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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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우짱의 목소리로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신으로 바라보는 딸의 간절하고도 서글픈 시선을 대담하게 묘사했다. 함께 살고 있는 우짱의 가족은 서로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할머니에게 어려서부터 애정을 갈구하던 엄마는 언니를 위해 덤으로 태어난 존재로 절망하고, 사랑을 갈구하며 성장하였고, 그 사랑을 남편에게서 기대했지만, 우짱의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가서 엄마는 또 버림을 받았다. 엄마는 마음도 몸도 망가져 가족 모두에게 무거운 짐같은 존재로 남았다. 그런데 어느 날 큰 수술을 앞 둔 엄마를 두고 우짱을 억업하고 답답하게 하는 엄마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엄마에게는 깊은 상처가 있다. 딸과 엄마의 관계, 우짱과 엄마,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를 통해 안타까운 가족관계에서의 상처들을 들여다 보게 한다. ‘엄마를 임신해서 다시 낳아주고 싶다는 우짱의 바람에서 과거로 돌아가 결혼하기 전의 엄마, 우짱을 낳지 않고 자신만을 위하 삶을 사는 엄마이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엄마의 삶에 대한 후회스런 부분을 딸이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안타깝다.

 

우짱이 남동생에게 엄마 수술을 앞두고 여행을 다녀온 이유와 엄마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 독백으로 서술되는 구조다. 나약한 엄마를 지켜주고 싶은 딸의 마음이 애증이 묻어나지만 엄마를 구하고 싶은 간절함이 더 애잔하다. 우짱이 갖게 되는 기분과 감정을 세밀한 문장으로 묘사되었고,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하며, 오늘을 사는 엄마와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마시마유키오상 최연소 수상, 문예상 수상,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한 20대 초반의 우사미 린의 두 번째 작품이다. 여성이라면, 엄마이자 딸이 갖는 복잡미묘한 감정들과 화가나면서도 애처러운 양가감정을 심리학책을 보듯이 읽으면서 불안한 감정을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듯 아름다운 엄마를 연민하게 하는 소설이다. 엄마의 지옥같은 삶은 아이에게 대물림되듯 하지만 우짱의 가족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떠난 듯 한 생각이 든다. 문제가 많은 가족이고, 복잡한 가족의 심리를 젊은 소설가가 심오하게 읽어낸 문장들이 감탄스럽다.

 

엄마와 딸, 그리고 가족 관계를 심리적으로 잘 묘사하였고, 특히 사랑하지만 밉고, 고맙지만 미안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집요하게 감정을 서술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겪는 여성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을 통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미안하고, 원망스럽고, 화가 나가 나지만, 가장 소중하고, 안쓰러운 엄마의 존재에 대해 복잡미묘한 마음을 돌아보고 그 끝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남아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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