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 개정판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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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은 저자 가랑비메이커의 장면집으로, 언제나 주목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모두가 반짝이는 걸 사랑한다면 나 하나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사랑하고 조명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언젠가 이 모든 순간이 삶의 이유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삶도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문장을 쓰고 장면을 붙들었던 저자는 그렇게 저자만의 스토리보드를 채워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장면을 간직하는 사람일까 되뇌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장면에는 이따금 내가 투영된 경우가 많아서 그 조각들을 그러모아 나라는 사람을 정의 내리기도 했다.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에 마음이 동하며, 이런 것 사랑할 줄 아는, 이런 마음도 품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 하고.

 


저자가 그린 수많은 장면들에 비친 시선은 그래서 더 따뜻하고 특별했다. 결코 주목받지 못할, 제목 그대로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장면들일지도 모르지만 그곳에서 다시금 발견되는 서사가 있었다.

 

 

 


 

 서사를 이루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애정 어린 시선에서 다시금 조명되어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은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아주고 싶은 삶으로 피어나곤 한다. ‘서사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도 대부분 이런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세상을 구하기도 하고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독자들도 그리하여 채워지는 서사가 있기를,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붙잡은 장면들이 있기를 바란다.

 

 

 

 **

삶이란 영화 속에서 지금, 어느 장르 속을 거닐고 있나요.’

내 삶이란 영화에 나레이션이 얹어진다면 지금 이 순간은 어떤 문장이 되어 당신에게 읽혀질까요.

 

 

 

 

 

 

 

 

 

 

 

 


 

 

 

 

 

 

눈 앞의 장면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건 그 안이 아닌 내안에 담긴 것들이 요동치는 순간이다.

p.39

지금 내가 만난 벽에 어떤 문을 낼 수 있을지.

그 문 너머엔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축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나는 그래, 너는 어때.

p.57

 

고여있는 것보다는 흐르는 것.

명확한 것보다는 어딘가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것.

굳게 박힌 것보다는 위태롭게 춤을 추는 것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게

왜 아직 어려서인가요.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그것들이 좋은 걸요.

p.61

넌 어떻게 생각해? 지금의 내가 너는 괜찮니.

나, 너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p.99

어느 장면이 펼쳐지던 한결같이 무표정한 사람들.

그녀는 그 얼굴들에서 나름의 고민을 짐작해보기를 좋아했고

제 나름의 심심한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둔 채 마으으로 전하는 위로가 전부였지만

그 시간들은 그녀가 그녀 자신에게 보내는 애정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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