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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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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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지요. 그럴 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춥니다.”
<한국어판 서문>중

‘ 혼자 ‘위화적인 순간’ 이라고 부르는 시간들이 있다. 너무 재밌고 뒤가 궁금한데, 갑작스럽게 가슴이 미어져서 책장을 잠시 덮고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시간, (중략) 원정에는 위화적인 순간이 무척 많았다. 
장강명(소설가)

중국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 민국 초까지의 난세때 살았던 린샹푸라는 인물의 전기적인 이야기이다. 부유한 북쪽 남자가 젖먹이 딸을 안고 원청 출신의 아내샤오메이를 찾아나섰다. 그는 아창이 말한 원청과 아주 흡사한 지역인 시진에서 머물며 자리를 잡아간다. ​

 난세 때 생존의 위기로 토비라는 세력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생존의 문제라기에 그들의 탈취는 도를 넘고 흉악범에 가까웠다. 살육을 즐기고 고문하는 것, 아녀자들을 유린하는 등 작은 마을들은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역사적으로 이 시대에 자체적인 방어집단 홍창회가 있다고 한다. 지역민들은 국가로 부터 보호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해 대안적 질서를 모색해야했다. 
 
 소설 속에서 하루아침 몰살당한 한 마을이 등장한다. 그들은 복수를 위해 총, 칼, 창을 들났다. 관리들과 결탁해서 손쉽게 무기를 구하는 토비와 다르게 지역의 민병단은 총이 턱없이 부족했다. 

“스님은 선뎬 주둔군이 청과 탄약을 가지고 성에서 나와 토비를 만나면 내던진 뒤 토비가 던져놓은 돈을 챙겨 달아나고, 토비는 돈을 던진 뒤 관군이 내버린 총과 탄약을 주어 달아난다고 알려주었다. “
P368

백성을 지켜야 할 관군이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시작하자 지킴의 도구들은 백성을 짓밟고 유린하는 도구가 되었다. 나라가 있으나 없는 것 같은 상태의 혼란의 시대였다. 차마 읽어내릴 수 없어 잠시 책을 덮어야 했다. 잔인함에 질려 덮었다가도 결국 다시 펴서 읽었다. 역사의 아픔 속 살아있는 인물들 덕에  쉬이 덮을 수 없었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 그려내는 여러 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어내렸다.

 독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조금씩 뿌려진 정보의 조각들을 모으며 리샹푸의 삶의 여정에 동행했다. 
‘원청을 향해서.’ 
 ‘원청은 어딜까 상상하며.

“나뭇잎은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 
사람은 죽으면 고향으로 돌아간다’라는 구절이 버여 구이민은 눈가가 촉촉해 졌다. “
P395

 린샹푸는 끝내 원청이 시진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리워 하던 아니 애증하던 샤오메이와는…(이미 많이 스포가 되어 말을 아낍니다)


 좋은 책은 밑즐긋는 것도 잊게 만드는 책이라고 한다. 긴 소설을 읽는 내내 플래그를 표시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페이지를 넘겼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나를 부르고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적은 리뷰입니다. 

오빤 왜 안울어? 천야오우가 대답했다. 눈물이 안나.

-토비에게 납치되어 귀가 잘려 돌아온 천야오우에게 린바이자가 묻는 장면. P241

이 난세에는 농사를 지으면 토비한테 약탈 당하거나 죽고, 토비가 되면 약탈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천융량이 대답했다. "난세에 토비로 사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토비라도 선한 마름을 가져야지요.

원청이 어딨는지는 아무도 몰라.

- 아창이 샤오메이에게. P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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