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프란치스코 교황 & 에우제니오 스칼파리 외 지음, 최수철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내 친구를 전도하고 싶었다. 내가 열렬한 신자도 아니고 신자로서 모범적으로 산다고 자부할 수도 없지만, 내 친한 친구가 수 많은 경험 속에서 힘들어 하는 것이 싫었다. 친구가 신앙 안에 진리를 찾고 그 안에서 자아가 튼튼해 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도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는 말했다.

"나는 주(酒)님을 믿어."

할 말이 없었다. 그 친구도 한 때 가톨릭 신자였고, 수 개월 전에는 이사한 집에 십자 고상을 두더니, 그 사이 친군 또 변덕을 부려 이렇게 말했다. 그 후, 나는 전도의 의지를 깨끗이 접었다. 그런데 교황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신앙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가운데 성장한다. 신자는 거만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실이 그를 겸손하게 만든다. 신자는 우리가 진실을 소유한다기 보다는 진실이 우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 아이를 존중했을까. 그 아이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줬을까. 함께 성장할 생각을 했을까.

나보다 아래로 보고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내가 창피했다. 나는 친구로, 함께 길을 걸을 사람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길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오만이다. 주님을 믿는 것 하나로 나는 진리를 안다고 자부하며 오만했다. 아직도 나는 오만하다. 그러나 알고 있다. 주님은 나를 겸손과 온유의 길로 안내해 주실 것이다. 내가 끈을 놓지 않는다면 주님은 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왜 나는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신앙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가운데 성장한다. 신자는 거만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실이 그를 겸손하게 만든다. 신자는 우리가 진실을 소유한다기 보다는 진실이 우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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