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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이 책은 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이라는 레베카 솔닛의 여성폭력에 대한 목소리와 투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 세상에 외치기까지 노력한 과정들을 담담하게 서술하며, 세상 속에 살아내는 여성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작가를 꿈꾸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담아낸 작가의 여러 다른 책들(‘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 폐허를 응시하라’ 등)의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통합적으로 작가의 목소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개인 경험이지만 공적 글쓰기를 통해 집단적 경험들로 승화되었고, 비존재 여성의 삶으로 확장되어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책입니다. 레버카 솔닛의 회고록은 동시대 여성들을 대변하고, 사회운동으로 노력한 삶과 자신의 존재를 찾는 서사를 통해 정치적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어 울림을 줍니다.
p144 “나는 책 속에서 살았다. 독서는 흔히 한 책을 골라서 그 속을 처음부터 끝가지 여행하는 일로 묘사되지만, 내 경우에는 그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그 속에 터를 잡고 산 책들도 있었다.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 책들, 그러고는 이후에도 종종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고, 그 사람들과 함꼐 있고 싶고, 그 작가의 생각과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아무 쪽이나 펼쳐 들곤 한 책들이었다.”의 문장에 줄을 그으며, 사유의 방에 머물러 단련되어진 작가의 단단함의 기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비존재가 되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을 언급한 부분도 집 안에서 작은 공간을 확보하여 그곳이 우리의 삶에 안식처가 되고 세상을 꿈꾸게 하는 자기만의 방이라는 것에도 공감을 많이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과 세상을 마주하는 여성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기만의 방을 천천히 만들어가는 그 변화의 과정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작가이면서 활동가로 성장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젊은 여성 개인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담긴 다정한 문장들은 페미니즘, 정치로 가는 통로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챕터를 덮으며 우리의 돌로 성을 지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은 동네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비존재의 시절이 담겼고, 좀 더 큰 세상에 부딪히여 여성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나서는 문장 속의 레베카 솔닛을 만나면서 삶의 신념과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음에 담을 명문장들에 밑줄을 그으며 레베카 솔닛의 정신세계와 철학을 온전히 공감하고 책을 사고 내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글쓰는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내 자리를 찾아가는 나의 삶을 성찰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