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디어에 익숙해지고, 소설을 즐겨보지 않는 청소년들이 마치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80페이지 분량의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도록 사계절 출판사가 독고독락 단편 시리즈를 펴 낸 소설 두 편을 소개합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청소년의 삶을 담은 짧은 두 편의 소설은 소설을 쉽게 접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하리라 생각됩니다.

 

조우리 작가의 <꿈에서 만나>의 소설은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을 연상시키는 NARC-19라는 잠드는 연쇄 전염병으로 되살아납니다. “잘자! 내 꿈 꿔!”라는 굳 나잇 인사를 이제는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그 꿈에 내가 나오길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꿈에 내가 나오길 바라든 바라지않든 마음의 번민과 심리적 갈등으로 흥미롭게 책을 읽었습니다.

 

청소년이라면 입시와 학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나 재해를 상상해 보았을 것입니다. 전염병에 걸렸으면 하는 친구, 절대 걸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친구도 우리의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전선들이 소설 속에 깔려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전염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꿈 속의 무의식에서 전염이 됩니다.

 

접촉의 경로가 꿈 속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무의식이 의식의 세계인 현실을 장악하게 되는 상황이며, 모두가 잠 들어 버린 세상을 상상하게 두려움도 갖게 됩니다. 우리의 무의식의 세계와 의식의 세계를 생각해보게 하며, 우리가 꿈꾸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말에 의미 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해석도 정말 다양해 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소설입니다.

 

 

조규미 작가의 <너의 유니버스>를 읽으며 유니버스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너의 우주와 나의 우주가 유기적이라는 것, 너의 우주 속에서 어느 생의 한 찰나에 내가 그 우주 속에 조우함으로써 인연이 되기도 한다는 심오한 우주의 질서를 되새겨봅니다.

 

유니버스는 스페이스라는 우주의 단어를 넘어 지구, 태양 같은 천체, 암흑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빅뱅 이후로 발생한 우주 전체의 모든 것으로 번역이 됩니다. 우주 속에서 나타난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인 이라는 친구와 대한민국의 청소년의 전형인 지훈의 만남부터 신비롭습니다. 시간여행자라는 것을 믿지 못했던 지훈이는 람이 시간여행을 끝내는 날 람의 비밀을 그 동안의 시간들을 통해 어렴풋이 퍼즐을 맞추듯 이해하고 조금씩 믿게 됩니다.

 

예정된 이들의 이별은 슬프지만 이들이 그 넓은 우주 속에서 만나 지구라는 공간에서 시공간을 공유하고 삶이 겹쳐진 그 순간은 영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람의 시간여행의 목적이 엄마가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날 유서처럼 남긴 비에 젖은 편지를 회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람의 유니버스 속의 한 순간을 지훈이도 함께 했기에 우리들의 유니버스이기도 하겠지요.

 

단편 소설이지만 감동과 재미가 온전히 담겨져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 한 편을 보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시간 여행에서 깨지 못한 얼떨떨한 그 느낌이 오래도록 머무는 여운이 큰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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