길을 가는 첫발이 '왜'라고 묻는 것이다. - 148쪽 -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유레카!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게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염려와 걱정하며 삶을 낭비하기보다는 물음들에 부딪쳐보고,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묻는 깊이 있는 시간들을 가져보려는 작은 변화가 나에겐 찾아왔다는 게 중요하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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