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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바다 여인의 선물>은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데니스 존슨이 2017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병상에서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고 완성한 유작 소설집이다. 과연 작가가 생의 끝자락에서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라는 물음표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데니스 존슨은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평단과 동료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들의 작가'라고 한다. 소설뿐만 아니라 시, 희곡,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그만의 독보적인 문학 체게를 구축했다. 특히 사회 변두리 인물들의 비참한 삶을 가감없이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번뜩이는 구원의 순간을 특유의 시적이고도 냉철한 문체로 그려냈다. 대표작인 <예수의 아들>은 미국 문학사의 걸작으로 꼽히며,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연기의 나무>로 2007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2017년 간암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집필에 몰두하여 남긴 유작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 이야기는 저마다의 색깔로 일상이란 결국 삶과 죽음 뒤섞인 곳임을 말해준다. 주인공들은 모두 인생의 내리막길에 있는 사람들이다. 죽어가는 전처에게 전화가 왔지만 첫째 아내인지 둘째 아내인지도 모른 채 사과하는 중년의 남자, 옷갖 일을 겪고 재활 시설에 앉아 부모, 형제, 교황과 사탄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알코올중독자 캐스, 크리스마스 이브에 환각제를 먹고 살인자에게 살인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받는 딩크, 차례차례 죽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본인의 죽음을 예감하는 노작가, 엘비스 살해 음모론과 환상에 빠져 전재산을 탕진하고 무덤을 파헤치는 집착하는 천재 시인. 저마다 이유가 있겠으나 인생의 밑바닥을 사는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며 작가는 굳이 그들을 동정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친절한 설명도 없다. 다만 그들이 처한 비참하고 씁쓸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저마다 결함이 있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있지만 그마저도 삶이라는 거대한 여정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의 유작이라는 것과 책의 내용을 같이 떠올리니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굉장히 초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을 때는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일년이 참 길다고 생각하며 어쩌면 그리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일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덤덤하지만 뜻깊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생은 형벌이자 생은 은총이라는 말! 어떤 날은 하루가 참 고되고 힘들다는 생각에 형벌인가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기쁘고 감사함에 이 하루가 내게 주어진 은총이구나. 다만 나이가 들어보니 하루를 평범하게 보내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바다 여인의 선물>은 소설이지만 가볍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삶이 허무하다고 느껴질 때, 과거를 반추하며 후회가 될 때,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천천히 읽어보면 지금의 이 하루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데니스 존슨이라는 작가가 왜 작가들의 작가인지 너무나 와닿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