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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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릴적부터 가보지 않은 미지의 장소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나!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하는 는 나! 일에 치이고 삶에 치이다 보니 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책 속의 세계를 좋아한다. 오늘은 내가 최근에 읽고 깊은 여운을 느꼈던 소설 #트레이시슈발리에 의 신작 #글래스메이커 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저자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역사 소설가로, 17세기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한 《진주 귀걸이 소녀》를 통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 위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평범한 인물의 삶을 한 폭의 그림처럼 섬세하고 생생하게 그려내는 '색채의 마법사'로 불린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옆의 작은 섬, '무라노'이다. 난 처음 들어보지만 유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무라노 유리'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시간의 흐름'이다. 소설속 주인공 '오르솔라 로쏘'와 그녀의 가족들은 15세기부터 현대까지 수백 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흐르는 시간은 우리와 다르다. 외부 세상은 수 세기가 지났지만, 오르솔라의 세상에서는 불과 몇 년밖에 흐르지 않은 듯 묘사된다. 이 신비로운 설정을 통해 저자는 베네치아의 영광과 쇠퇴를 한 여인의 삶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15세기, 유리 공예는 오직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뜨거운 가마 앞에서 유리를 부는 '마에스트로'는 남자들뿐이었지만 가문의 생계가 위태로워졌을 때, 주인공 오르솔라는 금기시되었던 유리 작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거창한 유리병이 아닌, 작고 정교한 '유리 구슬(Beads)'이었다. 남성들이 외면하던 작고 사소한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으로 가족을 지켜내는 오르솔라의 모습은 현대의 워킹맘인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권력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려는 한 여인의 끈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진주 귀걸이 소녀》에서 빛과 색을 탁월하게 묘사했던 작가답게, 이번 책에서도 유리가 녹아내리고 굳어가는 과정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다. 구리빛으로 달궈진 유리 덩어리! 바다를 닮은 푸른빛 레이스 유리!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금색가루! 책장을 넘길 때마다 베네치아의 습한 공기와 뜨거운 가마의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정말 행복한 독서 경험이었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흐릿해질 때가 있는데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전쟁과 역병, 관광객의 물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유리 구슬을 꿰는 오르솔라를 보며 마음에 큰 위로를 받았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지켜야 할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서 여운이 남는 시간이었다. 특히 베네치아라는 매혹적인 도시의 역사를 소설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인 만족감을 더해주었다. 유럽 여행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분! 화려한 역사 속에 가려진 여성들의 삶이 궁금하신 분! 트레이시 슈발리에 특유의 세밀하고 감각적인 문체를 좋아하시는 분! 이런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매혹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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