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지브리 - 지브리를 통해 만나는 불교의 지혜
스즈키 도시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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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면 흰머리도 늘고 주름살도 늘고..늘어난 나이만큼 쌓아온 내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무엇으로 채워가야 할지 가만히 반추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열정이 가득했던 20대를 지나 전쟁같은 육아와 함께 한 30대를 지나 이제는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여유를 가져야 하는 시기! 딱히 종교는 없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줄 삶의 깊은 지혜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딱딱한 철학 서적이나 종교의 교리서적은 어쩐지 부담스럽고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이 책 <선과 지브리>는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비움의 미학인 '선 사상'의 만남을 풀어냈다 하여 좀 더 쉽게 책장을 펼칠 수 있었다.

 작가 스즈키 도시오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 프로듀서이다. 원래는 도쿠마 쇼텐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 《아니메쥬(Animage)》의 편집장이었으며, 이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의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연재와 영화화를 주도했다. 이를 계기로 1989년 지브리에 합류하여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수많은 명작의 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하며 지브리를 세계적 스튜디오로 성장시켰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라는 두 거장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지브리의 실질적인 살림꾼으로, 훌륭한 창작을 가능하게 만든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사상적 동반자이다.

스즈키 도시오의 <선과 지브리>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세계를 '불교의 선사상'이라는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대담집으로 작가가 여러 스님(호소카와 신스케, 요코타 난레이, 겐유 소큐 스님)들과 주고받은 깊이 있는 문답을 총 5회에 걸쳐 담아내고 있다. 목차를 살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주제들이 지브리의 철학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과거를 후회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곤 한다. 이 책에서는 '지금'을 제대로 사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지브리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수많은 모험과 선택의 순간들도 결국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삶의 태도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인 '독창성(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책은 뜻밖에도 사제관계의 '흉내'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해준다. 완벽한 것을 새로 만들어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항상 신인 감독'의 마음으로 수단과 목적을 뒤바꾸지 않는 것.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지브리가 수십 년간 거장으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 비움의 미학에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선과 악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책 속 대화에서도 지브리는 단순한 원인과 결과인 '인과'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연기'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철들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마저도 불교적 시선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라는 소제목은 블로그 서평을 쓰는 나에게도, 그리고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어쩌면 '어깨에 힘을 빼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무언가를 잘 해내고 틀리면 안되고 실패하면 안된다라는 압박감과 번뇌,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나만의 진정한 '선'이 시작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고, 그 깊은 작품 세계를 더 알고 싶으신 분

* 매일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휴식이 필요하신 분

* 복잡한 불교 철학을 일상적인 언어와 문화적 코드로 쉽고 재미있게 접하고 싶으신 분

이 책 <선과 지브리>를 읽는 동안 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따뜻한 감성이 불교의 깊은 지혜와 어우러져 좀 더 지금의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굉장히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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