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이정록 지음, 최보윤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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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시집은 현직교사인 이정록 시인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청춘 시집이다. 교사로서의 삶 그 자체를 성찰하고 학생들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마술같은 시들이다. 나도 교사지만 그래서 교직에서 느끼지만 시인의 눈으로 본 학생들의 일상을 이렇게 주옥같은 말들로 엮어낼 수 있는 능력에 감탄하게 한다.

 

이정록 시인을 좋아하게 된 것은 시인의 그림책과 동화책을 보게 되면서이다.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이정록 시인의 그림책, 동화책, 동시집, 시집에는 교사로서 오래 활동한 일상이 묻어있다. 즐거워서, 좋아서, 재미있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시적 영감을 얻는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에서 시인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수위아저씨라고 했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주말에도 학교에 가서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매일 즐기면서 하는 것이 교사인 시인으로서의 에너지 근원이라고 했던 이정록 시인의 삶이기에 청소년의 일상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그런 감동과 웃음의 시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 짐작되는 시집이다.

 

시인은 교단을 무대로 학생은 관객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학생이 시에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수업시간 동안 관객을 감동시키고 무엇을 줘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참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들이다. 수업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 말하는 천직이 교사인 이정록 시인의 눈은 일반적인 사람의 눈을 뛰어 넘었다. 학생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승화시키는 매의 눈을 가졌다.

 

청소년 시는 이번 책이 처음은 아니다. 전작 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신작 시를 얼마나 기대하고 보게 되는지 알 것이다. 이정록 시인의 시는 순수한 청소년의 마음과 상처를 감싸주고, 학생들을 이해하게 되고, 짠한 마음이 들게 한다. 시인의 시는 해학과 풍자가 함께 있고, 유머와 재치가 넘친다. 가슴 아련하게 밀려드는 학생들 대한 애정이 넘실대는 느낌이다. 시가 이렇게 유머러스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탄하게 된다.

 

나에게 쓰는 쪽지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자는 시인의 말에는 인생철학이 느껴진다. ‘원근법은 프레임의 전환을 가져다준다. 멀어질수록 커지는 것도 있다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멀어질수록 커지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융합이라는 시에서 융합은 한송이 꽃이다라고 하였다. 지리적 사고, 창의적 사고, 유머나 경제가 함께 있고, 사상이 있어서 한다는 것이 참으로 와닿는다. ‘네시간이라는 시는 스물 네 시간 중에 네 시간은 너를 위해 쓰고, 스무 시간을 네 시간의 밑돌로 삼아 네 시간이 네 풀잎이고, 풀잎피리며, 그 피리소리에 춤을 춰라고 한다. 아직 오니 않은 나에게 선물하라고 한다...나를 찾는 시간,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간절함을 느끼게 한다.

 

빵빵한 소’, ‘한심한 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에 웃으면서 놀랍기까지 하다. ‘나무늘보를 보면서 입시에 몇 시간도 자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아빠’, ‘가장 어려운 일은 가슴 답답한 현실과 학생들의 고민이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삶의 부호’, ‘쌍자음 속에는이라는 시가 너무 좋다. 부호와 쌍자음에서 이런 생각을 창조해 낸 시인의 관찰력과 상상에 감탄하게 한다.

 

시인은 청춘은 텃새가 철새로 날아오르는 때다.’라고 하였다. 시의 많은 소재가 학교의 학생의 삶을 가져와서 표현하였고, 공부하느라 고민하느라 방황하는 청춘의 삶을 따뜻하고 유며러스하게 시로 담았다. 그런데 시집을 다 읽고 나니 40대 중분의 교사인 나도 아직 방황하며 나 자신을 찾고 있는 중이기에 잔잔한 울림이 왔고, 나는 아직도 텃새이고, 이제 철새로 날아오르는 때를 이 시집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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