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소란
고정순 지음 / 여섯번째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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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더랜드의 청소년 문고 여섯번째봄의 소설 <내 안의 소란>은 그림책 작가인 고정순 작가의 소설 데뷔작입니다.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로 출판을 하여 다양한 문학 장르에 도전하기 위해 매일 글쓰는 작가로 유명한 고정순 작가의 작품에는 소외되고 우리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에세이 두 권도 이번 첫 소설도 그 결이 비슷합니다. 두 소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동물권에 관한 것, 청소년 노동자, 고단한 서민의 삶과 상처들을 담은 작가의 소설은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보듬는 작가의 따뜻함이 배어있습니다.

 

제목에서 소란이라는 단어는 이중적입니다. 마음을 소랑스럽게 하는 소란의 의미가 소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소란이라는 친구를 통해 청소년을 거치는 두 소녀의 성장과정이 독자의 마음에 소란스럽게 파장을 일으키며 힘든 청소년 노동자이지만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짠한 마음까지 듭니다.

 

아픔을 겪는 순간과 위안을 받는 경험, 그 과정을 극복하는 두 소녀의 대화와 묘사의 문장들은 현실의 삶을 디테일하고 시크하게 표현하였지만 독자의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고정순 작가의 소설은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이겨내는 힘을 보여주고 더 단단하게 삶을 직면하도록 격려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소란에 대한 주인공 자신의 묻혀진 애도의 감정들처럼 저마다 잊지 못하는 이름이 누구에게나 존재함을 깨닫게 합니다. 기억에서 사라진 수많은 소란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미혼모, 어린 노동자, 생리대도 살 수 없는 소녀와 같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삶은 하찮고 쉽게 생각되어 지는 현실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삶을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가족 구성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진짜 가족이란무엇인지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구나 결핍을 가진 존재로 공동체를 꾸린다는 의미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에는 완전체가 없습니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안정을 찾고 동시에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삶의 고단함을 겪는 개인의 삶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바로 가족입니다. 가족의 조건은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없습니다.

 

가난, 좌절된 꿈, 가족 구성원의 부재와 오해로 인한 부담스러운 관계들이 얽힌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서 겪는 상처와 그 상처를 지닌 두 소녀는 서로의 마음을 교감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담담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 하나가 있고, 늘 가까운 곳에서 밀려와 내 안의 소란이 일 듯이, 시끄럽고 어수선한 마음으로 소란이라는 소녀가 그렇게 내 안에 남아있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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