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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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지" 땅이 갈라지고 터진다는 의미의 작렬하는 마을.
작은 촌에서 직할시가 되기까지의 마을의 발전과 격변기를 쿵씨집안의 형제들과 둘째 쿵밍량의 아내 주잉의 서사를 통해 펼쳐낸다. 옌렌커의 작품은 소설 속의 구조를 빌어 현재 중국의 모습을 담아내고 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이고 주제 이지만 막힘 없는 필체와 필력에 663p라는 방대한 분량에도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분면 자례시는 허구의 공간임을 알고 읽기 시작했으나 작가가 취한 액자식 구성 덕에 사실과 허구사이에서 방황하며 읽어내려갔다. 허구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파벌과 배신,선동과 은폐의 이야기는 과거나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탓이다.



빠른 시간 안에 속전속결로 해결 보고, 마을의 이익과 돈이 절대 선과 기준이 되어버린 물질만능 사회에서, 도덕의 결여와 비인간화, 가족간의 해체 시민의식의 결여 등은 어찌보면 자명한 결과이다. 초가집을 기와지붕으로 바꾸어 준다고 하여서 눈감았던 기차에서의 도적질, 그 후 주잉의(쿵밍량의 아내)소개로 이루어진 자례시 여성들의 희생은,어떠한 개인이 아닌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들의 삶이 짓밟히고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파벌에 의한 원한과 복수로 주씨 집안의 딸 주잉은 쿵밍량에게 시집을 왔으나 자신의 계략과 모략(직업 여성)을 통해 쿵씨 집안의 남자들을 무너뜨리고 결국은 자신 또한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



"개혁 개방 아시죠? 부자되기 싫어요? 여러분의 아가씨,자매들이 여러분에게 부쳐준 돈으로 기와집을 지었다는 사실 잊지마세요.!" 침묵이 흘렀다.(중략) 물질적 흥성에는 시간의  응원이 필요한 법,사람들은 차츰 거리의 일을 묵인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처음에는 손가락 질 하던 일들을 당연시 여기고, 경악하고 경계하던 것들에 대한 무감각이 사람들에게 파고들었다.


만들어진 진실과 내적 진실 가운데서 표면에 익숙해진 인민들은 이상하다 여기지 않고, 그저 위에서 발표하는 대로 믿고 환호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 오는 돈과 보상 덕분에,자식의 죽음에 오열하던 노인들은 원망대신 감사를 하였다. 건물이 신식화되고 높아질 수록 그들은 땅과 분리되었고,생업이었던 농사대신 무료하게 노인정에 들어가야했다. 무덤가에서 정기적으로 울며 스스로 위로 받던 그들은 풍습과 역사 그리고 그들의 뿌리를 잃은 채 돈에 잠식되어져가는 인민이 되었다. 그들의 풍습을 잊은 그들의 번영은 쿵밍량시장이 살해를 당하며 끝이났다.


일주일만에 공항이 세워지고 도로가 이삼일 안에 깔리는 그 놀라운 마법같은 발전에는 인민의 피가 손가락이 다리가 흩뿌려져 있었다.
자례를 직할시로 만들기 위해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내 달라 부탁하는 쿵밍량에게 동생 쿵밍야오는
"그런것들을 건설하고 싶다면 나한테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다리 5천개와 손가락 만개를 줘.다리를 그정도 잘라내지 않고 손가락을 그렇게 꺽지 않는다면,대가도 없이 그런 작업을 단시간에 끝낼 수 있을것 같아?"
피의 대가로 며칠만에 지어지고,마침내 직할시가 되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중국의 문화 대혁명 시기의 격변기에 처한 중국의 모습을 다루었다고 하지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일까,,?
겨우 반세기만에 눈부식 성장을 한 대한민국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에 현 시점의 우리를 돌아본다.
옌롄커는 이 소설로 무엇을 고발하고 싶어했을까, 과거일까 현재에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진실과 실재일까 질문을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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