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지기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 33 - 천체관측에 대한 모든 것
조강욱 지음 / 들메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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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바라보면 누구나 형언하기 힘든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가지게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날이 밝으면 다시 태양빛 아래의 현실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밤하늘이 주는 여운을 깊이 간직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는데 이를 실천으로 옮기려고 결단하는 순간 내 앞에 첩첩산중이 펼쳐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조그만 망원경을 하나 들여서 하늘을 보면 되겠지 하는 심플한 생각으로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생기는 당혹감들(이런 당혹감들조차도 약간의 공부와 고민을 거친 이후에 생긴다)을 깔끔하게 정리한 책이 '별지기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 33'이라 생각한다. 천체 관측이 진입 장벽이 높은 취미라고 하지만 이 장벽은 우선적으로 진입에 대한 적당한 안내서나 자료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흔히들 하는 말처럼 전문가들의 난센스는 일반인이 도무지 어디까지 모르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것인데 이에 반해 저자는 이 분야의 초고수 전문가로서 별을 보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초보 입문자의 상태를 거의 정확하게 파악해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런 길잡이 안내서 한 권 만으로도 초보 입문자의 막막함과 당혹감은 대부분 해소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혹감은 사라지지만 현실적 난관이 해결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난관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추어 천체관측의 고수인 저자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찐 실용서인 이 책은 천체관측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요와 함께 관측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상식과 매너들을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저자가 관측 시에 입고 다니는 방한복까지 소개되어 있으니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쉽게 쓰여 가독성이 좋으면서 혹여라도 빠뜨린 게 있을까 걱정되어 구석구석 수록한 깨알 같은 팁들은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일 내용들이며 정성스럽게 수록한 많은 사진 자료들은 천체와 관측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특히 안시 관측에 있어 독보적인 스케치 대가인 저자가 직접 그린 많은 스케치 작품들은 밤하늘의 대상들이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훌륭한 참고 자료다. 1번 '천문학과 천체관측이 다른 건가요?'에서 시작한 질문은 '별지기는 왜 별을 보나요'로 33번의 질문을 끝내고 있다. 누구나 가질듯한 기본적인 의문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별을 왜 보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까지 아우르는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별에 대한 애정과 별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독자는 읽고 나면 저자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게 되리라 생각한다.


밤하늘을 쳐다보는 일은 매일 밤 고개만 쳐들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다. 이 책을 읽고 한 걸음씩 준비한다면 천체관측이라는 취미에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저자의 이전 저서인 '별보기의 즐거움'을 이어 탐독하면 관측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별보기는 책이나 동영상으로 배울 수 없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의 한계는 명확하다. 먼저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고 천체와 친해져야 하고 관측 준비가 되었으면 자주 나가 밤하늘과 익숙해져야 한다. 자주 보고 자세히 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건 단지 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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