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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미라 초상 - 저승으로 떠나는 죽은 자의 여권 사진
김욱진 지음 / 주류성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러분은 고대 이집트라고 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는가? 나에게 이집트라 하면 거대한 피라미드와 흩날리는 황토색 모래 바람이다. 제일 강렬하게 기억되는 영화의 한 장면! 트랜스포머라는 영화에서 나온 로봇들이 피라미드에 올라가 있는! 이렇듯 영화의 소재로도 너무나 많이 쓰이는 파라오나 피라미드! 하지만 이 책 <이집트 미라 초상>은 그보다 훨씬 가깝고도 생생한 '인간'의 얼굴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라의 관에 부착되어 있던 초상화를 통해 수천 년 전 이 땅을 살아가다 사라진 이들의 마지막 순간과 삶의 흔적을 담담히 따라가는 책이다.

저자 김욱진은 고대 이집트 문명과 미술사를 깊이 있게 연구해 온 학자이자 작가이다. 특히 이집트 장례 문화와 파윰 초상화 분야에 주목하여 수천 년 전 살았던 개개인의 삶과 일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해왔다. 유물에 담긴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치밀하게 분석하면서도, 죽은 이들의 눈빛과 서사를 따뜻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풀어내어 고대사에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내가 역사를 배우거나 관련 도서를 접할 때 마주했던 고대사나 그 안의 인물들은 그저 굉장히 먼 옛날 어느날 어느 장소의 유물로만 느꼈었다. 그러나 이 책 <이집트 미라 초상>의 표지의 초상화를 본 순간 '오! 해외 어느 곳에서 마주칠 것 같은 누군가 같은데!!'라는 굉장히 가까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승으로 떠나는 죽은 자의 여권 사진"이라는 소제목 또한 흥미를 유발했다. 죽은 자들이 전하는 인생과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들이 영원 속에 잠들면서 남기고자 했던 진짜 모습과 삶은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작가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미라 초상화를 보고 매료되었다고 한다.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파울라 모더존-베커는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로 그녀 또한 고대 이집트 미라 초상화(파윰 초상화)로부터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받은 대표적이 현대 미술가이다. 프롤로그를 보며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의 미라 초상화가 후대 현대 예술가들에게까지 깊은 울림과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놀랐다.
1장에서는 이집트의 모래사막 밑에 묻혀 있던 미라 초상화가 세상 밖으로 발굴되는 과정과 이를 세상에 알린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긴 망각의 세월 속에 잠들어 있던 유물이 어떻게 우리 현대인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인 순간들과 상황들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 한다. 2장에서는 초상화 속 인물들의 차림새, 장신구, 머리모양, 그리고 그들의 표정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당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사회적인 배경을 보여 준다. 초상화는 단순한 의식용 도구가 아닌 그 당시 사람들이 누렸던 평범하고도 치열했던 삶의 기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3장에서는 그림 뒤에 숨겨진 화가들의 존재에 포커스를 맞춰 이야기하고 있다. 죽은 이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고, 영원히 썩지 않을 얼굴을 목판 위에 담아내던 당시 예술가들의 기법과 작가 정신,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던 그들의 역할을 섬세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4장에서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지녔던 영생과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상화가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죽음 이후 신들 앞에 서서 불멸의 삶을 얻기 위해 필수적인 어떤 상징적인 역할을 했음을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다. 5장에서는 이집트 전통 양식과 로마 제국의 미술 사조가 융합되었던 로마 지배기 이집트의 독특한 장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섞이며 탄생한 아름답고도 독창적인 장례 의식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6장에서는 기독교의 확산과 다문화 사회의 변화 속에서 기존의 미라 초상 전통이 어떻게 희미해지고 종말을 맞이했는지 보여주며 한 시대의 종교와 문화가 변천하는 역사적인 순간들을 짚어냈다.

이 책 <이집트 미라 초상>을 읽고 나서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떻게 살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관한 생각들을 더 하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초상화 속 인물들의 저마다 다른 눈빛들을 통해 아쉬움도, 담담함도, 그리움도 느껴지는 듯했고 내가 저 초상화 속에 담겨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들었다. 죽음이라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선명하게 남기고자 했던 그들의 열망은,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SNS에 기록을 남기고 기억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수천년을 뛰어 넘는 시간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간이 지닌 존재의 무게와 삶에 대한 애착은 다 똑같은게 아닐까? 미라 초상화 속 그들의 얼굴을 보며 지금 이 순간 나의 삶과 내 시간들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고대 이집트라는 거대한 역사를 조금 더 다른 면에서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