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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평점 :
‘우리를 만나다’를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매트 헤이그의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니’가 떠올랐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지 못한 주인공이 글이 쓰이지 않은 책을 다시 쓰면서 인생에서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선택을 상상해보면서 자신의 삶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되생각해보게 한다. 이 소설도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모른 상태로 기억을 잃고 로비오라는 도서관에서 텅빈 책 속의 자신만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으며 로비오라는 도서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하더라도 옆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그 존재로 인해 어두운 터널도 통과할 수 있고, 그들이 서로가 되어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공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삶을 읽는 도서관인 로비오는 판타지이지만 잃어버린 시간과 사라지지 않은 상처를 안고서 삶이라는 책장에서 상처를 읽어내고 또 그렇게 서로가 위로를 하며 지난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안아 준다. 삶과 죽음의 중간에 있다는 그 도서관에서 주인공들은 죽은자도 산자도 아니다. 타인과 대화도 되지 않고, 책이 많아도 글자가 적혀있지 않은 책들이라 읽을 수도 없지만 두 주인공은 서로가 말을 하고 서로의 책의 내용을 나눌 수 있는데, 그렇게 누군가와 ‘우리’가 된다는 것은 바로 삶에서 숨쉬는 공간같다. 그들이 비록 왜 이 도서관에 왔고, 책을 각자 읽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지, 이곳에 머물지 선택의 기로에 서지만, 그 선택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 있다. 삶도 그렇게 자신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답을 알고 싶으면 책을 읽어라.”는 사서의 말처럼 이 소설은 두 권의 책을 오가며 삶의 감정들과 복잡한 일들과 불안감을 친숙하게 느끼게 되는데, 이런 소설의 서사 과정이 두 소년과 소녀의 책을 오가며 읽는 독자가 되어 빠져든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책의 주인공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고리를 발견하는 순간 책 속의 인물과 책 밖의 인물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며 이 소설이 문학으로 던지는 질문을 무엇인지 알게 된다. 소설 속의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로서 이 책의 책장을 덮는 순간 어떤 삶을 선택하든 살아가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서로에서 중요한 존재로 살아가며 상처주기도 하지만, 무수한 삶 속에서 상처로 인한 고통과 관계의 갈등, 후회를 반복하는 현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를 다시 만나는 소설의 주인공들은 소설 속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된 감정과 상처로 타인과 오해하고, 후회하는 선택을 하는 우리의 삶에 누구든 항상 내맘같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떤 상처들은 시간이 흘러 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평생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상처는 사람을 잃기도 하고,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보다는 용기를 주고 서로를 응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관계의 ‘우리’가 되어 어떤 삶의 어려움도 극복하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응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