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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커널 심층 분석 - 개정3판 에이콘 임베디드 시스템 프로그래밍 시리즈
로버트 러브 지음, 황정동 옮김 / 에이콘출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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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세상은 문 밖에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의 의중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세상의 본색이 네트워크에 있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마주하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람의 본심도 인터넷에서는 자유롭게 나타나고 무엇보다 세계 곳곳의 정보도

접근할 수 있기에. 더구나 자동차가 없는 나에게 문 밖은 우리동네 홈플러스까지가

한계이다.







Windows 운영체제는 그런 문 밖의 세상을 보여주는 소중만 창문이다.

물론 Microsoft사만이 알고 있는 소스코드로 만들어져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Dream Spark'라는 자사 사이트에서 통합개발환경 'Visual Studio 2015 Community'를

무료로 제공하고, 학교 메일로 학생임을 인증하면 Windows 8.1 OS까지 받을 수 있다.

대학교 같은 경우 Windows OS만 수백 개 단위로 구매하는 등, 그런 확고한

자금 기반이 있기에 자사 개발환경의 세력 확대를 의도한 배려라는 점도 보인다.

그럼에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픈 학생 입장에서 Microsoft의 배려는 도움이 크다고 본다.





멀티미디어나 인터넷 웹서핑을 즐기는 사용자 입장 아래로,

다시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동영상 플레이어, 웹브라우저를 만드는

응용프로그램 API 빌드 아래로 가면 커널이라는 뿌리가 있다.

그 커널 단계 위까지는 사실 비슷하다고 보는데, Qt나 MFC나,

분명 끌어다쓰는 API 이름이나 매개변수가 다르고, 개발환경 마련하는 것도

다르지만 결과물은 거의 비슷하다. 서로 장단은 있지만 한쪽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른 쪽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영상처리 라이브러리 'OpenCV'나

데이터베이스 관리툴 'MariaDB' 등의 도구들도 사용자가 어떤 OS에 있건

자신들의 툴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그러나 커널 레벨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Windows는 kernel을

빌드할 수 없다. Windows는 대표적인 상업용 'closed source'이다.

또한 C++, JAVA, Python 등, 자신이 좋아하는 언어로 빌드해서

시스템의 아키텍처와 호환만 되면 구동되는 응용프로그램과 달리

Linux 커널은 역사가 깊은 C언어와 어셈블리어로만 빌드할 수 있다.

Windows는 'open source'인 리눅스 커널을 뿌리로 하는 '우분투(Ubuntu)'

운영체제처럼, 수 GB의 OS를 공짜로 내려받게 하고 기부금을 받거나,

쿠분투루분투주분투 처럼 변형 배포판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Windows 10 Home'을 172,000원에 팔 수 없다.




- 책에서 소개한 '리눅스 커널 메일링 리스트'에 자신의 이메일을 등록하면
하루 300개 이상의 공지, 논의, 토론이 오가는 열기를 볼 수 있다.



오픈소스 진영은 무료로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공개한 뒤,

사용자들이 직접 공구를 들고 대장간에 모이기를 기대한다.

1,800만 줄이 넘는 Linux 커널은 오픈소스 진영의 가장 뜨거운 용광로이다.

여기서 사용자는 다운로드 받은 Linux 커널 소스코드를 수정해서 다른 개발자들에게

제안할 수 있다. 물론 위 이미지처럼 네트워크 서브시스템을 자신에 입맞에 맞게

바꾸거나, 플래시 메모리 서브시스템의 버그 등을 발견해 패치로 제출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대로 커널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리눅스 커널의 아버지, 핀란드인

리누스 베네딕트 토르발스(Linus Benedict Torvalds)가 혼자서는 그 방대한 커널 소스를

감당할 수 없기에, 상위 커널 개발자, 커널의 주요 부분 담당 관리자(maintainer)로

지휘 계통이 나뉘어 개발자들의 리포트를 체크한다. 어떤 경우든 자신의 메일 수신자는

리눅스 커널 메일링 리스트 주소인 'linux-kernel@vger.kernel.org'이기에 자신이

플래시 메모리에 대해 제출한 리포트를 그래픽 디바이스, 네트워크 디바이스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그게 담당자의 마음에 드는 리포트였다면

다음 리눅스 커널 배포에 자신의 수정 사항이 반영된다. 이렇게 한국의 철수와

터키의 무하마드 등, 하나의 기업이 아닌 인터넷으로 이어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커널을 제련해가고, 점점 완벽해지는 Linux 커널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OS들의 두뇌이자 심장으로 기능하게 된다.




- 2016년 8월, 현재 최신 안정 버전은 4.7이며, 
이 책처럼 대부분의 커널 교재는 교육에 적합한 2.6버전을 도구로 한다.



'리눅스 커널 심층분석'은 그 1,800만줄의 방대한 커널 소스에 대한 윤곽을 보여준다.

이 책을 시작으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개별 디바이스나 입출력 스케줄러,

파일 시스템 등에 대한 이해는 그에 대한 별도의 책과 인터넷 자료를 찾아 시작하면 된다.

디바이스를 다루는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가 API 단에서 소켓이나 시리얼 통신을 할 때

가장 아래로 내려갔던 'send()'나 'open()' 같은 함수의 실제 구현 코드가 커널 소스코드에

들어가 있다고 하면 대략 어떤 내용물들인지 감이 올 것이다.


책이 제공하는 것은 Linux 커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췄는지,

이미 사라진 알고리즘도 얘기하면서 독자에게 감을 심어주려한다. 전체적으로

소스코드를 보며 키보드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기본개념 이해 위주라서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소스코드 실습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따로 공부하면서

진행해야하기에 시작은 기본기 위주로 다져주는 것이 좋았다.

여기서 이만 '리눅스 커널 심층분석'에 대한 독후감을 마칠까한다.





*   *   *   *   *

혹시 임베디드 기사를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Linux 커널에 대한

개념 문제는 이 책으로 대비할 수 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Linux는 학교 강의에서 API 단까지했는데, 시험은 kernel을 포팅하는

경험적인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책과 함께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다루는 책을 별도로 한권 읽는다면

실기까지도 대비할 수 있다. 문제는 실기에서 약간 고민?해야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잘 생각 안나더라도 긴 시험시간을 활용해서

기억을 더듬어보면 손이 움직여줄 것이다.

논리회로나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 같은 영역은 출제영역

하나하나를 문서로 따로 모아 정리해두면 쉽고, 특히

정보처리기사의 개념을 그대로 옮겨온 듯 문제성향이 유사했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처리기사 개념요약 PDF를

읽어두면 필기, 실기 모두에서 든든할 것이다.




*   *   *   *   *

오픈소스 교육과정이 잘 마련되어 있는 국내 사이트 'OLC'에서

이 책을 교재로 하는 커널 동영상 강의가 마련되어 있다. 강의내용은

대학과정의 '운영체제' 강의와 많이 겹치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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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유니버스
세스 로이드 지음, 오상철 옮김 / 지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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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은 우주가 소립자를 부품으로 하는 양자컴퓨터라고 말한다.

사람은 아직 우주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럼에도 컴퓨터라는

작은 우주를 만들어내면서 '우주가 혹시 컴퓨터는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군 제대 후, 왜 안 읽었나 싶어서 뒤늦게 구했다.

당시 인터넷 서점에서는 모두 품절이었다. 다행히 지역서점인

영풍문고에 전화했을 때 마지막 1권이 남아있어 구할 수 있었다.

독후감을 쓰면서 다시 검색해보니 알라딘 중고가 12만원에 올라와있다..

책은 오래된 종이가 아닌 텍스트 정보로써 의미가 있기에 이제부터 전자책

위주로 구매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SF소설책들을 리뷰하려 했는데, 책들이 모두 아빠 집에 있어서
배송이 필요했다. 이점도 종이책의 한계라 아쉬웠다.)




분량은 295쪽으로 길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고전컴퓨터와,

양자요동이 주가 되는 양자컴퓨터의 비교를 중점으로 다룬다.

성능 비교를 넘어서서, 우주를 시뮬레이션하고 계산할 수 있는

기계는 바로 우주 그 자체이며, 이는 소립자를 계산도구로 하는

양자컴퓨터가 유력한 '우주 컴퓨터' 후보임에 힘을 싣는다.

저자 '세스 로이드(Seth Lloyd)'의 생각이 개인적으로 동감하는 방향이라

내용을 기분좋게 따라갔었음을 기억한다.

무엇보다 고전 컴퓨터에 양자역학의 중첩, 얽힘의 특성을 더해가며

점점 업그레이드하는 기분은 재밌게 읽힌다. 하지만 2006년에 출판된

책에서도 설명하는 양자컴퓨터 구현의 치명적인 문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며 아래에 정리할 것이다.


우주가 컴퓨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은 컴퓨터의 태동기부터 있었다.

1940년 대 초반, 세계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를 만든 독일인 콘라트 추제(Konrad Zuse)는

우주가 근본적으로 만능 디지털 컴퓨터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주가 디지털 컴퓨터, 즉 오늘날 우리가 쓰고있는 고전 컴퓨터라는

가정에는 계산 성능적인 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계산(calculus)은 그리스어로 조약돌을 의미한다. 저자는 최초의 계산이

조약돌을 배열하고 재배열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우리 부족에 남자가 몇인지,

토기가 몇개인지. 아마 그런것을 땅바닥에 기억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돌 대신 구슬을 나무 막대에 박아 넣으면 움직이기 쉽고 돌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음을 알게 된다. 나무 컴퓨터, 주판은 '0'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약돌 컴퓨터가 나무 주판의 계산력을

따라갈려면 얼마나 많은 돌이 필요할까? 오늘날의 인텔 CPU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계산에 쓰이는 기술이 계산능력의 한계를 결정함을 알 수 있다.





-  '윌킨슨 마이크로파 비등방성 탐색기'가
(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WMAP)
보여주는 우주 배경 복사의 비등방성


문제는 고전컴퓨터가 우주 전체 정도의 시공간,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우주를 시뮬레이션하는데는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우리 우주가 결정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거시적이어서 상대성 이론의 영역인 우주는

빅뱅 초기에는 양자역학의 양자요동이 관여할 수 있는 미시세계였다.

양자요동으로 인해 초기 우주의 에너지 밀도는 완전히 균일할 수 없었다.

어떤 지역은 다른 곳보다 약간 더 밀도가 높았다. 중력은 이 작은 차이를 증폭시켰다.

이는 곳 은하단의 씨앗이 되었고, 은하와 태양 등 우주의 밀도를 결정했다.

중력이 태양의 열핵반응까지 이끌어낸 순간에, 방사하는 에너지를 통해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 우주는 마치 양자역학을 커널로 부팅한

운영체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항성계는 빛과 중력의 네트워크로 이어져있다.

우주가 생명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생각은 물리학자들이 '인간원리'라 부르고 있다.


(인간원리는 생명탄생을 위해 우주가 적절한 팽창, 적합한 자연법칙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는 이론이다. 인간을 위한 우주라는 논리는 초월적인 지적설계자를 가정해 과학계
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우주는 인간에게 관측되기 위해 존재하는가?
생명이 존재하는 우리 우주를 바라보는 기준이 인간원리가 내세우는 것처럼 의도된
우연인지, 신을 가정함으로써 과학의 객관적인 탐구정신을 포기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이를 잘 설명해주는 책으로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의
'우주의 풍경(The Cosmic Landscape)'이 있다.)



양자 단위의 미시세계에서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관찰자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2가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나가 분명해지면 하나는 불확실해진다. 타겟 양자의 위치를 알려면, 양자인 광자를

쏘아서 우리가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광자를 맞은 양자는 운동량이 달라져버린다. 

양자역학 세계에서 관찰은 여러번의 관측을 통한 기댓값과 통계적인 예측만 가능하다.

위치와 운동량이 결정되지 않은, 모든 결과가 중첩된 상태를 양자 '결맞음(Coherence)' 

상태라고 한다.







바둑판 361개의 착점 가운데 하나에 놓여 바둑알은, 마치 361개의 중첩된 상태를 

가지는 양자와 유사하다. 바둑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는 이세돌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이세돌이 바둑알을 놓는 그 순간, 즉 중첩된 상태가 어떤 하나로

결정(붕괴)되어서야 그 경우가 아닌 나머지 경우의 가지들은 잘라버리고 거기서 

또다시 자신이 유리한 경우의 가짓수를 펼칠 것이다. 그것을 수 천, 수 만번

반복하고서야, 어디에 자신의 바둑알을 두는게 유리한지 결정할 수 있다.

고전 컴퓨터는 우주, 아니 커피 한잔을 구성하는 양자 하나하나와 바둑을 둘 수 있는가?

그러려면 알파고가 얼마나 필요한가. 여기서 양자가 중첩 상태에서 어떤 한 가지

경우로 결정되는 것을 양자 '결잃음(Decoherence)'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양자컴퓨터는 중첩상태의 양자가 가지는 동시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

저자가 '양자컴퓨터로 우주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우주 그 자체와 구별 불가능하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자컴퓨터의 동시성은 고전 컴퓨터의 병렬성과는 다르다.

'CUDA'나 'OpenCL'과 같이 그래픽카드에 실재하는 다수의 병렬 코어를 연산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비트가 중첩상태로 동시에 있는 것이다.

고전컴퓨터는 1,024개의 처리량을 실제하는 256개 비트 4개나

128개 비트 8개로 분담하는 '동시에'지만, 양자컴퓨터는 10 큐비트가 1,024(2^10)개의

상태를 중첩해서 동시에 가지고 있다. 거기에 양자가 큐비트를 뒤집는 속도는

고전컴퓨터가 축전기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것보다 1만배 정도 빠르고, 1조배 정도

적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책은 말한다.

(큐비트[qubit]는 양자컴퓨터가 사용하는 정보 단위이다. 고전컴퓨터가 트랜지스터로
축전기에 전자를 넣고 빼서 0과 1을 만들듯이, 양자컴퓨터는 레이저 펄스로 양자의
스핀 방향을 반시계 또는 시계 방향으로 결정해 0과 1을 만든다. 정보의 단위이기에
꼭 양자의 스핀 방향을 기준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레이저 펄스로 실제 큐비트를
프로그래밍하는 예제는 후에 책 '양자컴퓨터'에서 묶어서 소개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소개하면서 양자컴퓨터에 너무 많은 금가루를 뿌렸다. 그렇다면 왜 양자컴퓨터는

아직도 상용화하기 어려운 걸까? 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결잃음이다.

고전컴퓨터는 우리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발을 놀리다 실수로 컴퓨터를 걷어차더라도

스피커에는 여전히 노래가 흘러 나오고 모니터에는 작업중인 문서가 띄워져있다.

CPU와 메모리, 즉 트랜지스터와 축전기가 그정도의 외부자극은 견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아직 결과를 얻기도 전인데, 발을 구르며 일으킨 바닥의

진동으로 양자의 중첩상태가 붕괴되버린다. 이미 음악소리가 진동시킨 공기가

결잃게했을 것이다. 양자컴퓨터에 계산을 맡기려면, 우리는 절대 중간에 그 

계산을 살펴보지 말아야한다. 책에서는 이를 교향악적 효과라고 한다.

최후에 필요한 양자만 의도적으로 결잃게해서 원하는 값만 챙겨야한다.

이때문에 양자컴퓨터를 외부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대단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 구미호(nine tailed fox) 링크
(혹시 그림 저작권이 문제된다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책을 번역한 오상철님은 이를 구미호 전설에 비유한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님의

표현을 소개했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한 구미호가 사람이 되기 위해 기도를 하는데, 남편에게

100일 동안 밤에 자기 방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나가기

전에 남편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방안을 엿보고 말았다. 그래서 구미호는 결국

사람이 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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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 - 슈뢰딩거부터 양자컴퓨터까지 양자세계에 관한 모든 것
조앤 베이커 지음, 배지은 옮김 / 반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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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Linux.. 사람들은 거대한 용광로에 모여들어 키보드와

마우스로 그들이 생각하는 세계를 빌드해가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못난 나를 데리고 프로젝트를 함께해준 사람들 덕분에

교양과학서를 잊고 있었다.

내일이면 어떤 라이브러리를 인클루드해서 어떤 도구를 배울지,

그런 기대감만 있었는데..

하지만 오늘날 이렇게 저렴한 전기로 컴퓨터를 돌리며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해준 물리학자들에 대한 고마움은 잊을 수 없다.

(이 생각은 7월 전기세를 보고나면 달라질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는 가까운 최근인 19세기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밝혀내면서 전기력과 자기력이 같은 힘, 

전자기력의 양면임을 알게 되었다.

석탄이나 가스, 고효율의 원자력으로 끓인 물의 열에너지나,

또는 댐을 통해 얻은 순수한 물 자체의 위치에너지로

터빈을 돌릴 회전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터빈은 회전하면서 자석과 코일의

자기력으로 유도전류를 만들어낸다. 결국 자기력이 매개체가 되어

전기를 만들어내고 한국전력이 변전-공급해서 지금 눈앞의 

모니터 불빛을 밟혀내고 있다.


 - 30만 가구가 1년동안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충주댐


시대는 한 사람을 기다리고 한 사람은 일생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 같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은 전력 생산부터 가전제품 내부의 변압기까지 닿아서,

가정용 220V 교류를 컴퓨터의 12V 직류로 변환하는 역할까지 이루어냈다.

이제 메인보드에 전원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컴퓨터 내부는 무엇의 유산일까.


'양자(量子)'라는 말을 처음 접한 순간을 기억한다.. 

때는 게임하는 시간이 자는 시간보다 길었던 초등학생 시절.

'Blizzard' 사의 'Starcraft'는 발매일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는 SF 전략게임이다.

지금봐도 생동감 넘치는 유닛들의 움직임을 그당시 TV경기로 보면서 내가 아빠를

가만히 둘리가 만무했다. 그당시 내 컴퓨터는 아빠의 적이었지만,

여느 게임과 다르게 하루종일 붙잡고있어도 질려하지 않았으니

아빠도 가성비면에서는 내심 만족했으리라 본다.

오리지널 게임 설명서에는 일부 유닛과 건물의 명칭이 한글화되어있었는데,

프로토스 종족의 유일한 방어타워 'Photon Cannon'의 한글명칭이 '양자포'였다.





현재의 공식 한글화 명칭인 '광자포(光子砲)'라고 했다면, 빛 '광(光)'자와 미칠 '광狂'자의

느낌은 알던 내가 그나마 이해했을 것이다. 여튼 전투순양함의 '순양'의 의미를 몰라도

야마토포를 날릴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양탄자처럼 바닥에 깔려있어서 양자포인가?'하고

찰나의 의문을 가졌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뒤,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엘러건트 유니버스 (Elegant Universe)'를 집어 들고서야 양자라는 말을 이해했고, 

양자포를 추억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이중성을 가진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질 때 불리는 광자 또한 양자의 하나이다.

 'Quantum Cannon'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파동일 때는 전자기파만의,

입자일 때는 광자의 성질만을 가지는 두 얼굴의 빛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증명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양자는 에너지가 정수배로 나뉘어 '헤아릴(量)' 수

있는 최소단위를 말한다. 오늘 소개할 책,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은

광자와 같은 미시세계의 소립자를 도구로 우주를 이해하려는 양자역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SlideShare'라는 사이트에서 간결하게 빛의 이중성을 설명하는 '우희록'씨의 슬라이드 중
 일부를 첨부합니다. 혹시 문제된다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링크] )


컴퓨터의 논리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의 반도체 성질 역시 양자역학이 관여하고 있다.

논리연산은 1과 0을 오가며 모니터에 초록, 파랑 등의 수많은 색을 나타내거나, 

스마트폰 메모리에 오늘 마트에서 살 물건들의 정보를 글자로써 저장한다. 

트랜지스터가 축전기에 전자를 넣거나 빼면서 0과 1의 데이터를 다루는 것도

양자인 전자를 이해하는 양자역학의 중첩상태와 배타원리가 필요하다.

(중첩 상태는 모든 가능한 결과의 중첩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관찰자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2가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나가 분명해지면 하나는 불확실해진다. 타겟 양자의 위치를 알려면 양자인 광자를
쏘아서 우리가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광자를 맞은 양자는 운동량이 달라져버린다.
양자역학 세계에서 관찰은 여러번의 관측을 통한 기댓값과 통계적인 예측만 가능하다.)

(에르빈 슈뢰딩거(Erwin Rudolf Josef Alexander Schrödinger)가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반박으로 '그럼 50%의 확률로 독가스가 풀리는 상자 안의 고양이는 죽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것인가?'한 것이 사고실험,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사실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을 읽게 된 계기는 수십권의 교양과학서를

읽으면서 '이해만해온'.. 양자역학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하루종일 컴퓨터에 매달려있는

내가 원천기술인 양자역학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지식은 수학이 결여된 개념적인 무언가

뿐이었다. 물리학자들의 지혜에 매료되어 자연계를 선택하고, 컴퓨터공학도로서 공부해온

것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시대를 변화시켜가며, 양자컴퓨터 같은

다음 세대의 도구를 낳는 것을 가능한 가까이에서 쫓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프로그래밍 없이 컴퓨터를 이해시켜준다고하면 고마울 수는 있으나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었을 텐데.. 왜 이제서야 수학적 개념을 잡기 시작했는지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던 중 수학을 배제하지 않고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책을

주문하면서, 양자역학의 역사적 개념을 가볍게 상기하기 위해 함께 주문한 책이 

오늘 소개하는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이다.

그런데 단순히 읽었기에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272쪽이라는 조금 의구심이 들었던

분량 안에서 정성이 들어간 압축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접해온 교양과학서는 적어도 500여 쪽에, 처음 읽을 때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뒤집어놓기에 10장만 읽어도 잠이 오는 난해함이 있었다. 

(수면을 위한 용도로 읽은 적도 있었다. 만일 숙면을 찾는분이 계신다면
 대부분의 책이 포함하는 '이중슬릿 실험'  파트를 추천한다.)

수학을 최대한 줄이고 일반인을 위해 물리학을 설명하는 교양과학서 수준이 이러하기에

보통 책한권을 차분히 읽기 위해서는 방학 단위를 들이거나 군시절에는 취침시간과

근무시간을 활용했다. 그런데 272쪽에 양자역학을 소개한다니..


이 책의 간결함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기존 교양과학서들에서 보여졌던

이야기 패턴을 말씀드린다면.. 만약 서점에서 나와 같은 일반인이

'숨겨진 차원, 그리고 궁극의 이론을 향한 탐구 여행'이라는,

마치 펼치면 어릴적 게임에서나 보았던 판타지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표지문구에

눈길이 가서 두꺼운 책을 펼쳤는데,

강한 중력원 근처의 시공간이 굽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상대성 이론이나,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이야기하는 양자역학부터 본다면..

아마 대부분 책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물리학자는 일반인을 자신의 세계로 유도하기 위한 배려로 대부분 뉴턴부터 시작한다.

교실에서 그 어느땐가 들었던 기억이 있는 만유인력의 법칙, 책을 든 손에서도 느낄 수 있는

중력의 세기. 뉴턴이 서술한 중력에서부터, 포스팅 서두에도 소개했던 패러데이와

멕스웰 등의 노력으로 19세기에 윤곽을 드러낸 전자기력, 20세기에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절대적 시간과 공간을 뒤엎고, 물렁물렁하게 만든 상대적 시공간 위에서 밝혀낸 중력의 

본색, 그리고 원자핵 내부에서 입자의 붕괴나 결합을 이끄는 강력과 약력까지.

역사적 성취 순서를 따라, 재치있는 비유로 우주를 구성하는 4가지 힘을 소개하려하기에 

500여 쪽이 넘게 필요한 것이다. 짧은 책들은 '뉴턴 사이언스과학잡지처럼 최신동향을

소개하며 특정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거나, '초끈이론의 진실'처럼 이미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 앞에서 저자의 생각을 주장하는 경우들이었다.


그리고나서 저자에 따라 자신의 주력 연구분야인 초끈이론을 소개하거나, 초끈이론을

반박하면서 양자역학에 가능성을 두거나 하는 전개가 생긴다.

('초끈이론'은 태양, 은하의 중력을 다루는 거시세계 관점의 상대성이론과,
  원자내부, 광자와 전자 등의 미시세계 관점을 다루는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이론이다.
  사물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입자가 아닌 진동하는 끈으로써, 이들의 모양과 진동에
  따라 눈앞의 사물이나, 의자에 앉게 만드는 중력 등의 힘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자들에겐 하나의 이론이 자연계의 4가지 힘을 통합해 설명할 수 있는

'통일장 이론'이 중요한 결실인듯 보였다. 초끈이론은 그 후보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런 풀어쓰는 전개 없이도 나는 이 책에서 충분한 보람을 느꼈다. 

책은 물리학자들의 일생과 업적을 조명하는데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며 

징검다리 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해나간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두꺼운 책에서는 다시 읽어보고 싶은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소개하는 

항목을 세세하게 나누면 목차가 길어져서 오히려 지저분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길지않은 분량에 항목을 개념 단위로 세세하게 나누어

머릿속에 '인물'과 '개념'에 대한 목차가 생기게 해준다. 물리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고 난뒤 따로 인터넷을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데, 

책은 그런 부분을 알게되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최초로 '양자(quanta)' 라는 

개념을 만들고, 빛의 에너지가 빛의 주파수 f와, 플랑크 상수 h의 곱, 즉 정수배라는 

플랑크 관계식(E = hf)을 밝혀낸 독일인 막스 플랑크(Max Planck)가 학창시절에

음악도가 되려했고, 1-2차 세계대전으로 두 아들과 아내를 잃고도 독일의 물리학

연구를 복구하려 독일에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기린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은 오늘날 단일기관으로 세계 최다인 32번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해에 필요한 배경 지식을 함께 설명하면서도 말미로 갈수록 양작역학에 대한 

색이 짙어지면서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들었던 사람들의 입맛도 만족시켜 준다.

나의 경우에 두꺼운 책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을

2~3장의 필요한 개념 단위로 챙겨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분량이 많은 책을 

읽은 뒤 내용과 체계를 환기하거나, 두꺼운 책을 읽기전에 지도가 필요하다면

추천하고 싶다.


 - 스위스 제네바의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소관 가속기 LHC
CERN은 컴퓨터 영역에서도 'WWW(World Wide Web)'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고,
 LHC를 통해 2013년 힉스 입자를 관측했다.


리뷰를 쓰면서 이 책의 단점은 역시 축약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부분을

펼쳐서 다시 읽어보니 그 이상 살을 덧붙이는게 오히려 어색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입자가속기는 입자를 가속한 뒤 충돌시켜 그 파편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새로운 입자를

찾는다. '스위스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시계를 부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비유한 리처드 파인먼(Richard Phillips Feynman)의 말은 그것만으로도

짧고도 마음속에 와닿는 표현이었다. 거기서 시계를 냉장고로 비유하며 더 나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책에 대한 소개를 마칠까한다. 내가 어렴풋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느라 머리가 어지럽다..

다시보니 넋두리가 너무 길다. 다음 독후감엔 관련없는 내용은 줄여야겠다..

최근에 TV광고로 '퀀텀닷 TV'가 자주 보인다. 양자처럼 미세하게 작은 색까지

표현한다는 비유인줄 알았으나, 정말 그 양자가 맞았다. 책에서도 다룬 양자점은

수십 또는 수백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실리콘 반도체 조각으로, 양자 작용으로 

RGB 빛을 만들어낸다. 양자점은 '양자모니터'를 넘어 '양자컴퓨터'의 응용기술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트랜지스터가 한 시대를 지배한 진공관을

전신으로하듯, 양자컴퓨터도 오늘날 기술의 상징인 반도체를 모체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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