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내 삶의 퍼즐 조각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1
마리 콜로 지음, 박나리 옮김 / 책속물고기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씩씩하고 용감한 샤를리에게 브라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가족에게 닥쳤던 최악의 날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아이를 외부로부터 차단하려는 히스테릭한 부모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샤를르의 행동들에 조금은 선입견을 가졌던 것 같다. 두 달이라는 긴 여름방학 동안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샤를리는 새로 이사한 아파트 탐험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책을 읽어갈수록 샤를리는 매우 영특하고 예의가 바르며 마음이 따뜻하고 무엇보다 씩씩하고 용감한 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방학 동안 아파트 내 144가구를 방문하고 각 층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사진으로 찍으며 아파트 탐험록을 채워나간다.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기념품 슬쩍하는 일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샤를르는 아파트 탐험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방학 내내 집에만 갇혀 살아야 했을지도 모를 여름방학을 꽤 흥미롭게 보낼 수 있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불평을 안 하게 되다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불행하다 보면 결국에 행복해진다고 했던가..."  특히 4층에 사는 74세의 범상치 않은 소설가 괴짜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변덕스럽고 수다스럽지만 왠지 샤를리와 마음이 통하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집에 일어났던 최악의 사건에 대한 아픔을 털어놓게 된다. 교통사고로 엄마는 다리를 잃었고 동생마저 잃게 되었다는 아픔과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내며 둘은 함께 펑펑 운다. 아파트의 그 어느 이웃보다도 각별한 사이로 여름방학을 보낸 후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그동안 소설가 올가 슬라빈스키아라고 믿고 있었던 할머니는 사실 오딜 시몽이라는 치매를 앓고 있는 평범함 할머니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자신을 속인 할머니에 대해 크게 실망하며 분노를 느끼게 되지만 할머니의 '일상 관찰록'을 읽으며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나는 두 달의 방학 동안 우리가 했던 바보짓과 수다 이야기를 읽었다. 두 달간의 여정을, 서스펜스라고는 전혀 없지만 하나의 멋진 추리 소설을 읽듯이. 이 글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녀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그토록 친밀하고 부드러운 기억을 읽으며 내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돌아왔다. 우리는 함께 별일을 다 겪었다. 서로에게 거짓이 없이..."  그리고 할머니를 위해,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 레아와 아픈 엄마를 위해, 그리고 샤를리 자신을 위해 놀라운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요즘 내 삶은 조각이 2천 개나 되는 커다란 퍼즐 같다. 오늘은 그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중요한 날이다. 시시하고 우울했던 내 삶에 찾아온 가장 두근거리는 날" 이다.  샤를리는 곧 시설로 가게 될 할머니를 위해 파리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무작정 대책 없이 떠나는 여행이 아닌 엄마, 아빠께 돌아온 시간을 메모 남기고 할머니의 딸에게도 문자를 보낸 후 파리를 향해 에펠탑과 센 강변의 별을 보기 위해 떠난다. 샤를리 는 2천 개의 되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를 잘 알고 있는 씩씩하고 용감한 소녀다. "나는 이제야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커다란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열한 살의 어린 나이에 샤를리는 큰 슬픔을 겪게 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으면 낫게 되지만 마음이 아픈 걸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쉽게 '시간이 약이다'라고들 하지만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사람마다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는 법이 다를 것이다. 지혜롭게 씩씩하게 용감하게 슬픔을 딛고 다시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랜 시간 슬픔과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잊으라고 그만 놓아버리라고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슬픔 속에 빠져있으면 본인은 물론 주위에 있는 가족들마저 그 슬픔 속에서 함께 헤어나지 못하게 되고 좋다는 감정과 행복하다는 감정을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찰칵! 내 삶의 퍼즐 조각>의 샤를리는 오히려 엄마 아빠보다 슬픔을 이겨내는데 용감했다. 처음부터 대단한 결말을 기대하며 시작한 일도 아니다. 그저 온 집안에 깔려 있는 슬픔의 그림자로부터 무료하고 갑갑하고 답답하기만 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발한 생각을 해내고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게 된다. 그리고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퍼즐의 조각들을 하나씩하나씩 맞춰나가며 슬픔을 극복하게 된다. 분홍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이빨에 교정기를 찬 썩 그리 예쁘진 않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녀~ 씩씩하고 용감한 샤를리에게 브라보!!!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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