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자작 감행 - 밥도 술도 혼자가 최고!
쇼지 사다오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밥'은 말 그대로 혼자 밥 먹는 것, '자작'은 술을 손수 따라 마시는 것을 말하니 혼자 밥 먹고 혼자 술을 마신다는 말인데 이걸 과감하게 실행한다는 '감행'이란 말을 붙여서야 했나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다.

혼밥하는 이유가 사람들마다 제각각이겠지만, 혼자 밥 먹는 게 편해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 같이 먹는 것이 불편해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으며, 그냥 밥 먹을 때가 됐는데 혼자라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업주부인 나는 매일 한 끼 정도는 혼밥을 하는 편이며, 밥 먹을 때가 됐는데 혼자 있으니까 그냥 혼밥을 먹는 거다.

밖에서도 혼밥을 먹다 보면 요즘은 혼밥이 워낙 유행이라 그런지 주변 사람도 혼자 밥을 먹든 말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경 쓰지 않으니 편안하게 혼밥을 즐길 수 있다.

일부이거나 한때... 스스로 '혼자 밥 먹는다 = 친구가 없다 =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쩌면 우리나라나 일본이 타인의 시선에 유난히 신경 쓰는 정서가 한몫하는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혼밥자작감행>의 저자 또한 오랜 시간 동안 혼밥을 즐겨왔음에도 자작을 감행할 때는 유난히 타인을 의식하고 있음을 글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난 아직 혼자 술을 마시러 가본 적은 없지만 집에서는 자작은 한다^^)

책을 읽으며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가 계속 연상이 되었다.

말투도 비슷한 것 같고 음식을 대하는 자세와 음식을 평가하는 모습에서도 고독한 미식가 아저씨가 생각나 눈으로는 책을 읽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마츠시게 유타카가 식사를 하며 음식을 예찬하는 모습이 그려지곤 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음식들은 대부분이 일본 전통 음식들인데 비주얼 맛이 어떨지 느낌이 온다.

여행을 통해 먹어본 음식들을 통해 그 맛을 짐작할 수 있었고, 솔직히 일본 음식 중 생선회, 스시, 우동, 전골류를 제외하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어 저자의 장황한 음식 설명이 다소 지루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특유의 유머가 가미된 위트 있는 한마디 한마디에 피식! 웃게 만드는 포인트가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만화가이기도 한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들도 제법 코믹스러워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혼밥을 먹다 보면 간편하게 정성 없이 한 끼를 채우기 위해 후다닥 먹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혼밥의 나쁜 예다.

간단하게 한 줄의 김밥을 먹더라도 그 속에 들어간 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느껴보고 음미할 수 있는 것은 혼밥일 때 가능하다.

혼밥을 먹으면 같이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으니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글을 읽어보면 음식에 집중하고 먹는 방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그 맛을 음미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혼밥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풍류'를 이야기한다.


아, 이건 내 개인적인 부탁인데, 호빵을 먹을 때는 꼭 양손으로 쥐여주길 바란다. 한 손으로 들고 먹으면 그 맛이 반감된다. 양손으로 먹으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맛있다. 양손에 쥐고 입까지 가져왔다면 이제 최대한 크게 입을 벌린다. 그리고 한입 가득 베어 분다. 아, 이것 역시 내 개인적인 부탁인데, 베어 물고 곧바로 씹어서는 안 된다. 한입 가득 베어 문 채 3초 정도는 그대로 있어야 한다. 따뜻하고 폭신한 것이 입안에 가득 차 있다는 행복. 입도, 입술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행복. 입술과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천천히 씹으며 음미해 보자.

(P.66)


조려지는 토란을 가만히 지켜본다. 냄비 속 토란을 굴려가며 사색은 깊어만 간다. 시간을 들여 조려내야 하는 요리에는 이런 장점이 있다. 토란조림은 사색의 계절 가을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요리다. 사색이 깊어진 만큼 조림 국물도 줄어든다. 눅진눅진, 잘 졸려지고 있다. 간장과 설탕, 다시마가 어우러진 좋은 냄새가 가을 부엌에 가득하다. 조림 국물이 완전히 졸아들면 토란조림 완성이다. 시간은 걸렸지만 생각보다는 간단한 요리였다. 토란 하나하나마다 조림 국물을 끼얹어 주는 과정이 특히나 좋았다. 일곱이라는 숫자도 좋았다. 마약 토란이 서른 개였다면 너무 바쁜 나머지 사색에 빠질 여유 같은 건 없었을 테니까. 처음 한 것치고는 맛도 괜찮았다. 뜻깊은 가을밤이었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몰려왔다.

(P. 212~212)


소개된 음식들 중 반가웠던 음식은 '거장의 버터 간장밥' 편이었는데 어릴 적 외할머니가 금방 갓 지은 밥을 밥공기에 담고 버터를 한 스푼 크게 떠서 밥을 갈라 속에 넣고 다시 밥을 덮은 후 간장을 솔솔 뿌려 주었던 그 추억의 밥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거장의 버터 간장밥'이란 레시피가 똑같았다니 외할머니도 버터 간장밥의 거장이셨구나 싶었다.

저자는 버터 간장밥에 명란젓? 멸치? 단무지?를 곁들여 먹는다는데, 아니 아니 무조건 김치다.

또 다른 추억의 음식이었던 '날계란 간장밥'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적 먹었던 계란밥 메뉴는 일본에서 넘어온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 입안이 까슬까슬 밥맛없어 할 때면 외할머니는 갓 지은 밥을 공기에 담고 수저로 가운데를 푹 눌러 웅덩이를 만든 후 날계란을 한 알 톡 넣고 간장과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른 후 주셨다.

계란 한 알 비벼 먹었는데 '오늘 닭 한 마리 먹었으니 기운 내고 학교 가자'라며 엉덩이 빵빵해주셨던 외할머니...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