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연필이다 - 영원을 꿈꾸는 연필의 재발견
박지현 지음 / CABOOKS(CA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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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누군가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을 떠올렸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그은 연필선의 표지 제목이 연탄처럼 검고 거칠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했다. 서로간의 연상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치 않은 은유적인 의미일 듯한데 금방 유추할 수는 없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두 번째 장 연필 깎기의 장인 데이비드 리스의 이야기에 이르면 그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당신이 연필이 부러지는 것에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연필을 깎지 않고 그대로 놔둬야 해요. 하지만 그 경우에는 연필을 사용할 수 없어요. 연필을 사용하려면 깎아야 하고, 그러려면 슬퍼하거나 실망할 수 있는 부담을 짊어져야 하죠. 그게 바로 인생입니다.”



작고 평범한 물건으로 누군가에게 주목받지 못해온 연필이다. 더구나‘요새는 무언가를 쓰려면 핸드폰이 필요하다’는 목수이자 연필심 조각가 달튼 게티는 ‘세상은 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필은 우리가 항상 갖고 있었던 물건이고, 책상 위나 서랍 어디에선가 늘 우리 곁에서 함께 숨쉬어 온 도구이며, 오늘날 세월을 이겨낸 위대한 예술과 발명은 연필의 끝에서 탄생했다. 우리가 필요할 때면 기꺼이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는 연필이다. 


‘그 누구에게 /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저자 박지현은 연필도 작고, 자신도 작다는 것에 눈을 맞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영웅은 아니지만 모두가 나름의 가치를 지닌 존재인 것처럼, 작고 소소한 일상의 사물에서 큰 힘을 발견한다. “연필은 허망한 외부가 아닌 나 자신에게로 향하게 한다.” 언제나 자신의 역할을 당당히 하는 존재, 가치가 무궁무진한 존재인 연필을 자기 자신에게로 치환한다. 


즐겁고 신비로운 연필과 함께한 아홉 가지 이야기를 담은 <그래, 나는 연필이다>는 막연한 열정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이 시대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유∙자의식∙자존감을 일깨워주고 있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혀질 뿐만 아니라 웃음과 감동이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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