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롭게 쓸데없게 - 츤데레 작가의 본격 추억 보정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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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

세상에 변화가 없다면 모를까...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한 지난 20세기를 살아온 우리에게 세상의 변화는 인생이었다. 

그리고 지난 10대~20대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빠지는 일은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요즘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추억 돋는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방송가에서 '복고'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영화, 드라마, 음악, 패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가 유행하고 있으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그때 먹었던 음식, 자주 갔던 장소, 시대상을 나타내는 소품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고, 이런 복고 열풍에 시간의 공유가 없는 10대부터 20~30대들까지도 시간여행을 즐기듯 복고에 열광한다.

이들에게 '복고'란 옛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 새로운 문화가 되어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라 부르기도 한단다.

희귀한 옛날 물건에 현대적 감성을 접목시켜 새롭고 독특한 복고풍인 '뉴트로'가 디자인되고 있단다.


<잉여롭게 쓸데없게>를 읽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느끼는 감정은 말 그대로 '추억 속 보물상자'를 꺼내는 느낌이었다.

잊히고 기억 속에 소멸되어 버렸던 물건들만을 떠올리게 되는 게 아니라 그때 같이 웃고 울며 그 시간을 공유했던 친구들, 가족들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되는 보물상자였다.

지나고 보면 참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돈을 낭비했던 것 같은데 그 쓸데없었던 것들 하나하나가 지금은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하는 챕터 속 이야기에는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성별이나 취미가 달라 공감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받침

지금은 없는 물건이다.

당시만 해도 품질이 별로인 종이와 연필로 글씨를 쓰면 공책이 구멍 나기 쉬워 책받침을 주로 많이 사용했었다.

물론 주기능은 그러했으나 부기능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 사진을 코팅해서 모으는 지금의 팬텀 문화의 시초쯤은 될 것 같다.

책받침의 대표 주자들은 주로 홍콩스타들과 함께 브룩쉴즈, 피비케이츠, 소피마르소라 불리는 여신 3인방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 비디오 대여점에서 여신 3인방이 출연한 영화를 빌려 보고는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볼 수도 없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진이 전국 국민학교 문구점에 쫙 깔려있고 누구나 하나씩은 책가방에 넣고 다니는 필수품이 될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픈일이었던 것 같다. 


#아가사크리스티

만화책, 만화 영화를 즐겨보다가 추리 책을 읽으면서 본격적인 독서를 즐기게 되었다.

[아가사크리스티 미스터리] 시리즈와 [셔얼록 홈즈] 시리즈 등을 정말 재밌게 읽었고 영화나 드라마로 소개되는 작품들도 빠짐없이 봤던 것 같다.

결혼 후 아이와 함께 봤던 [명탐정 코난]도 빠짐없이 볼 정도로 난 추리물을 좋아했던 걸까?


#갤러그 #테트리스

오락실에서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임이었다.

물론 보글보글, 방구차, 동키콩도 했지만 대부분 갤러그와 테트리스만 했다.

게임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어찌 보면 가장 쉽고 단순한 게임만을 했던 것 같다.

남자들만이 우글거렸던 오락실에 여자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도 테트리스와 보글보글의 영향이 컸다는 건 저자의 글을 읽으며 알게되었다.

테트리스에 대한 사랑은 국민학교 때부터 시작해 대학교 때까지 이어졌고 그 후 스마트폰으로도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PC통신

밤이 되면 가래 끓는 소리(당시 모뎀의 접속음)와 함께 PC 통신에 접속했다.

처음 들어간 PC 통신은 신기한 공간이었다.

전부 존댓말을 썼고, '누구 님'이라 부르며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서로 살갑게 굴었다.

처음 PC 통신에서 한 일이라곤 유머 게시판에 가서 낄낄거리거나 연재되는 소설을 보는 정도였는데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 즐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싸이월드

나의 첫 SNS라 할 수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미니홈피를 운영하느라 디지털카메라도 구입했고 도토리도 꽤나 구입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참 열 일 했구나 싶지만 미니홈피 속에 담긴 순간의 기억들은 추억 속의 보물상자가 되어주었다.

싸이월드를 통해 친구를 찾을 수도 있었고, 친구 찾기를 통해 커플로 발전 결혼까지 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후 다양한 SNS의 등장으로 지금은 사라져버리고 없는 보물상자가 되어버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잉여롭게 쓸데없게> 나가는 글에 적힌 저자의 글이다.

세대란 말은 내게 이상하게 들린다.

동시대와 공유하는 동질감 같은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 시절에 대한 추억 팔이 글을 쓰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이것은 과거의 기억에 대한 글이지 세대에 대한 글이 아니다.

이 글을 읽으며 의미를 찾는다면 그건 독자의 몫이다.

이 책으로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무언가 발견하게 된다면 기쁜 일이겠지만, 누가 읽는지 모를 내 입장에서는 별로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기억에 비춰 당신의 과거와 당신에게 소중했던 쓸데없는 것을 떠올리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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