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데스크 - 책상에 담긴 취향과 삶
박미현 지음, 문형일 사진 / 미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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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상이 궁금합니다."


<마이 데스크>의 저자 박미현은 <여성동아>, <리빙센스>, <DEN> 등에서 일하는 라이프 스타일 전문 기자다.

지난 15년간 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건축, 인테리어, 푸드, 커리어 등 라이프 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인터뷰와 화보를 진행하면서 공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수많은 집을 방문하면서 그 속에 녹아 있는 그 사람의 취향과 일상, 사소한 습관 등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특히, 책상에 많은 관심이 쏠렸단다.

책상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기에, 숨길 것도 그리고 자랑삼아 보여 줄 것도 함께 공존하는 두 가지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사람이 하는 일은 물론 관심사, 그 사람의 취향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두 담겨 있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관찰하고 엿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4p)

<마이 데스크>에는 지난 15년간 잡지 기사 일을 하면서 꼭 한 번 엿보고 싶었던 15명의 크리에이터들의 책상 이야기를 담았다.

공간, 가구, 가죽, 패션 디자이너들과 해금 연주가, 뮤직비디오 감독, 요리 연구가, 향기 작가 등 하는 일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각자의 책상에 큰 애정을 품고 있고, 책상을 통해 창작과 휴식, 위안을 얻기도 한다는 그들의 책상 이야기가 궁금하다.

단순히 책상 이야기만을 담은 책은 아니라, 책상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도 이야기하고 있어,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하나씩은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영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 공간 스타일리스트 윤지영의 질서 속에 취향을 담은 책상

- Mstyle 대표 유미영의 쉼 없이 공부하는 탐미주의자의 책상

- 푸드 &리빙 스타일리스트 김유림의 자연을 바라보는 곳 어디든 내 책상

- 뮤직비디오 감독, 시안컴퍼니 대표 최시안의 내 책상은 재밌는 일이 샘솟는 창작 아카이브

- 삼플러스 디자인 대표 김진영의 내 책상은 나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 아틀리에 태인, 웨딩&라이프 스타일 디렉터 양태인의 내 책상은 나를 찾는 길

- 에잇컬러스 대표 정윤재의 책상은 하루의 시작과 끝

- 옥인다실 대표 이혜진의 책상은 귀여운 일기장

- 패션 디자이너 심웅범의내 책상은 꿈의 출발선

- 제프 대표 김승준의 책상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자인 시그널

- 코리아 CSR 대표 유명훈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담은 책상

- 굿핸드굿마인드 가구 디자이너 진선희의 책상은 나무가 자라는 숲

- 해금 연주가 천지윤의 책상은 예술로 이끌어 주는 마중물

- 향기 작가 한서형의 내 책상은 긍정의 향기

- 모야시마켓 대표 남정민의 책상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창작 스튜디오


책상은 사용자에 따라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책상만 슬쩍 봐도 직업, 성향, 성격 등을 대충 맞출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우리 집의 경우 각자 방에 책상이 있지만 방 하나를 서재로 꾸며 큰 테이블을 두고 함께 사용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쭉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도 자기 방에서 공부하거나 책 읽기보다는 서재 방으로 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항상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는데 하나의 큰 책상을 함께 사용하더라도 자기 자리의 모습은 다른 편이다.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남편, 앞으로 옆으로 책을 쌓아두는 아이들, 항상 노트북을 펼치고 있는 나까지... 우리 집 책상의 모습은 가족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고 두리뭉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이 데스크>에 소개된 15명의 크리에이터들의 책상이나 서재 또는 작업실(홈 오피스)들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감각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주로 하는 크리에이터들답게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았다.


공간 스타일리스트 윤지영 씨는 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편이라 시선을 끄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그때그때 꼭 필요한 물건만 책상에 올려놔 일의 능률을 높이고자 하기 때문에 책상이 간결하다.

그녀가 책상 위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질서란다.

그의 방식에 맞춘 대로 물건이 놓여 있으면 복잡한 생각도 사라지고, 일에 몰입도 잘 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문구류와 취향에 맞는 디자인 소품들을 질서정연하게 놓는 것은 영감과 집중력을 얻는 그만의 방식이다.

우리 집과 그나마 비슷했던 건 주로 이 책상을 쓰는 사람이 윤지영 씨이긴 하지만 정해진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밀에 필요한 물거늘 모두 치우면 남편이 쓰기도 하고 아이가 쓰기도 한다.

손님이 오면 카페 테이블이 되기도 하고, 특별한 날 파티 테이블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테이블에 경계가 없는 것 같아요. 주방 다이닝 테이블에서도 작업하고, 커피숍에서도 일을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책상 문화가 많이 변하고 있는 거 같아요." (26p)

맘스 웨이팅 푸드 & 리빙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유림 실장은 터전을 제주도로 옮겨 그가 꿈꾸던 집과 카페, 복합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달링 하버'의 문을 열었다.

그녀는 요리를 만들고 레시피를 연구하는 일을 주로 하기 때문에 책상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는데 모든 공간이 다 책상이 되는 것 같단다.

베이킹을 할 때는 작업대가 책상이 되고, 요리 레시피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는 집 모양의 구조물 밑에 있는 널찍한 테이블이 책상이 된다.

큰 테이블뿐 아니라 창가 단상 위에 높에 소반도, 꽃병이 놓인 작은 테이블도 그가 앉아서 창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곳은 모두 그의 책상이다.

그에게 책상이란 한자리에 고정된 가구가 아닌 사유할 수 있는 모든 곳이다.

아틀리에 태인에서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웨딩 & 이벤트를 컨설팅하는데, 특성 없이 트렌드만 따라가는 일반적인 결혼식이 아닌 클라이언트마다 가진 매력을 풀어내는 웨딩을 기획한다.

그의 공간 곳곳에는 거친 흙의 질감이 멋스러운 거대한 화분인 팔손이, 선인장 등이 푸르고 강한 생명력을 내뿜으며 자라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링을 하다 보니 다양한 작품을 가능한 한 폭넓게 접하려 노력하게 되었고, 공간에 생기와 생명력을 전하는 식물로 영역이 넓어지게 되었다 한다.

"가끔 직원들이 제 책상 위에 높인 컵을 치워 줄 때가 있어요. 그 마음은 고마운데 사양했어요, 제 책상은 제가 스스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책과 서류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어도 그 안에는 저만이 기억할 수 있는 순서가 있거든요. 일하면서 손이 자연스럽게 가도록 모든 물건이 저에 맞게 배치돼 있는데, 그게 틀어지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고, 일이 불편해지더라고요." (130p)

굿핸드굿마인드 가구 디자이너 진선희씨는 나무 깎는 포토그래퍼 조남룡 작가와 핸드메이드 가구 브랜드 GHGM(Good Hand Good Mind : 정직한 손길과 마음으로 좋은 가구를 생산한다)를 함께 만들었다.

GHGM는 '오래 쓸수록 빛나는 가구'를 추구하는 곳으로 나무의 본질을 살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인다.

회색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구석에 자리한 그의 책상은 벽과 천장의 큰 찬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듬뿍 받아 평화롭고 따뜻하다.

책상은 물론 의자, 서랍장 등 책상 주변의 모든 가구가 은은한 나무의 숨결이 살아 있는 원목으로 만들어져 눈과 마음이 편안하다.

"일부러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책상을 놓았어요.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풍부해 일반 형광등보다 원목 샘플 블록을 보면 색감을 조합해 보기 좋죠. 그래서인지 색감 있는 특수 목들을 활용한 디자인 작업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258p)

"나무로 만든 가구나 소품은 와인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 있는 매력을 발산하죠. 지나치게 장식을 더하는 것보다는 나무 본연의 느낌을 살려 일상 속 편안히 자리하는 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나무마다 특유의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이를 잘 표현해 내는 데 집중해요."(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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