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 마, 나 좋은 사람 아니야 - 세상의 기대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자기애 수업
파브리스 미달 지음, 김도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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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가 나쁜 말인가?

우리는 흔히 나르시시스트를 나밖에 모르고, 공감 능력이 없고, 배려할 줄 모르며, 우리 사회를 이기적인 사회로 이끄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치켜세우면 '뻔뻔한 사람'이라 치부되기 쉽고, 자신의 장점을 떠벌리면 '잘난 척한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항상 '겸손하라'는 사회적 규범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 이면에는 자기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며,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몰라 자기 비하에 빠지고 마는 '불행한 나'가 있다.

나르시시즘은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를 말한다.

저자 또한 나르시스를 통해 '나를 알아야 한다는 것'과 '내가 완전한 나로서 행복하게 존재할 권리를 가졌다'는 교훈을 깨닫게 되었단다.

'나르시스'라면 허영 덩어리에 자신만을 사랑하는 자기애가 강한 자를 지칭하곤 했었는데, 저자는 우리가 신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책을 통해 나르시스 신화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 자신을 몰라야 산다

나르시스는 강의 신과 물의 님프 사이에서 태어나 아들로, 나르시스가 태어날 때 예언자는 " 이 아이는 자신을 몰라야 늙어서도 살 것이다."라고 예언을 한다.(P.17)

가족들은 예언대로 나르시스가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그는 자랄수록 더욱 아름다워졌고 그를 본 사람들은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만 나르시스는 냉담하게 거절한다.

나르시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샘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나르시스는 너무나 아름다운 청년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기 자신'이라는 낯선 타인을 사랑하게 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가 죽게 되고 나르시스(수선화)란 이름의 꽃으로 피어난다.

나르시스는 참된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이유도 알지 못했고, 타인에 대한 마음도 닫혀 있었을 뿐이지, 자신을 못마땅해하거나 거짓되게 포장하고 과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아름다운 꽃으로 변신(꽃으로 환생) 하게 된 사람이며, 형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꽃으로 부활했다는 것이다.

* 너 자신을 알라

서양철학의 기틀을 마련한 소크라테스는 철학적 진보의 길을 연 위대한 사상가이다.

그가 남긴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어떻게 해야 자기실현을 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라는 요청이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도 모르면서 나와 무관한 것을 알려고 애쓰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바를 스스로 깨닫도록 이끌었다.(P.94)

소크라테스를 통해서도 나르시시즘은 이해할 수 있다.

그의 가르침으로 철학은 각 개인이 지닌 천재성을 밝혀주는 나르시스적인 앎의 시대로 들어섰지만 후대의 왜곡된 해석(이론적인 성찰과 지식 전달만 강요하는 추상적인 교육)으로 본뜻과는 다르게 전해졌다 (p.97) 고 저자는 말한다.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나르시스의 시선. 이 시선으로 우리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무관심하기보다 호기심을 갖고서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사랑하는 건 무엇보다 우리의 어떤 요소가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지 아는 것이다."라고 가르쳤다.

자신을 사랑하는 건 스스로를 탐구하는 지적인 사랑이다.

또한 이 사랑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P. 154


*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명상은 저자를 나르시시즘으로 이끌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였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용서하고 나니, 그런 약점들이 끔찍한 것이 아니라 약한 인간의 모습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고,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그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에 대한 명상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학습하라고 강의하고 다녔지만, 솔직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연습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고 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본 적도 없었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금지된 사랑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끼거나, 마음이 닫혀 있거나, 이기적인 생각이나 분노가 차 있을 때는 훨씬 더 어렵다.

부모교육을 받으러 다닐 때 이와 유사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역할극을 통해 자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아보는 수업이었다.

놀랍게도 무척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던 한 어머니는 의외로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기며 그런 자신을 싫어했고, 자식은 자기와 다르기를 기대하며 많은 것을 강요하고 다그치고 있었다.

역할극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속 깊은 마음을 읽고 깨닫게 되면서 펑펑 우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나라고 다를까... 아마 똑같았겠지.

행복의 조건은 특별하지 않다.

후회, 부끄러움, 죄책감이 없도록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데, 우리는 끝없이 희생하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뒤로 미루고, 결국 끝없이 만족하지 못한 채 행복만 좇으며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가 나일 때 가장 행복한 것임으로 두려움 때문에 숨지 않고, 다른 사람 비위 맞추지 않고, 온전한 나로 있을 때의 행복을 느껴야 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와 동백 엄마의 행복에 관한 대사가 떠오른다.

"나중에 말고 당장 부지런히 행복해야 해."

"행복하자고 뭘 그렇게 기를 쓰고 살아. 행복은 쫓는 게 아니라 음미야, 음미."

나를 사랑하는 것은 '용기'를 갖는 것이다.

누군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요구할 때, 옳은 일이 아닌 것을 요구할 때 거절할 수 있는 그런 '용기' 말이다.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는 많은 사람이 확신하는 말보다 내 의식이 말하는 것에 더 귀 기울이고 자기 자신을 신뢰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할 수 결단을 내릴 수 있단다.

언젠가부터 '근자감'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신뢰하는 것을 말한다.

모두가 나를 사랑하거나 높이 평가한다는 건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괜찮다.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나'이기 때문에 행복하고, 용기를 내어 '나'를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나르시스즘은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힘을 키워주었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것을 찾아 완수하는 일이며, 나를 알고 내 안의 인간성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결코 초라한 나로 만족하면 살지 않을 것이다.

p. 204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나를 사랑하기 위한 네 가지 준비 단계'라는 설문지(?)가 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고통, 감정, 어려움의 원인을 깊이 파고들어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앞으로 나아가 자신을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과 화해하는 일이라며 '자신과의 화해'를 먼저 시작해보게 하는 설문지다.

문항은 모두 4가지로 책을 읽기 전에 작성해 보고 책을 읽은 후 다시 한번 더 작성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록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기애를 지키는 20가지 주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일부다.(p.205~206)

- <나가기 전 거울 보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

누가를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

- <직장이나 학교에서>

작은 성취에 큰 보람을 느낀다.

의견을 말할 때 '우리'라고 말하지 않고 '나'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기보다 스스로 만족할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

- <자꾸만 자책하게 될 때>

나는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자신을 대한다.

쓸데없는 의무와 기대를 스스로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 <혼자 있는 시간에>

누군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지킨다.

나의 약점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

우선 행복하자. 행복은 성공 후 주어지는 보상이 아닌 성공을 위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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