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사계절 - 고양이와 함께 쓰는 필사의 시간
김규범 지음 / 깊은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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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나이 어느덧 46세! 인생에 사계절이 있다면 지금 나는 아마도 가을에 접어든 것 같다. 40대 중반 인생의 후반기를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 요즘 무언가 마음은 조급하고 또 조급하면 안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조급하지만 조금은 더 느긋하고 천천히 가야 하는 지금의 내가 만난 필사책 <사유의 사계절>!

 작가 김규범은 대학에서 IT를 전공한 후, 20여년 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회사원, 유튜버, 작가, 상담사라는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자칭 '하이브리드 휴먼'이다. 유튜브 채널 <사월이네 북리뷰>를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수많은 책을 읽고 소개하며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우리가 조금은 어려워하는 고전과 인문학을 쉽고 다정하게 풀어낸다.

"인문학은 인간이 언제 흔들리고, 무엇 앞에서 멈추며, 어떤 질문을 끝내 버리지 못한 채 살아왔는지를 오래 들여다본 기록입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네 가지 계절의 목차로 구분되어 있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을 덜어내고자 문장 앞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마음이 조급해져 생각이 빨라졌을 때 그 빠른 속도를 손으로 써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줄여준 것이다. 읽기만 하다보면 가볍게 지나갔던 글들도 쓰기라는 과정이 더해지므로 좀 더 깊어져 뇌리에, 마음에 남아 마음속에 쌓여있던 감정을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봄이라 함은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고 초록초록한 새싹이 트는 '자각의 계절'이다. 40대 들어서며 관계에 부딪치고 현실에 벽을 느낄때 문득 '지금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막연한 불안감이 찾아왔다. 이런 나에게 노자의 <도덕경>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나'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알은 곧 세계다. 깨어나라' 부분이 많이 와닿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세운 기준이 아닌 내가 세운 '진짜 나의 기준'으로 살아갈 용기, 그리고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힘을 필사하며, 인생의 후반전 좀 더 내면의 단단한 중심을 잡아야겠구나라는 마음을 먹게 된 값진 자각의 시간이었다.

여름은 푸르른 생명력이 부딪히는 '관계의 계절'이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혹은 사회에서 가장 많은 관계적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40대 중반의 나에게 관계는 엄청난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두번째 챕터의 여러 문장들을 필사하며 느낀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과 피로감은 모든 사람이 느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구나였다. 그 속에서 '내 삶을 산다는 것'의 의미를 세우고 그 의미대로 천천히 한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어느덧 성숙한 관계에 근접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은 곡식도 과일도 열매를 맺는 결실의 계절이자 이파리들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그 쓸쓸함을 마주하는 '성찰의 계절'이다. 어느덧 삶의 무게를 알게 된 나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실패나 정체기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는 나이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이 말하는 '운보다 강한 것은 태도다'라는 문장과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격언은 불안함에, 조급함에 흔들리는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기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그런 후회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보고, 그 부정적인 것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기준을 다시 세우고 삶을 어떻게 다시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챕터였다.

마지막 챕터 겨울은 책임과 귀향의 계절로 삶의 고통앞에서도 우리가 묵묵히 짊어져야 할 인간의 책임과 존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속 '패배할지언정 파괴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나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페스트>는 이런 인간의 책임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40대 중반은 어쩌면 다가올 인생의 황혼을 조금씩 준비하고, 남은 내 삶의 후반기를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갈지 고민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겨울의 끝은 결국 새로운 봄이 오기 전의 또 다른 순환의 시작이다. 겨울 끝에 다다른 작은 시작들을 품고, 다시 봄을 맞이하자는 작가의 다정한 위로가 필사를 하는 나의 손끝을 통해 가슴 깊이 전해졌다.


이 책 <사유의 사계절>은 바쁜 일상 속에서 고전을 필사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속도를 찾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인생의 중간지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40대 분들이여 귀한 고전들을 옮겨 적는 동안, 마음속에 엉킨 실타래들이 하나씩 풀리는 평온함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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